[Mind Note] “AI와 진짜 연애를?…영화 ‘HER’가 현실화됐다고?!”
순간 솔직히 많이 당황스러웠다. 제 발로 상담을 찾아온 이가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기 위해 AI를 사용한 경우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당혹감은 밀어내며, 정신을 바짝 차리고 A씨의 이야기가 요약된 AI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며칠 뒤, 대학에서 근무하고 있는 지인으로부터 더 놀라운 이야기도 듣게 됐다. “요즘 대학생들 중에는 AI와 연애한다는 애들도 있더라고요.” “네? 만나고 만지작하며 달떠서 좋기도 했다가 미치도록 미워도 하게 되는, 그 연애요?” “맞아요. 심지어 AI랑 라면 데이트를 했다는 친구도 있어요. 라면은 당연히 2개. 하나는 본인 것, 또 하나는 AI 애인 것을 두고요.” 세상에 … 언빌리버블!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사람과의 관계를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AI 바깥 세상에선 나의 일처리에 미간을 찌푸리는 상사도, 약속을 잘 지키지 않아 번번이 부아가 치밀어 오르게 하는 그도 엄연히 존재한다. 상대가 보이는 미묘한 보디랭귀지(Body Language), 크고 작은 터치와 교감으로 생겨나는 접촉 위안(Contact Comfort),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해소,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나란 존재의 찌질함과 위대함까지. AI로는 경험하기 어려운 ‘찐’ 관계가 여전히 실재하고, 답을 하는 자는 엄연히 ‘나’여야만 한다.
그러니 암만 AI가 더 편하다 해도, ‘찐’ 관계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실망과 좌절, 그리고 극복과 성숙까지 내어주지는 말자. 용기내어 말하고 상대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자. 열렬히 사랑하고 찌질해지기도 해야 한다. 우리가 관계적으로 AI를 찾는 것도, 사실은 ‘비서’가 아닌 ‘친구’. 그러니까 나를 너무도 잘 이해해주고 공감해줄 누군가의 ‘무조건적인 수용’이 고파서일 수 있다. 아니, 다 차치하고 일단 라면은 같이 면발을 끊어가며 먹어야 제 맛이니까.
[글 변시영(상담심리전문가(Ph.D), 『마흔, 너무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게』 저자) 일러스트 프리픽]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87호(25.07.08)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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