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멸망을 준비하면서 남을 돕는 이유는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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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화면으로 보는 만화가 일상인 세상입니다.
인류 멸망 프로젝트의 키를 쥔 건 충북 증평의 중학교 3학년생 이아영과 소속사에서 쫓겨난 아이돌 연습생 연서진.
둘은 초등학생 때부터 인류 멸망을 꿈꾼다는 공통점으로 단짝이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아영의 과외 교사 장윤상이 인류를 멸망시킬 방법 'P-17'을 아영에게 남기고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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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는 만화가 일상인 세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가락 사이로 책장을 끼워가며 읽는 만화책만의 매력을 잃을 수 없지요. 웹툰 '술꾼도시처녀들', 오리지널 출판만화 '거짓말들'의 만화가 미깡이 한국일보를 통해 감동과 위로를 전하는 만화책을 소개합니다.

한때 외계인은 공포의 대상이었다. 영화 '에일리언', '우주 전쟁'을 비롯한 수많은 작품에서 정체불명의 외계 생물은 지구를 침범해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로 그려졌다. 무시무시한 외계인은 영화 '컨택트'에 이르러 인간보다 고등하고 지적인 종족으로 재탄생한다. 최근에는 외계인을 친근한 이웃으로 그리는 이야기도 많아졌다. 일본 드라마 '핫 스팟'에서는 외계인이 동네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소소한 일상을 함께 살아간다.
이동은 작가가 쓰고 정이용 작가가 그린 만화 '최선을 다해 멸망 중입니다'에도 외계인이 등장한다. 정확히 말하면, 인간의 몸을 타고 지구를 여행 중인 외계의 '영혼'이다. 그런데 기껏 찾아온 지구는 이미 인간의 손에 망가질 대로 망가져 있다. 외계인은 이 행성에 선물을 하나 주기로 한다. '호모 사피엔스 삭제', 즉 멸망이다.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인류가 한순간 사라지는 건 사건조차 되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이 광대무변한 우주에서 지구라는 작은 행성의 미세한 종족이 대체 뭐라고 인간을 굳이 정복하거나 소통하려 애쓰나? 인간은 스스로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 점을 상냥하게 말해주는 이 작품 속 외계인이 지금껏 본 어떤 외계 생명체보다 서늘하게 느껴진다.

인류 멸망 프로젝트의 키를 쥔 건 충북 증평의 중학교 3학년생 이아영과 소속사에서 쫓겨난 아이돌 연습생 연서진. 둘은 초등학생 때부터 인류 멸망을 꿈꾼다는 공통점으로 단짝이 됐다. 서진은 인간이, 심지어 자기 자신조차 싫다. 아영은 인간들로부터 지구를 구하고 싶어서 멸망을 꿈꾼다. 그러던 어느 날 아영의 과외 교사 장윤상이 인류를 멸망시킬 방법 'P-17'을 아영에게 남기고 사라진다. 그에 따르면 특정한 시각, 특정한 장소에서, 특정한 조건을 가진 여섯 명이 진심을 담은 사랑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면 인류가 멸망한다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서진은 코웃음 치지만 아영의 끈질긴 설득 끝에 프로젝트에 동참하게 된다. 반신반의로 시작한 일은 점점 진지해지고 서진은 아영이 마뜩잖다. 곧 모두가 사라질 텐데 아영이 자꾸 미래가 있는 것처럼 굴어서다. 아영은 인류 멸망을 준비하면서도 길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고, 중간고사 공부를 하고, 주변 사람들을 돕고 걱정한다. "너 장난이야, 뭐야?" 서로 부딪히고 각자 고민하는 사이 시행의 날은 다가오고, 팀원들은 결전의 장소를 향한다.
인류는 망할까, 망하지 않을까? 뭐, 그건 중요하지 않다. 인류가 사라지길 바라면서도 내 앞에 있는 한 사람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 내일이 끝이어도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내는 마음. 모순이라면 모순이지만 '최선'이라 부르고 싶은 마음. 그걸 느꼈다면 충분하다.
그러니까 이건, 지금을 그냥 살아가자는 이야기. 어차피 지구는 멸망하고 있으니 굳이 먼저 떠나지도, 손을 놓지도 말자는 이야기. 웃기고 유쾌하고 위안이 되는, 그런 이야기.
미깡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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