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차를 담지 않아도 돼” … 찻잔에게 펼쳐진 미지의 여행[어린이 책]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모두가 '잔'이라고 부르는 찻잔이 있다.
어릴 때부터 어엿한 찻잔이 되기를 꿈꾸며 매일 연습한 덕에 주인이 즐겨 쓰는 찻잔이 된다.
찻잔이 아니라는 현실에 잔은 "자신이 더는 자신이 아닌 것"처럼 느낀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채운다는 것
다다 아야노 글·그림│고향옥 옮김│파스텔하우스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직업인이 되기 위해서는 유아기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영어는 조기에, 수학은 선행으로, 취미와 봉사까지 입시에 유리한 것으로 채운다고 했다. 의문이 생겼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실패하거나, 그 일을 원하지 않게 되면 다음엔 뭘 해야 하나.
모두가 ‘잔’이라고 부르는 찻잔이 있다. 주변엔 주전자와 접시가 가득하다. 잔은 자연스럽게 차를 담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어엿한 찻잔이 되기를 꿈꾸며 매일 연습한 덕에 주인이 즐겨 쓰는 찻잔이 된다. 잔은 기쁨과 자부심을 느낀다. 일은 갑작스럽게 벌어진다. 까마귀가 잔을 물고 낯선 풀숲에 두고 가 버린다.
“어머나, 내가 텅 비었잖아!” 자신을 채우고 있던 차는 온데간데없어졌다. 비가 내리자 빗물과 물고기까지 들어왔다. 찻잔이 아니라는 현실에 잔은 “자신이 더는 자신이 아닌 것”처럼 느낀다. 시간이 흐르자 잔의 마음에 서서히 변화가 생긴다. 안에 떨어진 꽃잎을 예쁘게 볼 수 있게 됐다. 늦은 밤 토끼를 재워 주기도 한다. 아기 오리를 안전하게 돌보고, 찾아온 이들에게 마실 물과 수다 떨 장소를 제공한다. 평생 찻잔으로 살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세상이다. “꼭 차를 담지 않아도 괜찮을지 몰라.” 스스로 정체성을 세우자 세계가 넓어졌다. 이제 잔은 달을 품고, 우주를 비춘다.
살다 보면 노력과 상관없이 원하는 걸 얻지 못할 때도 있다. 삶 곳곳에 우연과 변수가 존재하기에 그렇다. 어린이에게 진정 필요한 건 한 방향으로만 열린 길이 아니다. 비워진 뒤에도 새로이 채울 수 있는 용기와 회복력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웅크린 채 자신의 쓸모를 골몰하고 있는 어린이가 있다면 나란히 앉아 이 책을 읽고 싶다. 32쪽, 1만6800원.
김다노 동화작가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李 “지원금으로 소고기 사먹겠다고…세계 10대 강국 먹는 문제로 애달프지 않았으면”
- 한덕수, 참담한 14시간… 50년 공직 끝은 ‘피의자’
- “나, 걔랑…” 16세 제자와 잠자리 한 여교사 잡힌 황당 이유
- [속보]이 대통령, ‘6억 대출 제한’에 “이번 대출규제는 맛보기에 불과”
- 빨리 끝난 ‘마른 장마’… 더 세진 폭염·열대야 온다
- 홍준표 “국민의힘 대체할 정당 나올 것”
- 벤츠는 동생이 몰고 세금은 누나가… 한성숙 ‘편법증여’ 의혹
- 외국인이 강남아파트 집중 쇼핑? 정부 칼 뺐다
- “실용주의 인사 합격점… 권력 공고화 위한 檢개혁은 우려”[이재명 정부 출범 한달]
- 동덕여대 21세女 ‘페달미숙’ 80대 운전자에 뇌사 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