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가 답은 아니다... 말기부터 연명의료 중단해야" [유예된 죽음]
[인터뷰] 문재영 세종충남대병원 교수
연명의료결정법, 도입 긍정 효과 크지만
사회 구성원 간 불신으로 과한 조항 문제
편집자주
'존엄하게 죽고 싶다'는 우리의 바람은 이뤄질 수 있을까. 연명의료결정제가 올해로 시행 7년, 법 제정 기준으로는 내년이면 10년이 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 300만 명 돌파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사이 이별의 풍경은 또 어떻게 달라졌을까. 전국 의료 현장에서 확인하고 파악한 실상과 한계, 대안을 5회에 걸쳐 보도한다.

"죽음의 질을 높이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방법은 존엄사(의사조력자살)법을 만들고, 그 법이 없다고 스위스로 가는 게 아니에요. '얼마나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냐'에 따라 죽음의 질은 달라집니다."
문재영 세종충남대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는 지난 5월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죽음의 질을 높이기 위해 사회적 신뢰 수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명의료 중단'에 과도한 조항과 제약, 이로 인한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비판한 그는 "사회 구성원 간 신뢰가 너무 약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문 교수는 임상의료윤리 분야에서 연구 활동 중이며 연명의료결정제도 개선 방안 연구에도 참여했다.
문 교수는 2018년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이 의료진과 환자, 가족에게 분명 긍정적 작용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이 없던 시절에는 의사들이 환자에게 묻지도 않고 연명의료를 했다"며 "지금은 환자에게 설명하고 환자가 바라는 죽음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문 교수는 법 대상을 '임종 과정 환자'로 제한한 것을 두고 "현실에 맞지 않는 인위적인 잣대"라고 꼬집었다. 말기이지만, 임종기로 판단되지 않는 회색지대 환자들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예를 들어 '뇌출혈로 식물인간이 됐는데, 사망할 정도는 아닌 환자'는 임종 과정으로 판단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연명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게 문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임종기, 말기 구분만 없애도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의식이 없는 환자의 연명의료 여부를 법적 가족이 전원합의로 정하도록 한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무연고자처럼 가족이 없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문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환자의 평소 뜻을 잘 아는 사람이 환자를 대신할 수 있는 대리인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며 "의료기관 윤리위원회가 대신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열어주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의사조력자살'에 대해선 "언젠가 도입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그전에) 호스피스나 돌봄에 대한 사회적인 준비가 갖춰져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경제적 약자들이 안락사에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그는 "죽음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생각을 전환하면 스위스(의사조력자살 허용 국가)는 우리가 쳐다봐야 할 방향이 아니다"라며 "죽는 순간에만 약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남은 삶을 풍성하게 보내도록 도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연명의료결정제도 도입 후 체감하는 변화는.
"긍정적 면이 굉장히 크다. 중환자실 의사, 간호사 또 환자 보호자들에게 모두 도움이 된다. 이 법이 없던 시절 의사들은 보라매 병원 판례에 얽매여 환자가 돌아가실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존엄하게 마무리할 것인가라는 생각을 전혀 못 했다. 그러다보니 환자의 뜻이 뭔지 묻지도 않았다. 보호자하고 얘기하고, 연명의료를 계속했다. 보호자가 의사에게 멈춰달라고 해도 '그러면 저희가 처벌받는다'며 거부했다. 그 때문에 중환자실에선 살릴 수 있는 환자를 집중 치료해야 하는데 (그만큼) 중환자실 자리가 없는 문제가 발생했다.
반면 지금은 환자에게 연명의료에 대해 설명하고, 환자가 바라는 죽음에 대해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됐다. 의사들 입장에서도 과거에 갖고 있던 윤리적 부담이나 갈등이 상쇄된 측면이 있다."
*보라매 병원 사건=1997년 의사의 만류에도 아내가 남편을 퇴원시켜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뒤 남편이 사망한 사건. 의료진은 결국 살인방조죄로 처벌을 받았다.
-그럼에도 한계를 꼽자면.
"연명의료 유보·중단 대상을 임종 과정 환자로 제한했다. '이때까지 말기고, 이때부터 임종기야'라고 할 수 있는 상태는 없다. 현실에 맞지 않는 인위적인 잣대다. 이로 인해 말기이지만 임종기로 판단되지 않는 회색지대 환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 만성질환자가 대표적이다. 이들이 갑자기 뇌출혈이 와서 식물인간이 됐는데 사망할 정도는 아니라고 해보자. 임종기에 들어서지 않으면 원치 않는 치료를 계속해야 한다. 고령화로 인해 회색지대 환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애초에 왜 임종 과정으로 제한했나.
"입법 과정에서 불거진 '의사가 살 수 있는 사람 치료까지 중단하면 어떡하냐'는 불신 때문이다. 그래서 의사들이 '치료해도 돌아가실 분들'이라고 설명하다보니 말기와 임종기 구분이 억지로 만들어진 것이다. 또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다보니 너무 많은 조항을 만들어 놨다. 법 제정 이후에도 서로 신뢰를 못 하니 의사들이 임종기 판단을 못 하겠다고 하지 않나. 사실 해외에서 연명의료 중단이 논의된 맥락은 다르다. '어차피 돌아가실 분'이어서가 아니라, 환자의 자율성을 존중하자는 취지였다."

-임종기 기준을 없애면 되나.
"그렇다. 임종기, 말기 구분을 없애면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다고, 적어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합의가 됐다. 이제 이를 둘러싼 이해 당사자들끼리 신뢰를 갖고 대화를 나눠야 한다. 법이 제정된 지 7년 정도 됐고, 큰 문제가 없었다는 걸 터놓고 얘기해야 한다. 조금씩이지만 어느 정도 신뢰가 쌓였으니 열어줄 필요가 있다."
-법적 가족만 의식 없는 환자의 연명의료 여부를 결정하도록 제한한 문제도 있다.
"그렇다. 가족이 아니더라도 환자의 뜻을 잘 아는 사람이 결정을 대신할 수 있는 대리인 제도가 없다. 그래서 독거노인 등은 보호받지 못한다. 대리인 제도를 만들기 어렵다면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료기관 윤리위원회가 대신 결정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대리인, 후견인 제도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스위스에서 시행하는 의사조력자살에는 찬성하나.
"언젠가는 우리 사회도 거기까지 갈 거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런 변화를 갑자기 맞닥뜨리지 않으려면 최소한 호스피스나 돌봄에 대한 사회적인 준비가 갖춰져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경제적 약자들이 안락사를 택하게 된다. 사실 존엄사를 얘기하는 분들은 '아프기 싫어, 마지막에 편했으면 좋겠어' 이런 마음이지 않나. 그게 아니라 죽음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생각을 전환하면 스위스는 우리가 쳐다봐야 할 방향이 아니다. 죽는 순간에만 약을 주는 것이지 않나. 그게 아니라 인생의 마무리를 잘 준비하고, 자신의 인생을 인정받으면서 돌아가실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호스피스가 늘고, 이를 도울 수 있는 의료진과 병원이 많아져야 한다."
-정부의 5개년 계획을 보면 호스피스 질환 대상 확대, 지역사회 서비스 연계 활성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방향은 맞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렇게 가려면 구체적인 조건들이 다 변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호스피스를 늘리려면 당장 수가 제도가 바뀌어야 하고, 그것을 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시간도 오래 걸린다. 시간을 단축하려면 돈을 엄청나게 투자해야 한다. 또 사회의 인식을 바꾸고, 사회적 합의를 하기 위해선 많은 토론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단계별로 꼼꼼하고 디테일하게 가야 하는데, 지금은 그것을 위한 정부의 추진력이 없고, 입법부의 관심도 없고, 돈도 없다."

■'유예된 죽음' 특별취재팀
팀장= 김혜영 기자(엑설런스랩)
취재= 손영하 · 이서현 기자(엑설런스랩), 백혜진 · 정혜원 인턴기자
사진= 정다빈 · 강예진 기자
영상= 박고은 · 이수연 · 박채원 PD, 김태린 작가, 전세희 모션그래퍼, 김서정 인턴PD
인터랙티브= 박인혜 기획자, 남유진 개발자, 이정화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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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갈피를 잃었다
- • 심장이 멈춘 남편은, 계속 숨을 쉬었다...연명의료 죽음의 풍경 [유예된 죽음]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61902070004504) - • "안 받겠다" 해도 결국 절반은 연명의료 받다 숨진다 [유예된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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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장이 멈춘 남편은, 계속 숨을 쉬었다...연명의료 죽음의 풍경 [유예된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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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마음이 흩어졌다
- • "연명의료 싫다" "끝까지 받겠다"...내 결정을 가족이, 의사가 막아섰다 [유예된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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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빈틈에서 헤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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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정지 1시간' 아빠, 간호사 자매는 연명의료를 선택했다 [유예된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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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자책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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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늘 취해 있던 아빠의 죽음에 서명했다 [유예된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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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존엄한 작별이란
- • "죽는 약 구해 달라"던 아빠와 마지막 소풍을 떠났다 [유예된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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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이서현 기자 he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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