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감세 법안’ 의회 통과…한국 배터리업계엔 유리, 태양광엔 불리

김원철 기자 2025. 7. 4.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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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미국 워싱턴 디시(D.C.) 국회의사당에서 마이크 존슨 미국 하원의장(공화당·루이지애나)이 공화당 소속 의원들에 둘러싸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 법안인 감세 및 지출 삭감 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2기 핵심 국정 과제가 망라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이 연방 의회를 통과해 대통령 서명만 남겨두게 됐다. 수개월간 이어진 공화당 내의 격렬한 내분을 딛고 이뤄낸 결과로 트럼프 대통령 집권 2기의 토대를 닦은 중요한 입법 성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미 연방 하원은 3일(현지시각) 해당 법안을 찬성 218표, 반대 214표로 가결했다. 민주당 전원과 공화당 소속 토머스 매시(켄터키), 브라이언 피츠패트릭(펜실베이니아) 의원 등 두 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법안은 지난달 하원에서 가결됐지만 지난 1일 상원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몇몇 조항에 수정이 이뤄졌기 때문에 하원의 재의결 과정을 거쳐야했다.

약 1000쪽에 달하는 이 법안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때인 2017년 시행해 올해 말 종료 예정인 개인 소득세율 인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 각종 감세 조처를 영구화하는 내용이 주를 이뤄 ‘감세 법안’으로도 불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때 약속한 일부 팁과 초과근무 수당에 대한 추가 감세도 포함됐다. 총 감세 규모가 4조 5000억 달러에 달한다.

최대 대선 공약인 불법 이민자 차단·추방을 위한 국경 장벽 및 구금시설 건설 비용, 적국의 탄도 미사일 등으로부터 미국 본토 방어를 위한 ‘골든돔’ 구축을 비롯한 국방비 확대 등이 포함됐다. 연방 정부 부채 한도를 5조 달러로 상향하고, 신생아에게 1000달러 예금 계좌를 제공하는 내용도 담겼다. 통상 공화당은 채무한도 증액에 부정적이지만, 연말 연방 정부 디폴트를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 법안 통과의 후폭풍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평가도 많다.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복지예산에서 대규모 삭감이 이뤄졌기때문이다.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지원)는 약 1조 달러 삭감됐다. 의회예산국(CBO)은 메디케이드에 대한 근로 요건 도입으로 인해 2034년까지 약 1180만명이 건강보험을 잃게 될 것이라 내다봤다. 선거 과정에서 “메디케이드는 손대지 않겠다”고 수차례 공언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메디케이드 감축에 대해 ‘민주당 정부에서 이뤄진 낭비·사기·남용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식품 지원 프로그램도 축소돼 수백만 명이 혜택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 전체적으로는 향후 10년간 국가부채가 3조 4천억 달러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법안이 국민의 삶을 파괴한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복지 삭감을 주요 공격 지점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에서 제정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근거해 각종 청정에너지 사업에 지급하는 보조금도 조기 폐지되거나 축소된다. 우선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는 전기차를 구매하면 받을 수 있는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가 올해 9월 30일 이후 종료된다. 당초 2032년 말까지 제공하게 되어 있었다. 현대자동차와 한국 배터리 3사는 세액공제 혜택을 노리고 미국에 생산시설을 확대해왔다.

한때 조기 폐지가 거론됐던 배터리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에 대한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는 유지됐다. 중국 기업 등 ‘금지된 외국 단체’로부터 받는 ‘물질적인 지원’이 제품 생산 전체 비용의 일정 비율을 초과할 경우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 중국과 경쟁하는 한국 배터리 업계엔 유리한 조항으로 해석된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각종 세액공제가 축소되거나 지급 요건이 매우 까다로워지면서 이번 법안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조지아주에 태양광 패널 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한화큐셀 등 관련 한국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반도체법에 근거해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에 투자하는 기업에 주는 세액공제는 기존 25%에서 35%로 확대됐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기업들이 전임 바이든 행정부와 체결한 반도체법 보조금 계약을 행정부에 더 유리하게 재협상하겠다는 입장이라 기업들이 받게 될 세액공제와 보조금의 총액이 달라질 수도 있다.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가 8시간 44분 동안 연설을 이어가는 등 민주당은 법안 통과에 강하게 반대했지만 입법 저지에 실패했다. 이 연설은 하원 역사상 가장 긴 지도부 연설로 기록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독립기념일에 최종 서명식을 진행할 계획이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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