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0년 넘은 ‘주민자치회’…“권한과 지위 보장돼야 활성화”[지방자치 30년]

이삭 기자 2025. 7. 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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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옥천군 옥천읍주민자치회가 지난해 진행한 ‘뿌리를 찾아 이야기 속으로’에 참여한 옥천읍 주민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옥천군 제공.

지난해 충북 옥천읍 주민자치회는 ‘뿌리를 찾아 이야기 속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옥천지역의 문화유산을 둘러보는 여행이다. 관광 명소 등 다른 지역의 문화유산을 접할 기회는 많지만 정작 자기 지역의 문화유산은 제대로 접하기 힘들다는 지역민들의 의견을 반영했다. ||||
옥천읍 주민자치회는 12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조선시대 성리학자 송시열(1607~1689)이 감탄한 ‘부소담악’과 조선 문신이자 의병장인 조헌(1544~1592)이 제자를 가르쳤던 ‘이지당’, 청산 동학혁명 유적지 등 옥천군의 문화유산을 둘러보는 코스를 선보였다. 지난해 6월 8~9일 두차례 진행된 행사에는 초등학생부터 어르신까지 200여명의 지역주민이 참여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풀뿌리 민주주의’로 불리는 지방자치의 근간을 이루는 게 주민자치다. 주민자치를 실현하기 위해 마련된 대표기구가 바로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에서 규정한 ‘주민자치회’다. 주민자치회는 2013년 일부 지자체에서 시범사업이 시작됐고, 이후 전국으로 확산됐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3530개 읍·면·동 중 1316곳에서 주민자치회가 활동 중이다.

규제·고령화·무관심 속 주민자치 활성화 ‘한계’

50명의 주민자치위원이 있는 옥천읍 주민자치회도 이중 하나다. 매월 월례회, 분과위원회, 임원회의를 열어 지역의 현안을 논의한다. 매년 8월에는 주민총회가 열린다. 이 자리에서 주민들이 직접 마을에 필요한 사업을 제안하고, 투표를 통해 다음 해에 추진할 사업을 결정한다.

김대훈 옥천읍 주민자치회 회장은 “주민총회는 주민들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공식적으로 승인받는 자리”라며 “이를 통해 선정된 사업은 읍·면별로 배정된 5000만원의 예산 내에서 실행에 옮겨진다”고 말했다.

옥천읍 주민자치회는 지난해 ‘우리가 그린(green) 옥천’, ‘천방지축 세대공감 노리캠프(캠크닉)’, ‘뿌리를 찾아 이야기 속으로’, ‘아름다운 쓰레기장 만들기’ 등 사업을 추진해 전국 주민자치회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주민자치회는 중앙·지방 정부의 간섭 없이 주민들이 직접 삶의 터전을 가꾸고 이끌어 나가기 위한 지방자치의 모델이다. 현장에선 과도한 규제와 구성원의 고령화, 주민들의 무관심 등이 주민자치회의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불만도 있다.

김 회장은 “각종 규제가 주민들의 화합과 소통을 막고있다”며 “내 돈(사비)으로 떡을 해서 이웃과 나눠 먹는 것도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하지 못하게 한다”고 했다.

고령화와 낮은 참여율 문제도 있다. 농촌 지역일수록 청년 인구 유출이 심각해 주민자치위원 모집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김 회장은 “옥천군만 해도 8개 면 지역은 학생조차 찾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옥천읍 역시 청년들의 참여율이 저조하다”고 했다.

주민자치회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고, 안정적인 운영을 보장하는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거법 규제 배경에도 주민자치회가 지자체장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적 문제가 있다.

서정민 지역순환경제센터장

지역공동체 운동을 하는 단체인 지역재단의 서정민 지역순환경제센터장은 “주민자치회를 행정의 하부 조직이 아닌 자율적인 주민 대표 조직으로 인정하고, 그 권한과 지위도 보장해야 한다”며 “지역의 문제를 발굴하고 주민 공감대를 모아 지자체와 의회에 의견을 전달할 수 있도록 역할을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 참여를 높이려면 일부 중장년층이 주도하는 현재의 방식에서 벗어나 자치회를 개방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며 “많은 자치회가 사업비 확보를 바라지만, 자치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운영비와 상근 인력 인건비 확보가 더 시급하다”고 했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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