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탐구] 충북 단양 | 전원생활

김민선 기자 2025. 7. 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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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같은 자연 속으로

이 기사는 전원의 꿈 일구는 생활정보지 월간 ‘전원생활’ 7월호 기사입니다.

뜨거운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7월이다. 푸른 녹음과 청량한 여름 향이 내려앉는 시기. 이맘때면 천혜의 자연을 품은 충북 단양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단양은 소백산·남한강과 조화를 이루는 수려한 자연경관을 품고 있다. 퇴적암·변성암·화성암이 균형적으로 분포돼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됐을 만큼, 다양한 지질의 생태학적 가치도 엿볼 수 있다. 부드러운 햇살이 내리쬐는 어느 날, 그림 같은 자연을 만나러 단양으로 향한다. 자연과 시간이 빚은 사인암과 고수동굴에서 자연의 신비를 깨닫는다. 산수화를 연상케 하는 도담삼봉을 감상하고, 꽃들이 만개한 도담정원에서 꽃향기와 주위 풍경에 취해본다. 패러글라이딩을 하며 하늘 위에서 공중 산책도 즐긴다. 단양강 잔도에서 절벽을 따라 걸으며 스릴과 감동을 만끽한다. 성산 정상부에 있는 온달산성, 맑은 물줄기와 푸른 숲이 어우러진 선암계곡에서 지난 과거의 흔적을 쫓는다. 예술 같은 단양의 자연 속으로 점점 녹아든다.

자연의 신비 간직한 사인암과 고수동굴
색깔과 모양이 독특한 사인암은 ‘자연이 만든 걸작품’이라 불리는 기암절벽이다. 갈색·초록색·회색 등 다양한 빛깔, 곳곳이 가로세로 갈라져 있는 모습은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 같다. 사인암의 절경은 오래전부터 높이 평가됐다. 단원 김홍도는 ‘사인암도’를 그려 〈병진년 화첩〉에 담았고, 추사 김정희는 ‘하늘이 내려준 병풍’이라며 극찬했다. 높고 가파른 기암절벽, 푸른 하늘, 맑은 남조천과 어우러지는 풍광은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자연이 조각한 흔적은 현재도 여전히 남아 있는데, 낙석 위험이 높아 사인암 아래쪽 출입은 제한되고 있다.

고수동굴은 자연과 시간이 빚어낸 신비롭고 아름다운 석회암 천연 동굴이다. 동굴의 길이는 총연장 1395m로 개방 구간은 940m이며 나머지는 미공개 구간이다. 동굴에는 종유석·석순·석화 등 다양한 동굴 생성물이 자리한다. 종유석과 석순이 100년에 1㎝씩 자라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만나게 될 ‘천년의 사랑’, 기묘하게 생긴 ‘에일리언 유석’ 등 경이로운 자연의 산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동굴 탐방에는 왕복 1시간 남짓 소요된다. 독특한 종유석과 석순들을 감상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고수동굴
강 물결 따라 펼쳐진 도담삼봉과 도담정원
도담삼봉은 오랜 세월 물과 바람에 깎여 만들어진 세 개의 바위 봉우리다. 단양군 매포읍 남한강 상류 지역에 나란히 서 있는 세 봉우리 중 장엄함을 뽐내는 가운데 봉우리를 ‘장군봉’이라 부른다. 조선의 개국공신 정도전이 유년 시절을 보낸 장소이기도 한 도담삼봉은 단양팔경 중 으뜸으로 꼽힌다. 그에 걸맞게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 고고하게 솟은 소백산과 주위 풍경은 감탄을 자아낸다. 추사 김정희, 기야 이방운을 비롯한 많은 화가와 문인이 작품 활동을 위해 찾을 만도 하다. 이곳은 언제 봐도 아름답지만, 물가에서 물안개가 피어오르면 신비한 무릉도원의 모습이 그려진다.

도담삼봉을 본 후엔 바로 인근에 있는 ‘자연이 만들어낸 액자’라 불리는 아치 형태의 돌기둥 ‘석문’도 볼 만하다. 안내 표지판을 따라 15분 정도 올라가면 석문이 보인다. 석문 틈 사이에 담긴 강과 마을의 경관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와 같다. 도담정원은 도담삼봉을 형상화한 대규모 정원이다. 정원에 들어서니 노랑·분홍·빨강 등 다채로운 색의 꽃들이 물결치며 장관을 이룬다. 만발한 꽃들 너머로 도담삼봉의 수려한 풍경이 펼쳐진다. 가을은 황화 코스모스, 백일홍 등이 정원을 수놓고, 봄이나 여름은 잉글랜드 양귀비, 안개초와 같은 형형색색 꽃들이 흐드러지게 핀다.

도담삼봉
하늘 위에서 만끽하는 자유 패러글라이딩
패러글라이딩은 패러글라이더를 메고 높은 산의 절벽 같은 곳에서 뛰어내려 활공하는 항공 스포츠를 말한다. 새처럼 하늘을 날며 땅의 경관을 색다르게 감상할 수 있다. 산세에 둘러싸여 대기가 안정적인 단양은 패러글라이딩하기 좋은 조건을 여럿 갖추고 있다. 패러글라이딩 성지답게 활공장과 패러글라이딩 업체가 많아, 관광객이나 패러글라이딩족도 자주 이곳을 찾는다. 자연과 하나 되는 감동을 경험하고자 패러글라이딩을 하러 단양군 가곡면 두산 활공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패러글라이딩하기 전에 먼저 체험 비행 동의서를 작성하고 비행 장비를 갖춘다. 패러글라이딩은 함께 타는 파일럿의 말에 따라 안전하게 행동하는 게 중요하다. 바람의 방향 등 안정적인 비행이 가능한 모든 조건이 충족되면 하늘을 날 준비를 한다. 뛰라는 지시가 떨어지면 이륙장에서 힘차게 달려나간다. 곧 몸이 공중에 뜨는데, 파일럿이 그만하라고 외칠 때까지 계속해서 발을 굴러야 한다. 

안전하게 이륙을 마치고 주변을 둘러보면 이제껏 보지 못한 풍경이 시야를 채운다. 초록빛으로 물든 산, 푸르른 남한강, 크고 작은 건물들이 발아래 펼쳐진다. 한창 경치를 감상하다가 비행을 마칠 시간이 다가오면, 아쉬움을 뒤로 하고 착륙 준비를 한다. 착륙장에 도착한 뒤에도 발은 땅을 딛고 서 있지만, 마음은 여전히 하늘 위를 둥둥 떠다닌다.

절벽 따라 거니는 단양강 잔도
단양강(단양에 흐르는 남한강의 명칭) 잔도는 절벽을 걷는 낭만과 짜릿함을 선사하는 산책로다. 단양강 절벽을 따라 총길이 1.2㎞로 이어져 있다. 데크(덱) 길로 조성돼 있어 걷기도 편하다. 아찔한 높이에 있는 잔도 길을 거닐면 강과 산세의 절경을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절벽과 흐르는 강물을 배경으로 ‘인생샷’ 남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잔도는 해가 떴을 때와 졌을 때, 각각 다른 경험을 선물한다. 낮에는 푸른 하늘과 단양강을 감상하며 절벽에 발달한 호석회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 일몰 후에는 조명이 하나둘 켜지며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연출된다. 은은하게 빛나는 조명과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음악은 산책길의 운치를 더한다.

자연 속에 새겨진 과거의 흔적 온달산성과 선암계곡
촘촘하게 돌을 쌓아 만들어진 성곽, 온달산성은 단양군 영춘면 성산에 요새처럼 우뚝 서 있다. 삼국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산성은 고구려 온달 장군이 신라군의 침입을 막기 위해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온달산성을 둘러보려면 1시간 정도 산행을 해야 한다. 산에 오르면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하게 서 있는 온달산성이 보인다. 수많은 돌이 정교하게 쌓여 산 정상부를 빙 두르고 있는 성곽의 모습은 적이 침입할 일말의 틈도 보이지 않는다. 위쪽으로 올라가면 남한강과 소백산을 비롯한 단양의 전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선암계곡은 시원하고 맑은 물, 자연이 어루만져 다듬어낸 조각 작품 같은 바위, 녹음 진 나무들이 자리한다. 계곡은 단양팔경의 상선암·중선암·하선암을 품고 있어 더욱 신비롭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뽐낸다. 10㎞에 달하는 계곡을 제대로 즐겨본다.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거나 ‘선암골 생태유람길’을 천천히 걸으며 계곡의 절경에 취해본다. 상선암을 비롯한 일부 구간은 안전상의 문제로 출입을 제한하고 있어 눈으로만 감상한다.

온달산성
단양의 문화와 명소를 담다 단양노트
단양노트는 단양 로컬 상점이자 동네 서점이다. 단양노트의 주인장 이승준 씨(40)가 로컬 콘텐츠를 소재로 아이템을 기획하고 만들어 판매한다. 2016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이씨는 아버지가 있는 단양으로 귀촌했다.

“원래는 아버지의 헌책방 ‘새한서점’ 운영을 도우러 내려왔어요. 그러다 단양이라는 도시의 매력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단양을 소재로 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한 게 단양노트예요.”

2019년 문을 연 단양노트에는 유명 관광 명소부터 현지 가게까지, 단양 구석구석이 빼곡히 담겨 있다. 단양 관련 그림엽서·마그넷·안경닦이 등 수많은 물건이 가게 내에 진열돼 있다. 이씨는 작가들과 협업해 다양한 제품을 만들었다. 이 외에도 단양 여권을 구매한 후 관광 명소, 현지 가게 등에 들러 인증 도장을 받고, 날인 개수에 따라 기념품을 받을 수 있는 ‘단양 여권 스탬프 투어’ 등을 진행했다.

최근에는 단양노트 2호점으로 무인 기념품 가게도 오픈했다. 이씨는 “단양을 소개하는 책을 발간하거나 과거에 판매한 적이 있는 일회용 필름 카메라를 재판매하는 등, 사람들에게 다방면으로 단양의 추억을 선사하고 싶다”고 말한다.

마늘의 가치를 빵에 녹이다 단빵제빵소
단양 구경시장의 한 가게에서 먹음직스럽게 생긴 마늘빵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 빵은 이동연 씨(46)가 운영하는 단빵제빵소의 대표 메뉴다. 서울에서 치킨집을 하던 이씨는 2017년, 아버지 고향인 단양으로 귀촌했다. 그는 과거에 치킨집을 한 경험을 살려 ‘흑마늘누룽지닭강정’ 가게를 열었다. 그 이후, 재래시장의 전통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 트렌디한 마늘빵을 선보일 목적으로 닭강정집 건너편에 단빵제빵소를 열었다.

“‘마늘 요리 연구하는 청년들’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청년들과 함께 마늘빵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어요. 단양의 특산물인 마늘을 사용하는데, 15일 동안 숙성해 흑마늘로 만든 다음 갈아서 재료로 씁니다.”

그렇게 탄생한 메뉴가 바게트마늘빵·크림치즈마늘빵·흑마늘크림치즈마늘빵 등이다. 빵의 종류가 다양해 취향껏 골라 먹을 수 있고, 선물 세트도 판매해 선물용으로도 적당하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데다가 풍미 깊은 맛도 이 빵집의 큰 매력이다. 빵을 구매하려는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는 날이 비일비재하지만, 오랜 시간 기다려도 괜찮을 만큼 맛있다.

단양의 이야기 품은 맥주 단양브루어리
유봉균 씨(33)는 2022년부터 프리미엄 수제 맥주 전문점 단양브루어리를 운영하고 있다. 우연히 접한 수제 맥주의 깊고 진한 맛에 감명받아 그때부터 수제 맥주에 푹 빠졌고, 이후 단양의 매력에 이끌려 이곳에서 자신만의 맥주 문화를 만들겠다고 다짐하며 단양브루어리를 론칭했다. 유씨는 단양의 지역성과 개성을 담은 맥주를 제작하고 있다.

“저희 맥주는 벨기에 스타일을 기반으로 깊고 진한 맛을 추구해요. 한 모금에 감성과 여운을 담고 있어요.”

유씨는 묵직한 홉(맥주 특유의 향과 쓴맛을 내는 첨가물)의 향과 쌉싸름한 마무리가 인상적인 ‘새벽’, 은은한 과일향과 부드러운 질감, 높은 도수가 조화를 이루는 ‘황혼’ 등 다양한 제품을 내놓았다. 매장을 찾는 손님들에게는 맥주별 전용 잔과 적절한 서빙 온도를 제공하고, 맥주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수제 맥주에 진심인 유씨는 맥주를 매개로 지역 축제나 마켓과 연계한 협업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다. 이 외에도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테루아 맥주’ 출시도 꿈꾸고 있다.

감성 충만 한옥에서 보내는 시간 단촌서원고택
고즈넉한 한옥과 푸릇한 식물이 매력적인 이곳은 남지영 씨(55)의 한옥 펜션 단촌서원고택이다. 나이가 들면 한옥에서 살고 싶다는 남편의 뜻을 존중한 남씨는 때마침 좋은 기회가 생겨 단양의 한옥 고택을 매입했다.

“2011년쯤 고택을 매입하고 2012년 2월에 단양으로 귀촌했어요. 공간도 넓고 오랫동안 관리도 잘 안 되어 있어서 청소하거나 고칠 게 많았어요. 한옥을 리모델링하고, 식물을 가꾸거나 액자를 걸며 집에 생기를 불어넣었죠.”

그 뒤에는 한옥스테이 신청 등의 절차를 거쳐 2014년부터 한옥 펜션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자연과 함께하는 이 고택을 친구·연인·가족 등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이 찾고 있다. 그들은 낮에 고택 내 정원을 산책하고 무료 셀프 카페에서 음악을 들으며 차 한 잔의 여유를 만끽한다. 밤에는 은은한 조명이 켜지며 조성된 낭만적인 분위기 속에서 의자에 걸터앉아 밤하늘을 감상하기도 한다. 남씨는 앞으로도 고택을 더 가꾸고 발전시킬 예정이다.

“민화 수업을 듣고 있는데, 작품을 만들면 고택에 전시하고 싶어요.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도 생각 중이에요. 기회가 된다면 가수를 초대해 음악 콘서트를 열고 싶네요.”

<단양의 맛 품은 맛집>

속 풀어주는 복요리가 일품 경주식당

복요리 맛집이다. 복매운탕, 복지리, 복찜 등 복어를 활용해 다양한 요리를 선보인다. 그중 밀복 지리를 주문한다. 보글보글 끓으며 등장하는 밀복 지리에는 살이 두툼한 복어, 향긋한 미나리와 콩나물 등이 들어간다. 시원하고 맑은 국물을 먼저 들이켜고, 쫄깃한 복어를 소스에 버무린 콩나물과 함께 먹으면 금상첨화다.

마늘과 고기의 운명적 만남 백향담

단양 마늘을 사용한 수제 떡갈비와 마늘 석갈비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수제 떡갈비에는 다진 마늘과 흑마늘이 듬뿍 들어가 깔끔하고 깊은 맛이 난다. 떡갈비를 주문하면 고기 위에 마늘과 양파가 올려져 나온다. 알싸하고 달콤한 마늘과 고기의 풍부한 육즙이 잘 어울린다. 막국수와 함께 먹으면 떡갈비의 달콤함이 국수의 매콤짭짤함을 중화시킨다.

건강 가득한 마늘 밥상 장다리식당

단양 여행에서 마늘 요리는 빼놓을 수 없다. 장다리식당은 마늘 음식 전문점이다. 장다리마늘정식, 효자마늘정식 등 상차림이 다양하다. 장다리마늘정식에는 마늘 떡갈비, 마늘 비빔 육회, 마늘 솥밥 등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다양한 마늘 요리가 등장한다. 마늘이 음식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마늘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권할만 하다.

남한강 자연을 담은 맛 남한강쏘가리올갱이 단양본점

쏘가리 매운탕, 다슬기(올갱이) 요리 전문점이다. 쏘가리 매운탕도 유명하지만 자연산 다슬기로 만든 요리도 그에 못지않다. 식당의 대표 요리인 다슬기 해장국에는 다슬기·아욱 등이 들어간다. 자연산 다슬기를 손으로 하나하나 까는 수작업으로 다슬기의 비린 맛을 잡아내 깔끔하고 시원한 맛을 구현한다.

여름을 장식할 이색 빙수 제이비커피

구경시장 인근에 있는 제이비커피는 이색적인 빙수를 판매하는 디저트 카페다. 이곳에서 마늘 빙수, 도담삼봉 빙수를 만날 수 있다. 그중 마늘 빙수는 마늘을 주제로 만든 독창적인 디저트다. 마늘 모양을 하고 있지만, 마늘 맛은 아니다. 오히려 복숭아 맛과 향이 은은하게 난다. 제공된 삽 모양 숟가락으로 마늘 모양의 얼음을 깨면 그 속에 과일과 ‘후르츠칵테일’ ‘코코볼’ 등이 있어 상큼함, 달콤함 등 다채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

글 김민선 기자 | 사진 임승수(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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