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 없이, 구르자 세계로!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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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라면 가져야 할 미덕, 책장 반절 이상을 메우는 이국적 사진과 범인들은 엄두도 못 낸 오지로의 탐험.
'구르님'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바퀴 달린' 여행자 김지우의 여행 에세이는 이런 통념을 깨부수는 것으로 시작한다.
단 한장의 사진 없이도 209쪽의 여행 수기를 매끄럽게 굴려낸다.
내게 손을 내밀 이가 있음을 의심하지 않고, '하고 싶다'는 나를 의심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 구르님의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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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라면 가져야 할 미덕, 책장 반절 이상을 메우는 이국적 사진과 범인들은 엄두도 못 낸 오지로의 탐험. ‘구르님’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바퀴 달린’ 여행자 김지우의 여행 에세이는 이런 통념을 깨부수는 것으로 시작한다. 단 한장의 사진 없이도 209쪽의 여행 수기를 매끄럽게 굴려낸다.
뇌성마비 장애인, 국외여행, 휠체어. ‘괜찮겠어?’라는 말을 수없이 부를 정도로 작가는 걱정 어린 시선을 받으며 비행기에 오른다. 우려만큼 ‘접근 가능’하다던 파리의 기차엔 턱없이 높은 계단이 있었고, 독일에서도 미리 신청한 리프트가 오지 않기도 했다. 평지일 줄만 알았던 호주의 피시 앤 칩스 맛집 앞엔 60도의 경사로가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의심 없는 마음’이라는 제목처럼 저자는 힘차게 세계를 향해 굴러간다. 갑자기 나타난 환승 플랫폼의 계단엔 ‘무슈(신사분)!’라고 외친 애인과 함께 휠체어째로 들어 올려졌다. 호주 토르케이 해변에서 열린 서핑 수업에선 “익숙했던 벤치에 머무르는 일” 대신 ‘서핑을 하고 싶은 나’의 마음을 꺼내놓는다. 내게 손을 내밀 이가 있음을 의심하지 않고, ‘하고 싶다’는 나를 의심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 구르님의 여행이다.
작가는 “여행은 작은 시도를 끊임없이 마주하는 일”이며 “이 책은 그런 사소한 성공의 모음집”이라고 말한다. 소셜미디어를 메우곤 하는 절경도, 매끄럽고 벅찬 장애인의 성장 서사도 없다. 하지만 한 장애 청년이 야금야금 자신의 세계를 넓혀가는 방식을 엿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독자들은 구르님과 그의 글에 매력을 느낄 것이다.
유정아 기자 ver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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