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철살인 칼럼니스트, 그는 열일곱 이민 여성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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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원제는 '아래층 소녀(The Downstairs Girl)', 소설의 배경은 1890년 미국 애틀랜타.
노예제는 폐지됐으나 인종주의는 여전히 심각했고, 중국인에겐 시민권이 주어지지 않아 부동산을 소유하거나 임대할 수 없기에 남의 집 '아래층'에 몰래 숨어 사는 열일곱살 중국인 여성 조 콴의 이야기다.
조가 사는 '아래층' 공간의 구도에서는 그림책 '엄마가 수놓은 길'(재클린 우드슨 글·허드슨 탤벗 그림, 최순희 옮김, 주니어 RHK, 2022)이 연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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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원제는 ‘아래층 소녀(The Downstairs Girl)’, 소설의 배경은 1890년 미국 애틀랜타. 노예제는 폐지됐으나 인종주의는 여전히 심각했고, 중국인에겐 시민권이 주어지지 않아 부동산을 소유하거나 임대할 수 없기에 남의 집 ‘아래층’에 몰래 숨어 사는 열일곱살 중국인 여성 조 콴의 이야기다. 조 콴이 인종(유색인), 계급(가난한 불법체류자), 성별(여성), 나이(청소년)라는 이중, 삼중의 억압을 겪어내고 하나씩 해체하는 과정을 유쾌하게 보여준다.
조는 자기를 키워준 중국인 노인 올드 진과 함께 ‘포커스’ 신문을 운영하는 집안의 지하실에서 수년간 살고 있다. 그가 사는 ‘아래층’에는 과거 노예 폐지론자들이 ‘위층’의 일을 엿듣기 위해 설치한 배관이 있다. 배관에서 들리는 대화를 통해 어느날 조는 독자를 늘리지 못하면 신문사를 닫고 집이 다른 임대인에게 넘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유색인종 차별로 일자리를 잃은 상황에서 주거지까지 잃을 수 없던 조는 신문사에 필명으로 칼럼을 투고했고, 고민 상담 칼럼이 연재되면서 독자에게 큰 인기를 얻어 위기를 모면한다. 학교 교육도 받지 못한 이민자 조가 칼럼니스트로 사회적 발언을 하고, 시민권도 없던 자신의 자리를 개척해 낸다.
조가 사는 ‘아래층’ 공간의 구도에서는 그림책 ‘엄마가 수놓은 길’(재클린 우드슨 글·허드슨 탤벗 그림, 최순희 옮김, 주니어 RHK, 2022)이 연상된다. 흑인 노예 탈출을 도운 비밀 조직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와, 탈출에 필요한 비밀 지도를 퀼트 조각보에 새기며 끝내 해방을 쟁취한 이들의 이야기. 조가 겪은 이중의 억압에서는 베스트셀러 소설로 애플 티비에서 드라마로도 잘 만들어낸 ‘파친코’가 떠오르기도 한다. 1800년대 후반 미국의 중국인과 1900년대 초중반 일본의 한국인의 삶은 디아스포라로 겹치고, 오늘날 모든 디아스포라에까지 확장된다. 낯선 땅에서 차별을 감내했던 그들의 고난은 지금 이 시각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우리 세계의 차별을 성찰하게 하고, 변화하도록 요청한다. ‘파친코’가 일제강점기 한국인의 고난과 민족주의적 울분을 넘어 오늘날 전 세계인에게 호소력 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던 지점이다.
조가 겪은 여러 차별의 양상은 여러 정체성의 차이를 결코 뭉뚱그리지 않는 방향으로 드러난다. 조는 ‘자전거: 우리는 미래를 향해 페달을 밟는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성차별에 반박한다. “여성들이 자전거를 타는 것에 대해 경계심을 갖는 이들에게, 냄새가 나지 않는 말들을 키워 보라고 말하고자 합니다! (중략) 여성들이여, 왜 남성들만 그런 즐거움을 누려야 할까요? 심부름을 두배나 빠른 속도로 다녀올 수 있고, 팔다리 운동도 할 수 있는데요.”
동시에 중산층 백인 여성의 참정권 운동을 자신과는 관련 없는 일이라 여기고, 그 그룹에서 배척받기도 한다. “나는 여성 참정권자들을 상상한다. 풀 먹인 치마를 끌고 인도 위를 걷는 개혁적 사상을 가진 중산층 여성들이겠지. 나와는 공통점이 거의 없는 여성들이다. 그림자 속에 사는 이들은 하늘을 향해 주먹을 쳐들지 않는다. 눈에 띄지 않게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여성들에게 투표권이 주어진다 해도, 동양인들은 여전히 뒤에 남을 것이다.”
인종과 계급에 따른 교차성이 숨김없이 드러나는 가운데 오늘 각자의 자리에서 때론 갈등하고, 때론 연대하는 과정을 돌아보게 한다.
김유진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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