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학적으로 '가장 좋은' 로또 전략 [생활 속, 수학의 정석]

2025. 7. 4.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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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의 일이다.

모 방송국에서 로또 조작설에 관한 자문을 요청하는 전화가 걸려왔다.

로또 1등 당첨자가 무려 36명이나 나와 조작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며, 로또의 공정성에 대해 자문해줄 수 있겠냐는 요청이었다.

그러나 로또 조작설은 전혀 근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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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MBC 상암동 스튜디오에서 대국민 로또 추첨 공개 방송에 앞서 추첨기 테스트를 하고 있다. 뉴스1

몇 달 전의 일이다. 모 방송국에서 로또 조작설에 관한 자문을 요청하는 전화가 걸려왔다. 로또 1등 당첨자가 무려 36명이나 나와 조작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며, 로또의 공정성에 대해 자문해줄 수 있겠냐는 요청이었다. 사실 작년 이맘때에도 1등 당첨자가 63명이나 나오면서 한동안 로또 조작설로 떠들썩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1등 당첨금은 4억 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으니, 로또로 인생 역전을 꿈꾸던 사람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운 금액이었을 것이다.

로또 1등의 당첨 확률은 약 800만 분의 1이고, 2023년 기준 로또 1회차 판매 티켓 수는 1억 장을 조금 넘는다. 이를 고려하면 평균적으로 약 13명 정도의 1등 당첨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1등에 당첨된다는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로또 조작설의 진실을 알아보기에 앞서, 먼저 로또의 역사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보자.

근대 로또의 효시는 놀랍게도 카사노바에게서 시작된다. 카사노바 하면 바람둥이나 사기꾼 같은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사실 그는 수학과 통계학에 능통했고 근대 로또 시스템을 최초로 도입한 인물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로또가 역사 속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점은 1757년으로, 카사노바가 프랑스 왕실의 재정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대적 로또 시스템의 도입을 제안하였다. 이 로또는 1758년부터 1836년까지 운영되었으며, 한때 프랑스 정부 예산의 2~4%에 해당하는 수입을 벌어들이며 중요한 재정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카사노바가 로또를 도입하던 시기에도 로또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은 존재했으며, 당시에도 당첨 번호를 알려준다는 책자들이 팔리기도 했다. 그러나 로또 조작설은 전혀 근거가 없다. 실제로 카사노바가 운영하던 프랑스 복권의 당첨 번호 기록이 현재까지 남아 있으며, 이를 토대로 한 통계적 분석에서도 조작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동행복권도 특정 번호가 더 자주 뽑힌다는 증거는 없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1등 당첨자가 많이 나오는 걸까? 그 이유는 사람들이 특정 번호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음과 같은 예를 들어보자. 주사위의 눈에 12명이 돈을 거는 상황을 상상해보자. 만약 각 사람이 로또 추출기를 사용해서 무작위로 하나의 눈에 돈을 건다면, 평균적으로 매 회차마다 당첨자는 2명 정도 나올 것이다. 하지만 만약 12명 중 모두 1, 2, 3번에만 집중해서 돈을 건다면, 2번에 한번 꼴로 당첨자는 나오지 않지만 당첨자가 나오는 경우 평균적으로 4명이 나올 것이다.

결론적으로, 로또가 공정하게 운영된다는 전제하에 가장 좋은 전략은 무엇일까. 정답은 사람들이 잘 선택하지 않는 번호를 골라서 1등 상금을 독차지하는 것이다!

장원철 서울대 통계학과·융합데이터과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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