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일제항거…뜨거웠던 밀양 정신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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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밀양시에서 뜻깊은 책 소식이 잇따라 왔다.
한국 문단의 원로 김춘복(87) 소설가는 중편소설집 '알퐁소와 긴조 9호'를 최근 펴냈다.
리얼리즘 작가로서 세상을 더 낫게 만들고자 몸을 던졌고, 밀양에 독립운동기념관이 들어서는 데 힘을 보태는 등 밀양의 기풍과 의열 정신 선양에 앞장선 작가 김춘복의 삶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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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폭탄이 아니외다- 이응인 시집/수우당/1만2000원
- 김춘복 소설 ‘알퐁소와 긴조 9호’
- 독재정권 폭력성 숨 가쁘게 추적
- 이응인 ‘이건 폭탄이 아니외다…’
- 독립운동 주역들 보듬어 안는 詩
경남 밀양시에서 뜻깊은 책 소식이 잇따라 왔다. 한국 문단의 원로 김춘복(87) 소설가는 중편소설집 ‘알퐁소와 긴조 9호’를 최근 펴냈다. 한국 시단의 중진 이응인(63) 시인은 시집 ‘이건 폭탄이 아니외다-일제에 항거한 밀양 사람들’을 내놓았다. 작가 김춘복과 시인 이응인은 유서 깊은 고장 밀양을 지키며 창작과 지역문화 활동을 오랜 세월 활발히 펼쳤다. 이런 활동은 정신문화 자산이 많고 인문 자원이 풍성한 밀양의 예술·문화 그리고 정신을 가꾸는 데 힘을 보탰다.

김춘복 작가의 중편소설집 ‘알퐁소와 긴조 9호’에는 소설 ‘알퐁소와 긴조 9호’ ‘조지나 강사네’ ‘산적과 똘만이들’(원제 ‘선생님, 집에 잘 다녀왔습니다’)이 있고 부록으로 ‘탐방기: 배달겨레의 뿌리를 찾아서’(원제 ‘자연문화회 신불사 탐방기’)를 담았다. 여기에 인문학자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의 작품 해설 ‘도깨비방망이 찾기’와 김춘복 작가의 상세한 연보를 실었다. 이 한 권으로 소설가 김춘복의 세계를 어느 정도 접할 수 있다.
표제작 ‘알퐁소와 긴조 9호’는 1970년대 유신 독재 시절 실제 일어났던 시국 사건 ‘안동교구 가톨릭농민회 오원춘 사건’의 진상과 실체를 숨 가쁘게 추적하는 소설이다. 문예지 ‘경남작가’에 2001년 발표한 작품이다. 독재정권의 권력욕과 폭력성이 한 인간의 삶을 어디까지 파괴할 수 있는지 치열하게 뒤쫓는다. 하드보일드(건조하면서도 진지한 문체로 사건을 쫓아감)의 느낌이 있다.
’조지나 강사네’는 완고한 가부장 심리와 제도가 대도시에서부터 균열이 나고 아버지의 권력과 권위주의에도 ‘민주화’가 오던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세태 소설이다. 2019년 윤민영 연출로 서울 세실극장에 오른 연극 ‘아버지와 다락방’의 원작이기도 하다. ‘산적과 똘만이들’은 1980년대 중등 교육 현장을 무대로 참다운 교육을 꿈꾸며 싸운 이들의 용기와 실천을 그린다. 세 편 모두 치열하고 ‘젊은’ 느낌이다. 리얼리즘 작가로서 세상을 더 낫게 만들고자 몸을 던졌고, 밀양에 독립운동기념관이 들어서는 데 힘을 보태는 등 밀양의 기풍과 의열 정신 선양에 앞장선 작가 김춘복의 삶이 엿보인다.

이응인 시인은 ‘알퐁소와 긴조 9호’의 교정 담당자 4인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김춘복 작가와 호흡을 맞추며 밀양에서 활동해 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가 내놓은 시집 ‘이건 폭탄이 아니외다-일제에 항거한 밀양 사람들’은 눈길을 사로잡았다. 밀양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강력하고 끈질기게 펼친 고장이다. 뜨거운 항일 투쟁 단체였던 의열단과 이 조직을 이끈 김원봉의 고향 정도로 밀양을 인식하는 사람이 많지만, 파고 들어가면 밀양 사람들이 남긴 항일 독립 투쟁 유산과 정신은 훨씬 많다.
밀양 세종중학교에서 아이들을 평생 가르치며 인상 깊은 시 세계를 가꾼 이응인 시인은 시집 ‘이건 폭탄이 아니외다’에서 밀양 항일 독립 투쟁 주역들을 일일이 부르며 밀양 근현대사를 보듬어 안는다. 서시 격인 ‘미리벌의 노래’는 아름답고 다정하다. 한 고장에 오래 살며 그 고장을 지극히 사랑하지 않는다면 못 나올 시다. 시집 목차를 살피면, 시를 쓴 시인의 마음을 느끼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제가 똥통에 넣었습니다-동화학교 을강 선생님 전’ ‘밀양도 가만있을 수 없소이다-3·1 밀양 만세운동’ ‘이건 폭탄이 아니외다-밀양경찰서에 심장을 던진 청년 최수봉’…. 이렇게 시 27편을 엮었다. 밀양의 신여성 고원섭 선생을 다룬 시를 비롯해 인상 깊은 장면이 잇따라 나온다. 뜻깊은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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