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수영 첫 장편 '작고 귀엽고 통제 가능한', 돌봄의 민낯을 문학으로 해부하다

곽성일 기자 2025. 7. 3.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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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스터 실종 사건을 중심으로 드러나는 통제된 애정과 억압의 구조를 날카롭게 조명
교육·가족·사회 시스템 속 ‘훈육’과 ‘사랑’의 경계에서 돌봄의 본질을 되묻는 서사
작고 귀엽고 통제 가능한 표지.
도수영의 첫 장편소설 『작고 귀엽고 통제 가능한』(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이 출간됐다. 한 마리 햄스터의 실종으로 시작된 이 소설은 돌봄과 통제, 애정과 폭력의 경계를 치열하게 묻는다. 무엇이 진짜 돌봄이고, 돌봄이란 이름 아래 우리는 누구를, 어떻게 길들이고 있었던가.

햄스터는 집을 나갔고, 사람들은 동요한다. 누군가는 그 작고 귀여운 존재를 걱정하고, 누군가는 자신의 손아귀를 벗어난 존재에 분노한다. 이 단순한 사건은 곧 가족 돌봄, 아동 교육, 반려동물 관리, 교사의 책무 등 한국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관리 가능한 돌봄'의 강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작고 귀엽고 통제 가능한』은 애정의 탈을 쓴 억압과 통제의 실체를 일상 속에서 천천히 벗겨낸다.

작가 도수영은 초등학교 교사로 15년간 재직한 경험을 토대로, '훈육과 교육, 그리고 돌봄의 균열'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고통스럽도록 정확하게 포착해낸다. 다섯 편의 연작소설로 구성된 이 책은 형식상 독립적이면서도 정교하게 얽혀 있으며, 그 중심에는 '햄스터'가 있다. 단지 귀엽고 사랑스러운 반려동물이 아니라, 돌봄의 대상이자 동시에 그것을 거부하는 주체로서의 햄스터는 작품 전체를 통과하는 은유이자 주인공이다.

소설 속 주인공 '현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소설가를 꿈꾸는 인물이다. 어느 날, 햄스터를 잃어버린 여자 '혜원'을 만나게 되고, 그의 삶은 전환점을 맞는다. 혜원의 고급스러운 집과 반려동물의 세계에 매료된 현수는 어느 순간 '햄스터'가 되기로 선택한다. 소설은 이후 돌봄과 통제, 창작과 자율성의 역학을 환상적인 장치 속에서 밀도 높게 탐색한다. "달콤한 케이지 속에서 글을 쓸 것인가, 아니면 자유롭게 욕망을 따라갈 것인가?"라는 질문은 단순한 메타픽션을 넘어, 현실의 교육과 양육의 본질을 되묻는다.

이어지는 이야기에서는 현실의 돌봄 구조, 특히 교육 시스템이 안고 있는 불균형과 왜곡을 보다 사실적으로 조명한다. 아동학대 조사관 앞에 선 한 초등교사는 아이들과 부모, 그리고 교사로서의 자기 자신에 대해 진술을 시작한다. 부모의 기대와 교사의 판단 사이에서 흔들리는 교실, 쉽게 법적 조치로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교육의 본질은 무엇인가. '가르치는 일'이 외면당하는 오늘, 교사의 진술은 단순한 서술을 넘어 시대의 증언이 된다.

작은 존재를 사랑하는 마음은 결코 죄가 아니다. 하지만 그 사랑이 통제라는 이름으로 변질될 때, 그것은 폭력의 씨앗이 된다. 초등학생 미주의 이야기를 다룬 마지막 장은 이 책이 겨누고 있는 문제의식을 가장 날 것 그대로 보여준다. 사랑했던 햄스터가 타인에 의해 잔인하게 다뤄지는 경험은 미주에게 치명적인 충격이지만, 동시에 자립과 선택, 그리고 책임의 세계로 나아가는 통로이기도 하다.

『작고 귀엽고 통제 가능한』은 "우리가 돌보고 있다 생각했던 대상이 실은 우리를 돌보고 있었다"는 역설을, 다정하면서도 잔혹한 이야기로 풀어낸다. 도수영은 우리가 돌봄이라 부르는 관계의 민낯을 응시하게 하며, 그 틈새에서 새로운 윤리의 감각을 길어 올린다. 돌봄이란 무엇인가. 이 책은 그 질문에 오래 남는 서사를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