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현관문 배상비 물어준 조례 ‘9년 만 폐지’…왜?
상위법령 중복·상충…뒤늦게 ‘정비’
"시민에 불리한 조항 있어 존치 시 문제"
실제 보상 사례 드물어 영향 제한적일 듯

지난 2월 광주에서 인명구조를 하다 현관문 수리비 800만 원 배상 청구를 받은 소방관에 대한 지원 근거가 된 광주시 조례가 9년 만에 폐지된다.
3일 광주광역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1일 '재난현장활동 물적 손실 보상 조례 폐지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조례는 소방관이 재난 현장 활동 중 인명구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활동중 발생한 시민 재산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상위법과 조례가 중복·상충된다는 이유로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앞서 재난현장활동 손실 보상 조례는 지난 2017년 12월 15일 제정됐다. 하지만 상위법인 '소방기본법'이 불과 11일 뒤인 같은해 12월 26일, '손실보상 절차에 관한 규정'이 2018년 9월 18일 각각 제·개정되면서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해당 조례안과 상위법인 소방기본법은 소멸시효·보상범위·소액사건·보상금결정일 등이 달라 중복·상충 문제가 발생했다.
조례는 소멸시효가 '발생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이며, 사망·부상이 미포함 된다. 100만 원 이하 소액사건은 심의회도 개최하지 않고, 보상금 결정도 접수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된다.
반면 소방기본법은 소멸시효를 안 날로부터 3년, 발생일로부터 5년으로 더 길다. 사망·부상도 포함되며, 소액사건도 소방령 이상 3인이 심의회를 운영한다. 보상금은 접수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지급 결정이 내려진다.
조례가 존치될 경우 보상 청구 소멸시효가 '발생일로부터 6개월'로 제한되지만 상위법은 '3년 또는 5년'으로 규정하고 있어, 오히려 시민에게 불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조례 폐지로 인해 시민 보상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다. 2017년 조례 제정 이후 실제 보상 사례는 드물었다. 2022년 1건과 올해 1건이 전부다.
지난 2월 북부소방서 소방대원이 인명 구조를 위해 강제로 개방한 현관문 수리비 800만 원을 청구 당했을 때 강기정 시장이 직접 나서 조례를 근거로 배상 금액을 지원한 바 있다.
조례 제정 후 1년 이내 상위법이 개정되면서 내용이 중복·상충됐지만 9년 동안 개정·폐지하지 않다가 이제서야 조례 정비에 나선 점은 뒷북 행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광주시 관계자는 "조례 제정 당시에는 소방기본법 등 상위법에 세부 보상 절차가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아 별도의 조례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후 법령이 개정되며 보상 절차와 기준이 모두 상위법에 포함됐고, 조례와 상위법이 일부 상충되는 부분도 생겼다"고 말했다.
조례를 개정하지 않고 폐지하는 이유에 대해선 "상위법이 바뀔 때마다 조례를 계속 수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이미 관련 법령과 훈령에 모든 절차와 기준이 포함돼 있다. 이중 규정에 따른 행정 비효율도 고려했다"며 "향후 법령이 시도 조례에 위임하는 사항이 생기면 그때 다시 제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성빈 기자 ksb@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