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오줌보 [말글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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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한 고백 하나.
스무살 때 운 좋게 대학을 다니게 되었다.
시절이 공부보다 술을 부르는 때라, 선배들과 매일 '금산호프'에서 김빠진 맥주를 마셨더랬다.
그들의 환심을 사게 된 건 우습게도, 나의 '예쁜 오줌보'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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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한심한 고백 하나. 스무살 때 운 좋게 대학을 다니게 되었다. 시절이 공부보다 술을 부르는 때라, 선배들과 매일 ‘금산호프’에서 김빠진 맥주를 마셨더랬다. ‘첫 끗발이 개끗발’이라지만, 첫출발이 썩 나쁘지 않았다. 선배들이 귀여워했으니까. 그들의 환심을 사게 된 건 우습게도, 나의 ‘예쁜 오줌보’ 때문이었다. 맥주를 마신 선배들이 번갈아 가며 서너번씩 화장실에 갔다 올 동안 한번도 가지 않고 얌전한 몸매와 우아한 자태로 선배들의 ‘야부리’를 묵묵히 들어주었으니까 얼마나 귀엽고 믿음직스러웠겠나.
대왕고래의 방광을 갖고 있을 리 없으니, 나도 화장실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예쁜 오줌보’라 불렸고 예쁜 오줌보는 화장실에 자주 가지 않아야 했다.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점점 더 참게 되었다.(이런 것도 ‘단련’이라 해야 할까?) 내가 화장실에 가겠다며 일어서면 모두들 좋은 구경거리를 만난 것처럼 탄성과 환호를 보냈다. “니가 화장실을 간다구?”(아쉬움이려나?)
몇달이 지나자, 나는 정말로 나를 ‘예쁜 오줌보’라고 생각했고 거기에 걸맞게 행동했다. 터질 지경이 아닌 한, 사람들 앞에서 화장실을 가지 않았다(지금도 그런 마음의 습관이 남아 있다). 사람들을 실망시킬 순 없었다. 마려워도 일행과 헤어지고 나서야 공중화장실에 가서 (아무도 몰래) 장쾌하게 오줌을 누었다.
그런 것 같다. 사람이 무엇으로 불리게 되는 건 대부분 오해와 오독 때문이지만, 그렇게 불리기 시작하면 자신도 그런 몸과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 여기게 된다. 그 말을 따라 그렇게 산다. 그 말에 거역하고자 할 때에도 그 말과 계속 씨름하게 된다. 말은 존재와 의식을 규정한다. 어리석은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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