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 부활” 목소리에 따른 ‘로스쿨 폐지론’ 논란 점화
“장학 제도 활성화돼 장점 더 많다” 반대 의견도 팽팽
(시사저널=이태준 기자)

'사법시험(이하 사시)' 부활 논쟁이 재점화됐다. 법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공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취지로 2009년 도입된 로스쿨 제도가 존폐 위기에 놓이게 되면서다. "법조인 양성 루트로 (로스쿨 제도는)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 그 촉매제 역할을 했다.
사시 부활 주장은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이래로 꾸준히 제기됐다. 로스쿨의 높은 등록금 탓에 입학할 여력이 안되는 수험생들 입장에선 허들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부모의 경제력이 로스쿨 입학 여부를 결정한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여기서 비롯됐다.
과거 사시는 개천에서 용을 배출할 수 있는 유일한 계층 이동의 사다리였다. 고교 학력으로 사시에 합격해 국회의원을 거쳐 대통령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표적 사례다. 고시 낭인을 양성한다는 비판도 공존했지만, 국가 주도로 법조인을 선발한다는 점에서 공공성과 신뢰도가 높다는 장점이 컸다.
로스쿨 둘러싼 입장 차 여전…'인재 용광로' 對 '현대판 음서제'
변호사들의 생각은 다르다. 전공 제한 없이 다양한 배경의 인재들이 지원할 수 있어 법조계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높일 수 있기에 로스쿨 제도는 득이라는 데에 큰 이견이 없다. 특히 로스쿨 입시는 법학적성시험(LEET), 학점, 자기소개서, 면접 등 다양한 요소로 종합 평가하기에 선발 시스템도 공정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로스쿨 존치론자들은 '현대판 음서제'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로스쿨 내에는 성적 우수자와 저소득층 등을 위한 다양한 장학금 제도가 있어 학업을 이행하는 데에 큰 부담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도리어 학자금 대출 제도가 있어 재학 기간동안 비용에 대한 고민을 크게 하지 않는 학생들이 더 많다고 항변한다.
이 밖에도 미국, 일본, 유럽 등에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도 확장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로스쿨 졸업 후엔 동문과 멘토·멘티 관계를 맺어 인적 교류를 꾸준히 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반면, 로스쿨 폐지론자들은 '오탈자(변호사 시험에 5번 탈락하는 수험생)'가 되면 퇴로 없는 상태로 전락하는 것은 사시와 매한가지라고 주장한다. 변호사 시험도 응시 횟수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꼬집는 것이다.
또 로스쿨 출신에 따라 실질 소득 격차가 크다는 점도 지적한다. 상위권 로스쿨에 입학한 수험생들은 대형로펌에 입사하고, 그렇지 않은 수험생들은 개업 변호사로 내쫓기거나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진다는 점에 주목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들은 변호사 자격 취득 후에도 취업 경쟁이 심하게 된 원인은 로스쿨 제도 탓이라고 생각한다.
로스쿨 제도 전반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로스쿨 폐지론자와 존치론자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다. 결원보충제 폐지가 대표적이다. 또 일부 로스쿨은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30% 이하를 웃돌고 있다보니, 법조인 양성 기관으로서의 능력을 의심받는 상황이다. 때문에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능력이 부족한 로스쿨은 과감하게 통폐합 또는 인가 취소를 통해 구조 조정을 하자"는 입장도 내놓았다.
법조계 "선별 방식보다는 수급 문제 해결이 먼저"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제도 변화의 주체가 될 행정부의 입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2년 사시 일부를 부활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로스쿨과 병행해 학력제한 없이 법조인의 길로 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 최근 이 대통령은 "(로스쿨 제도가) 과거제가 아니라 음서제가 되는 건 아닌가 걱정을 잠깐 했었다"라는 발언도 공식 석상에서 한 바 있다. 소년공 출신인 이 대통령이 사시를 통해 제도권에 진입한 것도 사시 부활 가능성에 영향을 주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다만 법조계에선 로스쿨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섣불리 폐지하는 것은 사회적 부담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좋지 않다고 지적한다. 도리어 현재 법조계의 가장 큰 문제인 변호사 배출 수를 조정하는 것이 더 현실적 대안이라고 본다. 곽준호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법 전문)는 "완벽한 제도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문제가 있으면 수정해서 제도를 잘 운용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국민들에게 중요한 것은 변호사를 선별하는 방식보다는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법조인을 양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에 수급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세선 법률사무소 번화 대표변호사는 "1년에 1700여명의 변호사가 대량으로 배출되다 보니 저가 수임 경쟁이 활발해졌다. 질적 저하가 생긴 것도 여기서 비롯됐다"며 "현재 법조계가 직면한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사시 부활을 논하는 것이 순서상 맞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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