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미국 계약업체 직원, 가자 주민 향해 실탄 발포”···미국·이스라엘 총격 받는 가자 주민들
구호품 받으러 온 가자 주민 향해 실탄 발포
최소 1명 총격에 쓰러져···섬광판 파편에 쓰러지기도
이스라엘, 가자 해변카페 폭격에 230㎏ 폭탄 사용
하마스 “이스라엘과 휴전안 검토”

굶주린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구호품을 얻기 위해 좁은 통로로 몰려들자 섬광탄에서 나온 듯한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른다. 연기 사이로 “탕! 탕!” 총격 소리가 연이어 들린다. 한 여성은 섬광탄 파편에 머리를 맞아 당나귀가 끄는 수레 위에 쓰러져 있다.
AP 통신은 3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 주도의 가자인도주의재단(GHF) 배급소와 보안 계약을 맺은 미국 업체 직원들이 가자지구 주민을 향해 실탄을 쏘고 있다고 보도했다. AP는 미국 업체 직원들의 증언, 현장 영상, 내부 보고서 등을 토대로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던 GHF 배급소의 실태를 전했다.
익명을 조건으로 AP와 인터뷰한 보안요원 고용 하청업체 US 솔루션스의 두 계약업체 직원은 보안요원들이 중무장을 한 채 특별한 위협이 없어도 배급 때마다 주민들을 향해 실탄을 쏘고 섬광탄, 후추 스프레이를 사용한다고 전했다. 이 직원은 최소한 한 명이 총에 맞아 쓰러지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GHF는 이스라엘이 지난 3월부터 11주 동안 가자지구를 완전 봉쇄하고 식량, 물, 의약품을 통제해 가자지구 230만명 주민이 기근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미국과 이스라엘 주도로 설립됐다. GHF 배급소가 지난 5월27일 문을 연 이후 구호품을 받기 위해 배급소로 향하던 가자지구 주민 500명 이상이 이스라엘군의 발포로 사망했다.
이번 보도로 배급소 주변에서 미국 계약업체 직원들이 발포하고 있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AP에 영상을 제공한 직원은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과 미국의 총격 사이에 끼어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GHF 운영을 위해 3000만달러(약 408억원) 지원을 승인했다.
AP가 입수한 영상을 보면 중무장한 계약업체 직원은 가자지구 주민이 구호품을 받기 위해 몰려들자 해산 방법을 논의했고 연이어 15발의 총격음이 들린다. 한 사람이 “당신이 한 명을 맞힌 것 같다”고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 영상은 배급소가 문을 열고 2주가 지나지 않은 때에 촬영된 것이다.
이 영상을 촬영한 직원은 다른 직원이 주민을 향해 발포하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그들은 현장에 설치된 탑과 흙더미 위에서 주민들을 향해 실탄을 쐈으며 한 남자가 땅에 쓰러지는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이 직원이 제공한 다른 사진에선 한 여성이 섬광탄 파편에 머리를 맞고 수레 위에 쓰러져 있었다.

AP가 입수한 계약업체 내부 문자 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배급품을 한 번 배포할 때 섬광탄 37개, 광역 살포용 최루탄인 ‘스캣 셸’ 27개, 후추 스프레이 60개를 사용했다고 돼 있다. 이 집계에 실탄은 포함되지 않았다.
AP는 항공 이미지로 영상의 위치를 확인하고 음성 포렌식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해 음성이 조작된 흔적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이 카메라로 배급 현장을 모니터링하며 생체 인식 시스템을 활용해 주민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계약업체 직원은 미국 분석가와 이스라엘군이 나란히 앉아 카메라에 찍힌 영상을 분석하며 영상 속 인물이 데이터에 있을 경우 이름과 나이가 컴퓨터 화면에 나타난다고 전했다.
GHF가 하청을 준 물류업체 세이프 리치 솔루션스 대변인은 현재까지 배급현장에 심각한 부상자는 없었으며 보안업체 직원들이 군중 통제를 위해 땅이나 주민들에게서 떨어진 곳으로 발포했다고 밝혔다.

한편 가디언은 지난달 30일 이스라엘군이 폭격한 가자시티 해변 카페에서 230㎏짜리 폭탄 잔해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발견된 폭탄 잔해는 MK-82 다목적 폭탄으로, 미군이 주요 폭격 작전에서 사용해온 무기다. 국제법 전문가들은 어린이, 여성, 노인 등 민간인이 있는 지역에 중화기를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며 전쟁 범죄에 해당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카페 폭격으로 24~36명의 주민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다쳤으며, 이 가운데 4세, 12세, 14세 어린이가 포함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이스라엘과의 휴전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마스는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제안에 대해 “논의를 위한 국가적 협의를 수행하고 있다”며 “침략 종식, (이스라엘군의) 철수, 가자지구 주민 지원 등을 보장하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교장관은 전날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휴전 및 인질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에 진지하게 임할 준비가 돼 있다”며 “가능한 한 빨리 회담이 시작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미국이 제안한 협상안에는 60일 휴전 기간 하마스가 생존 인질 10명을 석방하고 나머지 인질은 종전에 도달하면 석방하는 방안이 담겼다. 현재 가자지구에 남은 인질은 50명으로 추정되며 이 중 생존자는 20명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오는 7일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가자지구 휴전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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