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끼 야채로 10㎏ 빼 … 기훈이라면 밥 안 먹었을 것"
극단적 선택으로 끝난 결말엔
"그런 엔딩일줄 몰라 놀랐지만
작품성 강조 감독 의도 지지"

"오징어 게임으로 전 세계적으로 팬분들이 많이 생겼잖아요. 사실 저도 이렇게 큰 지지와 사랑을 받은 적은 없었죠. 그래서 무엇이 됐든 최대한의 노력을 해보고 싶었고,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무엇 중 하나가 그런 외형적인 변화를 보여드리는 것이었죠."
지난달 27일 시즌3 공개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 '오징어 게임'의 주연 배우 이정재는 시즌2·3를 촬영하는 1년 남짓의 시간 동안 삼시세끼 찐 야채만 먹으며 체중을 감량한 이유는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공개된 시즌2와 하나의 이야기로 쓰인 시즌3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왔지만 반란에 실패한 성기훈(이정재)과 그를 계속 시험하는 프론트맨(이병헌), 잔인한 게임 속 참가자들의 마지막 운명을 그렸다. 극 중 기훈은 목숨을 건 게임의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눈에 띄게 말라간다.
3일 서울 종로구 인근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이정재는 "오징어 게임장의 기본 룰은 '밥은 먹인다'는 거다. 그래서 김밥도 나눠주고 옛날 도시락이나 빵도 준다"며 "그런데 기훈이 과연 이걸 먹을까 생각하니 안 먹을 것 같았다.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고 패닉에 휩싸이다 보면 신체가 마른 오징어처럼 쪼그라들기도 하는데, 그런 게 화면에 잘 묻어난다면 한번 해보면 어떨까 생각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정재는 촬영 기간 회식에도 참석하지 않으면서 총 10㎏을 감량했다. 그는 "세트장에 매일 밥차가 오는데, 식사 준비해 주시는 분들께 다른 거 하실 필요 없고 그날 반찬에 사용되는 채소만 좀 쪄주시라고 부탁드렸다. 스티로폼 도시락 용기에 세 끼를 싸주시면 점심 때 받아서 하나를 먹고, 저녁 때 또 하나를 먹고, 남은 하나는 숙소로 가져와서 다음날 아침에 먹었다"며 "중반부터는 3개를 2개로 줄이고, 마지막 두 달은 1개를 세 끼로 나눠서 먹었다"고 전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이란 별명을 얻게 해준 오징어 게임이 끝을 맺은 것에 대해 이정재는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영화 같은 경우 5년, 10년 뒤에도 재상영을 하는 일도 있고 하지만 아무래도 OTT 시리즈물이다 보니 '와 정말로 끝인가?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싶었다"며 "후련하다는 마음은 전혀 안 들고 끝이라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즌3의 결말이 시청자들의 예상과 달리 후속작에 대한 여지 없이 기훈의 극단적 선택으로 마무리된 것에 대해서도 이정재는 "저도 대본을 받고 그런 엔딩인지 몰랐기 때문에 사실 좀 놀랐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한편으로는 이 사람(황동혁 감독)은 작품에 대한 애정이 대단히 많은 사람이구나, 엔터테인먼트 쇼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진정한 작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질적인 것이나 일의 연속성에 대한 욕심보다는 작품성에 더 집중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라며 "그게 너무 느껴져서 내 의견을 내기보다는 힘을 실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정재는 끝까지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어찌 보면 무모할 정도로 비현실적인 선택을 거듭하는 기훈을 연기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고도 했다. 그는 "연기를 하면서도 '과연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끊임없이 고민했던 것 같다"며 "얼마나 잘 살았든, 얼마나 부귀영화를 누렸든 누구나 죽는 건 마찬가지인데 우리는 어쩌면 잘 죽기 위해 사는 게 아닐까. 결국 기훈은 양심에 거리낌 없이 살다 편안한 마음으로 죽길 원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컴퓨터그래픽(CG)으로 완성한 아기와의 가상 연기가 미혼자로서 어색하진 않았냐는 질문에 이정재는 "진짜 아기 같은 모습과 실제 신생아 정도 무게의 인형으로 연기를 했는데 첫날은 좀 어색했는데, 한 일주일 같이 있다 보니 이상하게 정이 들 정도로 익숙해졌다"며 "되게 묘한 경험이었던 것은 맞다"고 답했다. 이번 시즌에 쏟아진 일각의 혹평에 대해서는 "영화를 하면서도 그랬고 늘 겪어왔던 일이다. 요즘에는 좋든 싫든 각자의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이야깃거리가 풍성해지는 게 오히려 더 좋다고 생각한다"는 담담한 대답을 내놨다.
이미 차기작들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는 이정재는 현재 배우 임지연과 주연으로 참여하는 tvN 드라마 '얄미운 사랑'을 촬영 중이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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