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 복귀의 조건들,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는? [IZE 진단]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지난해 넷플릭스가 먼저 침묵을 깼고, 극장가가 조심스럽게 그 뒤를 따랐다. 배우 유아인의 이름이 가려진 채 그가 주연으로 나선 세 작품이 공개됐고, 마침내 대법원이 그 결말을 내렸다. 법정은 집행유예를 선고하며 법적 줄다리기를 마무리했다.
2년 전 마약 복용 혐의로 기소된 유아인은 3일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최종 선고받았다. 무죄 판결은 아니지만 감옥살이는 면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 앞에 또 다른 숙제가 주어졌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감옥은 피했어도 대중 앞에 설 길은 여전히 멀고, 재판보다 더 지난한 것은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아 올리는 일이다.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연예인들은 통상적으로 그 기간 동안 자숙하며 복귀를 타진해 왔다. 배우 주지훈은 2009년 마약 투약 혐의로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약 3년의 자숙기를 가진 뒤, 2012년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로 복귀했다. 이후에는 '신과 함께', '킹덤' 등 흥행작에 출연하며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신뢰를 되찾아갔다.
그룹 빅뱅의 탑(최승현) 역시 2017년 대마초 흡연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8년가량 연예계 활동을 중단했다. 이후 글로벌 신드롬을 이끈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2024)에서 한물간 마약 중독자 래퍼 타노스를 연기하며 복귀했다. 탑은 이 작품으로 취재진과의 인터뷰는 물론이고 공식 행사에도 얼굴을 비추며 활동 기지개를 켜고 있다.
유아인도 동일한 공식이 유효하다. 아직 자숙의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법적 책임을 다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복귀하기는 현실적으로 무리다. 배우라는 직업은 연기력뿐 아니라 이미지와 신뢰를 기반으로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024년 4월 넷플릭스 시리즈 '종말의 바보'를 시작으로 올해 영화 '승부'와 '하이파이브'까지 유아인의 출연작이 잇따라 공개됐다. 모두 사건 이전에 촬영을 마친 작품들로 마약 투약 논란으로 인해 개봉이 미뤄졌다가 조심스럽게 베일을 벗은 케이스다.

이들 작품은 우려 섞인 시선을 감수한 채 공개됐고, 유아인의 연기에 대해서만큼은 대체 불가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특히 '승부'에서는 실제 인물의 묘사력과 감정선 표현에서 높은 몰입감을 보이며 30대 남자배우 중에서 손꼽히는 연기 스펙트럼을 다시금 입증했다. 그러나 연기력만으로는 완충하지 못할 현실적 문제를 껴안고 있다. 이미 제작된 작품을 개봉하는 것과 사건 이후 새롭게 유아인을 캐스팅해 작품을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라는 점이다.
한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솔직히 유아인의 연기력은 업계 내에서도 이견이 거의 없을 만큼 뛰어나고, 함께 작업했던 감독이나 배우들 사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지금 그를 캐스팅한다는 건 단순한 연기력만을 보고 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다"며 "현재 유아인을 주연으로 기용하려면 투자사부터 배급, 마케팅 라인까지 전방위적으로 책임을 나눠 질 수 있는 구조가 선행돼야 한다. 캐스팅 하나로 그 작품 전체가 논란의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걸 모두가 경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귀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는 사례는 앞서 언급한 탑의 경우다. 그가 다시 대중 앞에 설 수 있던 건 글로벌 흥행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만든 황동혁 감독이 직접 캐스팅을 결정했기 때문이었다. 영향력 있는 창작자가 복귀의 통로가 돼 줄 경우, 비판 여론을 완충하며 여지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유아인에게도 이 같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자숙 기간을 줄이고 복귀의 발판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복귀를 가능케 하는 보다 본질적인 조건들이 충족돼야 한다. 논란 이후 연예인의 컴백에는 충분한 시간의 경과, 명확한 반성과 자숙의 흔적 등의 조건이 필요하다. 이러한 제스처가 부족할 경우 복귀 시도는 역풍을 맞기 쉽다. 유아인의 경우 아직 그 기본인 시간의 흐름에 이제 막 발을 들였다.
대중은 법정의 판결과 사회적 신뢰를 별개로 본다. 시간과 앞으로의 행실은 그 신뢰를 다시 쌓을 수 있는 유일한 도구다. 그가 다시 스크린 앞에 서기 위해 필요한 것은 사면이 아니라 설득이다. 연기력의 증명뿐이 아닌, 책임을 감내하는 시간의 증명이 복귀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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