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톡] R&D 삭감 책임, 그냥 넘어갈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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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연구나 과학계 이슈의 의미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일들을 과학의 눈으로 분석하는 칼럼 '사이언스 톡'이 3주에 한 번씩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각 부처가 제출한 예산 요구 중 R&D 내용을 모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마련한 기존 예산안이 기획재정부로 넘어가기 직전에 국정기획위가 제동을 건 것이다.
더구나 주요 협력 상대인 미국 과학기술계가 트럼프 정부의 R&D 예산 축소 영향으로 상황이 예전 같지 않은 만큼 활발한 공동연구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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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부 모욕에 상처와 혼란 여전
삭감 경위, 진짜 카르텔 밝혀내야
편집자주
과학 연구나 과학계 이슈의 의미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일들을 과학의 눈으로 분석하는 칼럼 ‘사이언스 톡’이 3주에 한 번씩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R&D(연구개발)는 제로베이스(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이 한마디가 과학기술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지 2년이 됐다. 대폭 삭감됐던 R&D 예산은 복원되는 중이고, 이공계 인재 지원책도 늘고 있다. 의대 선호 현상은 여전히 공고하지만, 과학기술 거버넌스의 투톱이 이공계 기업인 출신이라는 데 기대가 큰 분위기다. 하지만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답답함이 여전히 남는다. 이유는 분명하다. 지난 2년간 연구 현장을 대혼란에 빠뜨린 데 대한 책임을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정기획위원회는 내년도 R&D 예산안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했다. 각 부처가 제출한 예산 요구 중 R&D 내용을 모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마련한 기존 예산안이 기획재정부로 넘어가기 직전에 국정기획위가 제동을 건 것이다. 대선 때 R&D 예산 확대와 지속성 확보를 공약한 만큼 예산을 더 늘리고 연구 지원 체계를 손보겠다는 취지다.
2023년 29조3,000억 원이었던 국가 R&D 예산은 지난해 26조5,000억 원으로 내려앉았다가 과학계의 반발에 올해 29조6,000억 원으로 복원됐다. 대통령 한마디에 수조 원이 오락가락 널뛰는 구조로는 R&D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R&D 예산을 국가 지출 대비 일정 규모로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대신 심의를 강화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방향은 일단 긍정적이다. 단 윤석열 정부의 실책으로 망가진 연구 현장을 되돌리려면 더 늦지 않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이 있다.
먼저, 이공계 성장 사다리 복구가 시급하다. 예산 삭감으로 소규모 개인연구 지원이 크게 줄었고, 이는 신진 과학기술인들의 연구 기회와 일자리를 빼앗았다. 기계적 배분에 매몰되지 않으면서 다양한 분야의 젊은 인재들에게 고루 성장의 기회를 줄 묘책이 필요하다. 또 전체 R&D 예산은 깎으면서 글로벌 R&D 예산은 확대한 탓에 ‘무늬만 국제협력’이 늘었을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주요 협력 상대인 미국 과학기술계가 트럼프 정부의 R&D 예산 축소 영향으로 상황이 예전 같지 않은 만큼 활발한 공동연구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연구비가 해외로 새는 일이 없도록 실익 없는 협력은 솎아내야 한다.
대통령과 정부가 나서서 연구비 갈라먹기 주범으로 R&D 카르텔을 지목하자, R&D 능력이 없는데도 국가 연구사업을 따내는 기업, 온갖 수단을 동원해 그들을 도우며 사익을 챙기는 브로커, 대통령이나 고위 공직자 주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연구비와 명성을 챙기는 일부 과학자 등 온갖 의혹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나하나 뜯어봐서 누가 진짜 카르텔이었는지 가려내고, 잘못 쓰인 연구비가 있다면 반드시 환수해야 한다.
제대로 된 조사 한 번 없이 법조인 대통령이 말 한마디로 국가 R&D 예산을 싹둑 잘라내게 된 경위 역시 낱낱이 밝혀야 한다. 누가 무슨 이유로 대통령을 움직였는지, 어떤 계기와 과정이 있었길래 R&D 예산 컨트롤타워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대통령 직속이라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찍소리도 못하고 예산 삭감을 받아들였는지, 이제라도 공개돼야 한다.
초유의 혼란을 둘러싼 이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이공계 인재 양성은 공허하다. 하루아침에 연구비 빼앗기고 카르텔로 몰리며 선배들이 겪었던 모욕을 돈 좀 더 준다고 후배들이 잊을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정부는 R&D 예산 사태의 책임을 확실히 물어 땅에 떨어진 과학기술인들의 자존심을 회복시키기 바란다.
임소형 미래기술탐사부장 겸 과학전문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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