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껍데기만 ‘한국산’인 AI 로봇의 현실

최지희 기자 2025. 7. 3.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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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 로봇 회사 대표의 질문은 한국 로봇 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한국 정부는 지난 수년간 로봇 산업에 적지 않은 자금을 투입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후발주자였던 중국의 가격 공세와 기술력에 밀려 껍데기만 남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나온다.

AI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고 있는 국내 한 스타트업은 "구글 서버 사용 비용만 매달 5억원에 달하는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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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미래 핵심 먹거리라고 하는데, 로봇의 심장인 모터부터 감속기까지 전부 중국산입니다. 이걸 ‘메이드 인 코리아 로봇’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국내 한 로봇 회사 대표의 질문은 한국 로봇 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로봇은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산업 생산성을 좌우할 ‘게임 체인저’이자 미래 패권이 걸린 기술로 평가받는다. 주요 선진국들은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 수년간 로봇 산업에 적지 않은 자금을 투입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후발주자였던 중국의 가격 공세와 기술력에 밀려 껍데기만 남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나온다.

K-로봇은 시작부터 ‘이길 수 없는 가격표’를 들고 싸움에 나서고 있다. 한국 로봇 회사가 최소 5000만원은 받고 팔아야 이윤이 남는다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중국 로봇 선두 기업 유니트리는 2000만원대에 팔고 있다. 이는 부품 원가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은 정부가 로봇 판매가의 30~40%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하며 자국 로봇이 시장을 장악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고 있다. 반면 우리는 뚜렷한 국가 전략 없이 지원이 각 기업에 흩뿌려진 채 각자도생 경쟁 구도로 치닫고 있다. 구심력 있는 협력을 통해 핵심 로봇 부품 생태계를 키워가기보다, 하루하루 살아남기 위해 로봇에 값싼 중국산 부품을 채택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기술 종속은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AI 모델 개발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AI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고 있는 국내 한 스타트업은 “구글 서버 사용 비용만 매달 5억원에 달하는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중국 로봇 회사들은 정부가 지원하는 AI 데이터센터의 컴퓨팅 자원을 쓰며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는 사이 우리는 세계적 수준의 국가 AI 데이터센터를 광주광역시에 구축하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예산 문제로 가동률이 최근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한정된 자원에 수요가 몰리며 이용 기회가 신청 기업 세 곳 중 한 곳에만 돌아가는 실정이다. 이마저도 행정 절차가 길어 국내 기업들은 해외 빅테크 서버에 의존하면서 핵심 데이터 주권까지 담보 잡히고 있다.

업계는 국산 로봇이 실제 현장에 많이 쓰여야 데이터가 쌓이고 성능이 개선되는 선순환이 일어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선 초기 시장을 열어줄 정부의 역할이 절실하다. 하지만 범부처 차원의 로봇 수요 조사는 한 번도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 군부대 산악 지역 물류, 인명 사고가 발생하는 하수관 보수 등 공공 영역에 로봇이 필요한 곳은 널렸으나, 부처 간 칸막이에 막혀 수조원대 시장이 잠자고 있다.

글로벌 로봇 전쟁의 골든타임은 길지 않다. 아직 산업 현장에 본격적으로 투입된 AI 휴머노이드 로봇은 없지만, 업계에서는 5년 내 AI 로봇 경쟁의 승패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부 기업에 대한 땜질식 지원은 각자도생만 부추길 뿐 미래 산업의 반석이 될 생태계 조성과는 거리가 멀다. 백년대계의 안목으로 AI 로봇 산업에 대한 국가적 목표를 세우고 이길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부품 생태계 종속, 데이터 인프라 격차,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리더십 부재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K-로봇은 미래에 껍데기조차 남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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