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아이티 갱단이 수도 사실상 장악···국가가 완전히 무너질 것”

무장세력에 의해 대통령이 피살된 후 4년간 ‘무법지대’로 남은 카리브해 국가 아이티에서 갱단이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사실상 장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6년 2월 전까지 대통령선거를 실시할 계획인 아이티에 새 정부가 들어서지 못하고 치안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로슬라브 옌차 유엔 유럽·중앙아시아·미주 담당 사무차장은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각국 대사에게 “아이티 수도가 사실상 갱단에 의해 마비됐다”고 밝혔다.
옌차 사무차장은 “갱단이 거점에서 더 강력해졌으며 수도권까지 활동 범위가 늘어나 아이티가 벼랑 끝으로 몰렸다”며 “국제사회가 단호하고 긴급하게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국가가 완전히 무너지는 게 현실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다 파티 왈리 유엔 마약범죄사무소 사무총장도 이날 범죄 조직이 포르토프랭스 90% 면적을 장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갱단 통제 구역이 넓어지면서 국가의 통치 능력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으며 이는 사회·경제·안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갱단이 주요 무역로까지 장악하면서 상거래가 마비됐고 조리용 연료와 주식인 쌀 등 가격이 급등했다고 전했다.
아이티에선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당시 대통령이 암살된 이후 지금까지 국가수반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갱단 폭력으로 나라가 혼란스러워져 선거조차 치르지 못해 현재 국회의원도 없는 상태다. 아리엘 앙리 전 총리는 모이즈 전 대통령 암살 직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오다가 다음 선거를 준비하는 정부 과도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지난해 4월 사임했는데 그 이후 치안이 급격히 악화됐다.
갱단은 정부가 제 기능을 못하는 틈을 타 활동 범위를 넓히면서 살인, 인신매매 등 흉악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아이티 유엔통합사무소는 올해에만 아이티 전역에서 살해된 시민이 4000명을 넘었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늘어난 수치라고 이날 밝혔다. 피해자 대부분은 갱단원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유엔은 지난 3월과 4월 두 달 동안에만 364건의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유엔은 조 바이든 전 미국 행정부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 6월부터 케냐 경찰이 이끄는 임무단을 아이티에 파견해 갱단 소탕 작전을 벌였다. 작전은 1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갱단의 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유엔은 인력과 자금이 부족해 당초 계획된 인원인 2500명 중 40%만 현장에 투입된 점을 실패 원인으로 꼽았다.
국가가 시민을 보호하는 능력을 잃자 아이티에선 자경단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이들은 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갱단에 맞서거나 불법 무기를 사들여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2016년 마지막 대선과 총선을 치른 아이티는 지난해 9월 가까스로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해 내년 2월 이전에 대통령 선거를 실시하려 했다. 하지만 갱단이 수도를 장악하면서 선거가 연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409192127015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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