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룸펜 인텔리겐차와 보부상의 상생, 봉화 심신 청량한 여행[함영훈의 멋·맛·쉼]

[헤럴드경제(봉화)=함영훈 기자] 봉화는 민족 정기 찬연한 태백산 남쪽, 울진 금강송 군락지 서쪽, 인삼 좋은 영주 동쪽, 학문 높은 안동과 별밤 초롱 영양의 북쪽에 있다. 당연히 동서남북 네 가지 건강성과 선비 인문학을 두루 갖춘 곳이다.
특히, 선비와 양반 문화 외에, 보부상과 서민 문화도 잘 양립, 공존해 있어, 청정한 자연절경 속에서 상생하는 고장이었다는 느낌도 받는다.
예로부터 산 좋고 물 좋은 곳에는 선비와 문인, 방랑객의 인텔리겐챠 살롱 ‘정자’가 있었다. 선비의 고장으로 유명한 봉화군은 누각과 성자가 약 103좌에 이르는 우리나라 누정의 중심지다.
2022년에는 문화재청이 16세기에 지어진 봉화의 정자 ‘청암정’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하는 등 전국에서 누정이 가장 많고 또 잘 보존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선 룸펜인텔리겐차의 살롱 103좌 봉화 누정= 봉화군은 대한민국 누정문화의 보고로 전통 누정의 가치를 알리고 보전하고자 지난 2020년 봉화군 봉성면에 봉화정자문화생활관을 건립해 운영 중이다. 이곳은 국내 유일 누각과 정자에 관한 모든 것이 전시돼 있는 누정을 테마로 한 전시관으로 봉화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단아한 멋을 보여주는 누정전시관과 야외정원, 숙박시설 등으로 꾸며져 있다.
누정의 개념과 특징 등 전반적인 내용부터 건축 구조 및 원리, 누정산수화와 문학 등 다양한 예술작품과 관련 일화까지 누정에 대한 모든 것을 소개하고 있어 볼거리가 가득하다. 누정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디지털 매체로 체험할 수도 있다.
누정에서 바라본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한 폭의 동양화처럼 연출한 감성 영상공간과 봉화의 10대 누정인 경체정, 청암정, 석천정사 등을 모형으로 만들어 전시해 놓고 있어 볼거리가 다채롭다.
전시관 2층에 있는 카페 ‘누정오경’은 봉화정자문화생활관의 야외누정과 탁 트인 풍경을 배경 삼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누정오경은 대한민국의 아름답고 운치 있는 누정 다섯 좌를 건축기법뿐만 아니라 주변 자연경관까지 재현해서 만든 야외 공간으로 정자의 모양과 크기는 모두 실제 원형 그대로를 복원한 것이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누정의 변화를 감상할 수 있다.
솔향기 맡으며 자연 속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솔향촌’은 숙박시설로 80여 명이 숙박할 수 있는 11개의 객실이 있다. 이밖에도 야생화정원과 전통놀이마당, 측백나무로 미로를 만들어 놓은 도깨비정원 등 즐길 거리 볼거리가 가득하다.
봉화는 울진에서 봉화에 이르는 십이령의 험한 산길을 울진 청정 수산물을 실은 보부상이 오갔던 곳이기도 하다. 보부상들은 봉화 등지의 청정 농산물, 임산물, 축산물을 다시 싣고 울진 해안 주민들 앞에서 풀어헤쳤다.

▶오후에도 즐기는 오전약수= 물야면 오전리에 소재한 오전약수관광지는 조선 성종 때 어떤 보부상이 발견한 약수로 당시 조선 팔도의 초정 약수대회에서 전국 최고의 약수로 인정받았다. 보부상들의 건강을 책임진 조선의 건강아이콘 중 하나였으리라.
조선 중종 때 풍기군수를 지낸 주세봉은 오전약수를 가리켜 “마음의 병을 고치는 좋은 스승에 비길 만하다”고 칭송했다. 위장병과 피부병에 특효가 있다고 알려져 연중 3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 약수로 꼬아 만든 닭백숙을 즐기고 있다. 1985년 관광지로 지정되었다.
물야면 오전리는 봉황산 밑 평지에 자리한 마을로 봉황이 오동나무를 좋아하고 죽실을 먹고 산다고 해 오전(梧田)이라고 불렸다. 봉화군은 오전리를 娛(즐거울 오) 廛(터 전), 즐거움이 가득한 장소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지난 2020년부터 오전약수관광지 내에 보부상을 테마로 한 보부상 정원을 조성하고, 달·토끼 조형물을 설치해 볼거리를 더했다.
백두대간 자락의 나그네들의 쉼터는 현대에 와서 더욱 멋지게 단장했다. 봉화객주(카페)는 화덕피자 맛집으로 유명하다. 카페 안에는 차를 마시며 족욕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있어 관광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한반도 동서를 연결하며 경북 울진에서 서해 태안까지 이어지는 849㎞의 동서트레일 중 47구간 거점마을로 오전약수탕이 주목받고 있다. 동서트레일은 숲길로 배낭여행을 즐길 수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숲길로 조성되었다. 동서트레일 47구간은 총 14.86km로 이용등급은 평균 보통 수준의 길이며 숲길과 마을, 관광지 등을 둘러 볼 수 있다. 오전약수탕과 물야 저수지의 풍부한 자연과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청량산= “우리 마음 이제 청량산처럼 청량하자, 범처럼 강건하자, 봉화에서” 축축 처지기 쉬운 여름 봉화의 청량산과 범바위의 기상을 받는다면 에너지가 솟고 면역력을 커질 것이다.
봉화 청량산은 기암괴석 열두봉이 장관을 이뤄 청송 주왕산, 영암 월출산과 함께 국내 3대 기악(奇嶽:신기한 산악)으로 꼽힌다.주봉인 장인봉과 금탑봉 등 12봉이 병풍처럼 둘러쳐있고, 8개의 동굴, 관창폭포·김생폭포, 663년 원효대사가 세운 청량사가 이곳에 있다.
요즘 여행자들에게 인기있는 세모난 소나무 그늘 ‘삼각우송’과 삼각우송과 석탑에 오르면 시원한 바람이 여행자의 이마에 흐른 땀을 씻어준다.
원효대사가 농부로부터 성질 괴팍한, 뿔 셋 달린 소를 시주받았는데, 갑자기 고분고분해진 이 소가 절을 짓는데 필요한 자재를 다 나른 뒤 죽었다. 이 자리에 소를 묻어 삼각우총이라 했고, 그 자리에 자라난 소나무가 삼각우송이다. 이곳은 영화 ‘워낭소리’ 첫 장면 촬영지이다.
청량산 선학봉과 자란봉을 연결한 하늘다리, 청량산과 연결된 명호면 만리산전망대(문체부 ‘사진찍기 좋은 녹색명소’)에 오르면 더 큰 감동이 기다린다. 청량산 인근 이나리 개천엔 이나리 출렁다리가 새로 생겼다.
봉화 청량산과 안동 도산을 잇는 국도 35번 주위의 강변길로 퇴계 이황이 젊은 날 입신을 위해 즐겨 걷던 옛길이다. 미쉐린 그린가이드 한국 편에서 국내 길 중 유일하게 별점을 주며 소개한 명품 탐방로다.
퇴계 이황이 은퇴 후 노년에도 제자들과 함께 이 길을 걸었으며 그가 세상을 뜬 후에도 많은 후학들이 옛 스승이 다니던 길을 즐겨 밟았다.
예던길은 퇴계 선생이 봉화 청량산을 오가던 길을 복원한 길로 퇴계선생의 종택이 있던 곳에서 봉화 청량산까지의 50리길이며 퇴계선생이 배움을 찾아 13세부터 숙부 이우를 찾아 청량산 오산당(지금의 청량사)까지 걸어 다녔던 길이라고 한다. 예던길의 예던이란 말은 요즘엔 안쓰는 말이지만 예다는 “다니다”라는 뜻으로 “다니던 길”이란 정도의 뜻이라고 한다.

▶범바위= 경북 봉화 숨은 사진 명소로 인기인 범바위 전망대는 곡선으로 흐르는 낙동강 물줄기와 겹겹이 이어지는 산세가 함께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
범바위 지명은 고종 때 선비 강영달이 선조 묘소를 바라보며 절을 하다 만난 호랑이를 맨손으로 잡았다는 얘기에서 유래한다. 전망대 옆 바위 위에 호랑이 조형물이 당당하게 포효하는 듯 세워져 있다. 전망대에서는 낙동강이 만든 물돌이 모습과 그 중심으로 태극 문양을 하며 돌아치는 아름다운 풍경을 조망할 수 있다. 낙동강을 감싸 안은 황우산의 풍경이 마치 한반도 모형을 닮은듯하다. 범바위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선유교 풍경도 아름답다.
범바위 전망대에서 35번 국도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다 보면 신비의 도로도 마주할 수 있는데 약 80m 정도 착시현상을 보이는 곳이라 하여 신비의 도로로 불린다. 신비의 도로에서는 실제로 오르막길이지만 차를 중립에 놓고 있으면 거꾸로 올라간다고 한다.
분천의 산타마을 여름 방문은 색다른 반전매력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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