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주의 인사 합격점… 권력 공고화 위한 檢개혁은 우려”[이재명 정부 출범 한달]

나윤석 기자 2025. 7. 3. 12:09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이재명 정부 출범 한달 - (2) 전문가 평가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취임 한 달째를 맞았다. 취임사에서 약속한 경제 성장과 국민 통합은 정부 조직개편과 내각·참모 인선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정치 원로와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의 첫 30일간 내놓은 메시지에 ‘합격점’을 주면서 구체적인 정책으로 현실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대철 헌정회장
“법사·예결위원장 양보했어야… 협치 아쉬워”

5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을 지낸 정대철(사진) 헌정회장은 이재명 정부 인사에 대해서는 합격점을 주면서도 ‘협치’의 측면에서는 숙제가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여당이 다수결의 논리를 앞세워 상임위원장 자리를 싹쓸이하는 모습보다는 야당을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3일 통화에서 “내각에 정치인을 다수 기용하는 것은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 철학을 보여주는 것으로 상당히 괜찮다고 생각한다”며 “양쪽 진영의 사람들을 골고루 등용하려고 노력하는 부분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에서 일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유임했다. 대구·경북(TK) 출신으로 3선을 지낸 권오을 전 한나라당 의원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정 회장은 이 대통령이 협치의 측면에서는 아직 미진한 모습이 보인다는 평가를 내놨다. 그는 “정치 활성화를 위해 상생과 협치는 필수로 상대방을 존중하고 양보하는 자세를 보여야 하는데 그게 좀 모자란다”며 “예컨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나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등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민주당이 차지해서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모든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했다.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다른 상임위원장 자리의 양보를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상황이다. 정 회장은 “이 대통령이 협치를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아직 실질적으로 눈에 보이는 협치의 성과가 부족하다”고 했다.

정 회장은 이 대통령이 개헌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헌을 언제까지 하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국민에게 발표해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정 회장은 “성별 통합을 위해 여성가족부를 다시 활성화하겠다고 밝힌 점은 다행”이라면서도 “혹시라도 60~70대 보수층에 대한 거부반응 때문에 노인 문제에 소홀하면 안 된다”고 제언했다. 김대영 기자

양승함 전 연세대 교수
“국민주권정부 지향점, 포퓰리즘 악용될 우려”

한국정치학회장을 역임한 양승함(사진) 전 연세대 교수는 3일 취임 한 달을 맞은 이재명 정부에 대해 “시작은 ‘패스’ 수준으로 합격점”이라면서도 “새 정부가 국정철학으로 내세운 국민통합과 실용주의가 가시화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평가했다. 양 전 교수는 특히 검찰개혁 등 새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개혁에 대해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사회제도적 장치 마련을 ‘개혁’이란 이름으로 포장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양 전 교수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위기 정국을 빠른 시일 내에 돌파하면서 국민이 선거 전보다 안정감을 많이 느낄 것”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의 리더십은 국민이 뭘 원하는지 고민하고 빠르게 실행해 신속하고 명쾌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양 전 교수는 새 정부가 ‘국민주권정부’를 지향하는 데 대해 “포퓰리즘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다수의 국민이 원한다고 옳은 것이라고 볼 순 없다”며 “국민 다수인 지지층이 원한다는 것을 기화로 추진되는 각종 개혁이 대한민국을 옳은 방향으로 이끄는 개혁인지,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수단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양 전 교수는 여당이 추진하는 ‘검찰청 해체’를 포함한 검찰개혁 법안과 ‘대법관 증원법’, 그리고 최근 검찰 인사를 거론하며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와 정책을 추진하며 입법, 행정, 사법 등 삼권 장악을 위한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양 전 교수는 새 정부가 전 정부 국무위원을 유임하거나 중도보수 인사를 등용하며 ‘탕평 인사’를 표방한 데 대해선 “2개 부처를 유임한 것만으로 탕평이라 할 순 없다”고 말했다.

양 전 교수는 이 대통령이 진정한 통합과 협치를 이루기 위해선 “큰 틀의 탕평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여당이 절대 다수당인 상황에선 다수결 원칙을 관철한다고 민주적인 것이 아니다”라며 “승자 독식이 아니라 소수자, 소수당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우 기자

김범수 서울대 교수
“먹사니즘 구현하려면 시장친화 환경 만들어야”

한국정치학회장인 김범수(사진)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3일 이재명 정부가 성공하기 위한 첫 번째 요건으로 ‘시장 친화적 환경 조성’을 지목했다. 기업들이 마음껏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많은 일자리가 창출돼야 높은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의 6·3 대선 공약이자 여야가 합의 처리하기로 한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서는 “주주들을 위한 포퓰리즘”이라며 “주주 이익을 보호하되 기업 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하지 않는 보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날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이 대선 슬로건이었던 ‘먹사니즘’과 ‘잘사니즘’을 구현하려면 기업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둔 상법 개정안에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다. 김 교수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것은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조치”라고 했다. 다만 신사업 추진 등 대주주의 과감한 의사 결정을 제약할 수 있는 조항이 대거 포함된 것은 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국민 통합’ 역시 새 정부의 필수 성공 요건이라고 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통합’ 메시지는 꾸준히 내고 있으나 구체적인 정책으로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지난 대선 때 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던 2030 남성과 6070세대, 영남을 포용하는 정책을 내놓아야 궁극적으로 ‘반통령’이 아닌 ‘모두의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취임 후 한 달’ 점수로는 ‘A0’를 줬다. 인사에서 중도층을 포섭하려는 노력이 느껴졌고,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큰 실책이 없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중국이 9·3 전승절 기념식에 이 대통령을 초청한 것과 관련해서는 ‘신중한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전승절 기념식엔 참석하더라도 열병식까지 참관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했다.

나윤석 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