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마을 교회에서 'th 발음' 강의… 다문화가정까지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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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 속 보이지 않는 영웅들이 있습니다.
인구 4만명이 채 안 되는 충북 증평군에 위치한 벧엘기둥교회에서는 영어 수업이 한창이었다.
지금은 교회에서 무료 수업을 열었고 노인층까지 대상을 넓혔다.
교회 수업에 교인만 참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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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평범한 일상 속 보이지 않는 영웅들이 있습니다. 각자 분야에서 선행을 실천하며 더 나은 우리동네를 위해 뜁니다. 이곳저곳에서 활약하는 우리동네 히어로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저요! 제가 맞출래요!"
인구 4만명이 채 안 되는 충북 증평군에 위치한 벧엘기둥교회에서는 영어 수업이 한창이었다. 안민혁 목사(41)가 '아이 머스트 고 홈(I must go home)'이라는 문장을 한 단어씩 말할 때마다 아이들은 큰 목소리로 단어를 따라 읽었다. 아이들은 영어단어 'theater'(극장)을 배우면서 'th' 발음이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수업을 들은 지 30분이 지나자 아이들은 점점 몸을 배배 꼬거나 책상에 엎드렸는데, 잠시 뒤 퀴즈 시간이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눈을 반짝이며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2015년부터 안 목사는 영어 공부가 필요한 학생을 위해 무료로 강의를 하고 있다. 지인 추천으로 청주시 북이면 초등학교 돌봄교실에서 2~3개월간 아이들 대상 무료 영어 강의를 펼친 게 계기였다. 지금은 교회에서 무료 수업을 열었고 노인층까지 대상을 넓혔다.
교회 수업에 교인만 참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교회 2층 스터디룸은 지역 주민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정민수(가명·14)군도 같은 학교 김유민(가명·14) 군을 따라 교회엔 다니지 않지만 1년째 수업을 듣고 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왔다는 정군과 김군은 "영어는 어렵지만, 학교 수업보단 확실히 여기가 재밌다"며 "부모님이 수업 잘 듣고 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안 목사 수업에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많다. 증평군에 따르면 현재 400가구 넘는 다문화 가정이 거주하고 있다. 골목에서 유모차를 끌고 가는 히잡 쓴 외국인 여성의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날 수업에 참여한 정군도 베트남 국적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안 목사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한국어와 부모가 쓰는 언어 모두 구사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음을 봤다. 또 아버지가 부재하는 등 사연을 가진 경우가 많아 자신감이 없거나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데 힘들어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런 다문화 가정 아이들은 안 목사가 직접 돕기도 한다. 한 부모 가정에서 자란 다문화 가정 아이가 에어컨 없는 집에 가기 싫다고 해 직접 에어컨을 달아줬다. 언어가 서투른 부모가 동사무소에 가서 필요한 서류를 제출할 때 동행해 도왔다. 작고 오래된 외투를 입는 아이들에겐 2년째 크리스마스에 패딩을 선물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학생 역시 다문화 가정 출신이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수업을 들었던 A군은 가정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었다. 평소 감정이 억눌려있던 아이는 교회에 와서 화를 풀곤했다. 안 목사는 A군이 수업을 들으면서 성격이 변했고 철이 들었다고 했다.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된 A군은 최근 뇌성마비를 겪고 있는 한 시민을 직접 화장실까지 데려다줬다. 안 목사는 "직접 고맙단 말은 안 했지만, 장애인을 돕는 행동이 되레 고마움을 표현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무료 수업 외에도 그는 교회를 작은 교류의 장으로 만들고 싶은 목표를 갖고 있다. 지난달 교회에서 열린 재즈 공연에는 지역 주민 80여명이 참여했고, 현재는 전시회를 준비 중이다. 안 목사는 "수업 듣던 학생이 고맙다며 생닭 세 마리를 직접 잡아 온 기억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며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이바지하고 싶다"고 소망을 내비쳤다.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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