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 ‘슈퍼맨’을 요구해온 수행평가

권혁범 기자 2025. 7. 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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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안 자고 열심히 외워서, 외운 대로 답을 적으면 "공부 잘한다"는 말 듣던 시절이 있었죠.

기말고사 코앞에 하루 3, 4개씩 수행평가를 치러내야 하는 학생은 숨 가쁩니다.

학기당 중간과 기말 두 차례 종이시험, 과목별 2회 또는 3회 수행평가.

특히 학기 초엔 배운 게 많지 않으니, 생활기록부에 적으려면 기말고사에 임박해 수행평가가 쏟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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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 모습.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국제신문 DB


잠 안 자고 열심히 외워서, 외운 대로 답을 적으면 “공부 잘한다”는 말 듣던 시절이 있었죠. 예비고사는 너무 먼 얘기 같고요. 학력고사(1982~1993학년도)나 수학능력시험(1994학년도~현재) 초기 세대까지만 해도 그랬을 겁니다. 고등학교 때 “수학도 암기과목”이라고 강조하던 수학선생님이 문득 기억나네요.

하지만 요즘은 다릅니다. 암기 위주 한계를 극복하니, 전인교육을 하니, 창의적 사고를 길러주니 하면서 학생들에게 정말 많은 것을 요구하죠. 그중 대표적인 게 수행평가입니다. 1999년 도입됐으니, 꽤 오래됐습니다.

그런데 이놈이 ‘꾸준히’ 말썽입니다. 학생도 학부모도 교사도 불만이죠. 시행 횟수가 너무 많고, 기말고사 기간에 집중된다는 게 문제의 핵심. 여기에다 사실상 ‘엄마 숙제’로 전락했고, ‘부모의 창의력만 키운다’는 함정까지.

기말고사 코앞에 하루 3, 4개씩 수행평가를 치러내야 하는 학생은 숨 가쁩니다. 학기당 중간과 기말 두 차례 종이시험, 과목별 2회 또는 3회 수행평가. 이러니 많게는 한 학기에 50회에 달하는 종이시험과 수행평가를 치러야 한다네요.

특히 학기 초엔 배운 게 많지 않으니, 생활기록부에 적으려면 기말고사에 임박해 수행평가가 쏟아집니다. 학생들은 부족한 시간에 수능 내신 수행평가 모두 완벽하게 해내야 하는 극한 상황에 내몰릴 수밖에. ‘슈퍼맨’이 돼야 합니다. 고단한 청춘.

학부모는 이런 자녀가 안쓰럽겠죠. 뭐라도 돕고 싶을 겁니다. 과제 제출 수행평가를 대신해주거나, 유명 학원에 맡기거나, 결석제도를 교묘히 이용해 종이시험과 수행평가에 간격을 두는 등 편법을 종종 동원하나 봅니다.

그동안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교육부가 수행평가를 손보겠다고 나섰네요. 교육부는 올해 2학기부터 중·고교 수행평가가 반드시 수업 시간에만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2일 밝혔습니다. ‘부모 찬스’를 없애고, 학생이 학교 밖에서도 수행평가에 시달리는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입니다.

이를 위해 학교는 자체 점검표를 활용해 학습 부담 유발 요인을 스스로 보완합니다. 시도교육청은 학기 시작 전 모든 학교의 평가 계획을 점검하고요. 이런 절차를 거쳐 부모나 학원의 도움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과제형이나 암기식 수행평가를 없앤다는 게 교육청 방침입니다.

생기부에 반영되는 수행평가는 갈수록 대학입시에서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내신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전환되면 변별력이 약해지고, 그러면 대학마다 생기부 반영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죠. 수행평가가 학생의 ‘배경’이 아니라 ‘실력’에 따라 공정하게 관리돼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지나친 부담을 지워선 안 되는 건 더욱 당연하겠죠.

교육부가 대책을 내놨지만, 걱정이 말끔히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수행평가를 수업 시간에만 진행하면, 모든 수업이 학생을 평가하는 시간이 될까 봐 염려되기도 합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학생들에게 ‘숨 쉴 공간’을 좀 마련해주고, 그 ‘공간’에서 우리 교육 과정이 그토록 강조하는 ‘창의적 사고’가 이뤄지도록 신경 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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