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 틀리고 ‘엉망 손글씨’ 청소노동자 묘사…“자존심 상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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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라서 좀 과장하느라 청소노동자를 그렇게 그린 건가 싶기는 해요. 그래도 자존심은 좀 상하네요. 우리가 컴퓨터만 쓰는 젊은 학생들보다 글씨는 더 바르게 쓸 텐데."
15년차 청소노동자인 문유례(66)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연세대 분회장이 2일 한겨레에 최근 논란이 된 문화방송(MBC) 드라마 '노무사 노무진'의 대학 청소노동자 묘사에 아쉬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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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 위해 노동자 도구화 논란
소재 넘어 ‘어떻게 그려야 하는가’ 질문 제기

“드라마라서 좀 과장하느라 청소노동자를 그렇게 그린 건가 싶기는 해요. 그래도 자존심은 좀 상하네요. 우리가 컴퓨터만 쓰는 젊은 학생들보다 글씨는 더 바르게 쓸 텐데.”
15년차 청소노동자인 문유례(66)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연세대 분회장이 2일 한겨레에 최근 논란이 된 문화방송(MBC) 드라마 ‘노무사 노무진’의 대학 청소노동자 묘사에 아쉬움을 전했다. 이 드라마는 지난달 13·14일 방송분(5·6회)에서 2021년 서울대 관악생활관(기숙사)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2022년 연세대 일부 학생의 청소노동자 고소 사건 등 실제 사건을 연상시키는 내용을 담았다.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내용이었지만, 정작 이들을 그리는 방식이 문제가 됐다. 청소노동자의 대자보는 “국민학교 바깨 다니지 못해씁니다”, “나는 비록 못배웟어도 좋은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어엿븐 학생들을 위해 내가 할수 있는 일이 있는 게 기뻣읍니다” 등 맞춤법 곳곳이 틀린, 삐뚤빼뚤한 글씨로 적혔다. 학생들은 청소노동자와 대립하는 존재로 묘사됐다.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은 지난달 24일 성명을 내어 “실제 사건의 일면을 분노 소재와 ‘사이다’를 위해 도구화했다”며 “청소노동자에 대한 부적절한 고정관념을 재생산하는 모습”이라고 드라마를 비판했다.
현장 노동자와 전문가들은 드라마를 둘러싼 논란이 청소노동자 등 취약 노동자를 소재로 삼는 것을 넘어 ‘어떻게’ 그려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고 입을 모았다. 동정이나 시혜의 대상으로만 취약 노동자를 그리는 것이, 노동권이나 일터의 안전 등 정작 중요한 노동 문제의 본질을 가릴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드라마에 대한 비판에서 주를 이루는 건 노동자를 ‘불쌍한 존재’로만 묘사하거나 노동 문제 원인을 ‘나쁜 개인’의 문제로 돌린 대목이다. 드라마 속 청소노동자들은 “파업이 수업권을 침해한다”며 고소하겠다는 학생들과, 업무와 상관없는 필기시험을 보게 하는 악덕 상사로 인해 고통받는 것으로 묘사된다. 이는 실제 비정규직 청소노동자가 현실에서 겪는 책임을 회피하는 원청(대학)이나 산업재해 등 구조적 문제를 가릴 우려가 있다. 김선기 전국민주일반노조 서울본부 사무처장은 “청소노동자를 도와줘야 하는 대상으로만 보는 건 착각이자 명예훼손이다.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처한 구조적인 문제는 가려졌다”고 말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공동대표는 “산업재해 노동자를 주제로 다루는 경우가 흔치 않은 상황에서 드라마 취지 자체가 바람직하더라도 당사자 입장에서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힘없는 피해 당사자로 대상화하기보다 노동자로서 지닌 자존감이나 사회적 기여를 균형 있게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대학 청소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대학 당국과 직접 협상할 수 있는 권리다. 도움이 필요한 대상이 아닌, 노동3권을 쥐고 원청과 직접 교섭에 나서는 ‘주인공’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문 분회장은 “파견·용역 노동자가 대부분인 청소노동자들은 용역업체와 교섭을 하는데, 용역업체가 대학의 답을 듣고 와야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구조”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거부한 노란봉투법이 마련되는 게 청소노동자들에겐 진짜 ‘사이다’”라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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