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법치주의와 제도 정비-국방, 통일을 중심으로

2025. 7. 3. 07:0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송문기 변호사.

법치주의란 '국가행정권 및 사법권의 작용과 한계는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가 제정한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법률이라는 규범의 기능과 한계에 관해 '법률·법원은 사회 변화에 뒤처지는 고루한 것'이라는 비판이 다수다.

법제사에서 법률은, 과거의 사건에 관해 사법적으로 평가하고 분쟁을 해결하는 규칙으로서 통치자에 의해 제정돼 온 역사가 길다. 그러니 사법 작용은 소극적 경향이 강했고, 사법 통제는 사후적 통제의 경향이 강했다.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불법 선포에 관해 사법기능이 이를 미리 막지 못한 점을 살펴보겠다.

일단 윤 전 대통령에 의해 위헌 위법한 비상계엄이 선포됐다는 구체적인 일 자체는 발생했다. 이러한 구체적 사건이 발생한 이후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탄핵소추에 따라 심판을 개시했다.

이후 헌법재판소는 △사실관계에 관한 규범평가로서 '피청구인 윤석열의 계엄 해제가 아니라, 국회에 의해 계엄 해제를 요구하는 의안이 가결됐고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로 계엄이 조기에 해제됐다'는 취지로 판단을 마친 뒤 △주문으로 헌법재판관들 8인 전원의 만장일치로 국회의 탄핵 청구를 인용해 피청구인 윤석열의 대통령직을 상실하게 결정했다.

이것이 사후적 통제(사전적·추상적 규범 통제와 대비하여 구체적 통제라고도 한다.)의 대표적 사례다.

따라서 사법기능이 사후적 통제·소극적 작용에만 머무르면, 실질적 법치주의에 반하는 위헌·위법한 사건을 예방하기가 어렵다.

국민과 정치권도 사후적 통제의 한계를 느꼈기에, 이재명 정부가 사전통제의 효과처럼 군에 대한 문민통제를 강화하는 취지로 첫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안규백 국회의원을 지명한 상황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지휘하에 국방부와 군은 헌법상 정치적 중립 의무를 각골명심하고, 상관의 위법한 명령에 따르면 내란 부화수행으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중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법치주의의 확립에서 국방 또한 예외는 아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서버를 침탈하라는 불법적인 명령에 대해 방첩사 법무실에서 위법성을 지적했다는 사실관계는 군 조직에서 법치주의가 아직 고사하지 않았다는 마지막 희망이다.

현대에는 법률이 사후적 통제를 위한 재판 규범으로만 존재하지도 않고, 사법적 작용이 소극적 작용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는 법학계의 의견도 많다. 법률과 제도는 소극적·추상적 규범을 넘어, 적극 행정을 담보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사전에 제정·정비되기도 한다.

사법적 작용이 적극적 작용이어야 한다는 취지로, 이회창 전 대법관이 1987년 3월 서울대 초청 강연에서 "법관은 형식적이고 개념적인 자구(字句) 해석에 얽매이지 말고, 그 법이 담보하는 정의가 무엇인지 헤아려 정의 실현의 방향으로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한도 내에서 법 규정의 의미를 과감하게 확대해 해석하거나 축소·제한 해석해 법 창조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고 사법 적극주의를 주장했다.

사전에 미래를 대비하는 대표적 사례로, 통일 법제 연구를 진행 중인 한국법제연구원에서는 2022년 통일부, 법제처, 법무부 등 유관기관 합동으로 제22회 통일법 포럼을 개최했다.

이재명 정부가 전 통일부 장관인 정동영 국회의원을 다시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에는, 통일부 정책에 대한 경륜과 헌정에 대한 신념 외에도 정 의원이 서울대학교 국사학과를 졸업해 민족과 역사·미래에 대해 통찰할 수 있음을 고려했으리라 본다.

각국 헌법은 헌법 전문에서 각국 역사와 헌법정신을 밝히는 경우가 많다. 헌법전문에서 국민의 기본권이 직접 도출되지는 않으나, 헌법전문은 국가의 의무를 밝히고 헌법 규범 해석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규범력이 있다는 사실도 통일 법제 연구에서 간과해서는 안 되겠다.

현대적 법치주의는 과거의 사실을 사후에 평가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사전적 근거 규범을 확립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국민 차원에서는 실질적 법치주의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하고, 정부 차원에서는 국가가 도약하기 위한 준비 과정의 일환으로 법제를 사전에 정비해야 한다. 송문기 변호사

Copyright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