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만리] 혼자가 아닌 것을 / 황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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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만성 시인은 가야산과 늘 함께 한다.
도를 닦으러 들어간 것은 아니다.
아궁이 속 장작은 홀로 타지 못하고 들판의 풀꽃조차 저 혼자 피지 않기에 세상도 함께 가면서 웃었다가 울다가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끝수에서 산 자가 가진 것은 떨치지 못함이라고 하면서 혼자인가 싶다가도 돌아보면 아닌 것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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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아닌 것을 / 황만성
아궁이 속/ 장작은/ 홀로 타지 못하고// 들판의/ 풀꽃조차/ 저 혼자 피지 않아// 세상도 함께 가면서 웃었다가 울다가// 바람이/꽃을 만나/ 향기를 머금듯이// 솔내음/ 가득 담은/ 마주한 산사에서// 세상을/ 벗어 놓아도/ 화두는 꼬릴 물고// 산 자가/ 가진 것은/ 떨치지 못함이고// 혼자인가/ 싶다가도/ 돌아보면 아닌 것을// 어쩌다/ 세상 가운데/ 나만 안고 가려는지
『정음시조 제7호』(2025, 제라)
황만성 시인은 가야산과 늘 함께 한다. 도를 닦으러 들어간 것은 아니다. 뜻한 바가 있어서 오래전에 가야산 자락에 거처를 마련하여 둥지를 틀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결정이었다. 그러므로 그것은 용단이자 결단이었다.
「혼자가 아닌 것을」을 찾아 읽으면서 그의 삶이 자연과 더불어 깊어진 것을 느낀다. 담담한 노래다. 아궁이 속 장작은 홀로 타지 못하고 들판의 풀꽃조차 저 혼자 피지 않기에 세상도 함께 가면서 웃었다가 울다가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무슨 큰 깨달음은 아니나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하루의 삶을 돌아보면 늘 그렇듯 별다른 일이 없다. 소소한 일상의 연속이다. 돌발 사태가 생기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누구든지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모두 작은 행복을 꿈꾸기 때문이다.
둘째 수에서 바람이 꽃을 만나 향기를 머금듯이 솔내음 가득 담은 마주한 산사에서 세상을 벗어 놓아도 화두는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고 노래한다. 그렇다. 숨 쉬며 사는 이상은 온전히 세상을 벗어 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이야기의 말머리 즉 화두는 이어지게 된다. 끝수에서 산 자가 가진 것은 떨치지 못함이라고 하면서 혼자인가 싶다가도 돌아보면 아닌 것을 깨닫는다. 그렇기에 어쩌다 세상 가운데 나만 안고 가려는지, 라는 결구는 자성을 담고 있다.
황만성 시인의 아호는 시농이다. 시를 짓고 시를 읊는 농부라는 뜻이다. 여러 해 전 「시농의 가을」을 쓴 적이 있다. 자연 친화적인 삶을 구가하는 그의 모습을 진솔하게 그려본 작품이다.
붉은 감태나무 잎은 지지 않는다. 마당 어귀에 서서 집을 지키는 단풍 일곱 해 가을을 맞은 시농의 도읍지다. 수륜면 적송 2리 석빙고 으름덩굴 강황밭을 거니는 흰 거위 떼 울음에도 모과는 풀밭에 누워 뒤척일 줄 모른다.
이제 수륜면 적송 2리에 있는 그의 터전은 작은 도읍지로 넉넉하다. 그곳에서 여전히 그는 꿈을 꾸고 있다. 또한 농원을 돌보면서 틈틈이 시를 쓴다. 가야산을 우러르며 때로 포효를 터뜨리기도 한다.
언제나 혼자가 아닌 그의 문학적 삶이 가야산과 더불어 더욱 풍성해지기를 기원한다.
이정환(시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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