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와 에너지, 정책 통합 필요...에너지 전환 시급” [이재명 ESG 정책-기후·에너지]

이미경 2025. 7. 3.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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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ESG] 스페셜 리포트③ - 새 정부에 바라는 ESG 정책은 1. 기후·에너지
이창훈 서울대학교 특임교수 기고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기대와 함께 우려도 적지 않다. 시급한 국내 현안이 산적해 있고, 우리나라를 둘러싼 국제질서도 결코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념을 벗어나 문제에 집중하고 해법을 찾는 실용주의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며, 무엇보다 과학자들의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 중인 기후 위기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인류의 생존과 번영의 마지노선인 1.5℃(산업화 이전 대비 기온 상승)는 곧 돌이킬 수 없이 넘어설 전망이며, 우리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은 요원한 상황이다. 감축의 핵심 수단이자 미래 성장의 새로운 디딤돌이기도 한 재생에너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 수준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새로운 기후 정책, 새로운 에너지 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기후와 에너지 정책의 통합적 접근 필요

첫째, 새로운 정책은 기후와 에너지 문제를 통합적으로 다뤄야 한다. 온실가스 대부분이 에너지 이용 과정에서 배출되므로 에너지 정책은 기후 정책과 분리될 수 없다. 하지만 과거 정부에서 에너지 정책은 기후 정책과 분리되어 산업부처의 관할 아래 있었다. 산업 정책에 종속된 에너지 정책은 에너지 비용 절감을 통한 기업경쟁력 제고에 초점을 맞췄고,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이용은 불가피한 결과였다. 그러나 기후 위기가 현실화되면서 온실가스배출은 가격만큼이나 기업과 제품의 시장경쟁력을 좌우하게 되었고, 기후 문제는 단순한 환경문제를 넘어 경제 문제가 됐다. 기후와 에너지 문제의 통합적 접근은 정책 기능의 조직적 통합을 요구하며,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에도 기후에너지부의 구상이 포함되어 있다. 다만 환경부의 기후정책부서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정책부서로 하나의 부처를 구성하기에는 조직 규모가 작기에, 향후 구체적 논의를 거쳐 기후에너지부의 외연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둘째, 통합 부처의 최우선 과제는 2030년 NDC의 실질적 달성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해당 목표를 설정했지만, 윤석열 전 정부는 감축목표량 대부분을 임기 이후로 미뤄 감축목표 달성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었다. 주요 감축 수단으로 포함된 ‘국제감축’이나 탄소포집 및 활용·저장(CCUS) 기술의 여력도 크지 않고, 민간 석탄발전소의 통계 누락으로 강도 높은 감축이 요구되고 있다. 감축 달성은 기후에너지부뿐 아니라 기획재정부, 산업부, 국토교통부, 농림부 등 다양한 부처의 정책과 얽혀 있어 대통령실의 직접 개입과 조정이 필요하다. 대통령실 산하에 기후에너지비서관을 단장으로 하는 ‘2030 감축목표 이행추진단’을 신설해 임기 말까지 이행 점검, 대안 발굴, 제도 개선에 전념하게 해야 한다. 특히 대통령이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기후에너지비서관이 사무처를 총괄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셋째, 에너지 정책은 시장경제에 기반해야 한다. 정부는 시장참여자인 기업과 개인이 창의성을 발휘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규칙을 제정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일반적 시장은 공정거래위원회와 관련 부처가 규칙 제정과 시장감독 역할을 맡고 있다. 에너지 시장도 그동안 다른 시장처럼 에너지부처 공무원이 역할을 담당했지만 에너지 시장, 특히 전력 시장의 특수성(매 순간 수요와 공급이 일치해야 함)을 고려하면 전문성이 떨어져 실질적 관리가 어렵다. 예컨대 독점적 시장참여자인 한전이 송전망 용량 부족을 이유로 재생에너지 접속을 거부할 때, 순환 보직으로 전문성이 높지 않은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이 주장의 타당성을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이는 심판이 경기 규정을 제대로 몰라 불공정한 경기가 진행되는 상황과 마찬가지다. 선진국에서는 너무나 당연하게 전문 기관이 공정한 심판 역할을 하고 있다. 새 정부가 시장, 가격, 기술 규제를 전담하는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규제 기관을 조속히 설립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재생에너지 증가와 함께 전력망 운영의 기술적 난도가 높아지고, 신규 시장참여자도 급증해 전문 규제 기관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넷째, 시장의 가장 큰 강점은 수많은 시장참여자의 자발적 혁신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경기 규칙이 없으면 무질서한 싸움이 되기 쉽지만, 규칙이 지나치면 결국 심판이 경기 결과를 좌우하게 된다. 창의성보다는 심판과의 관계가 경기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경기 참여자를 제한하는 진입 규제는 최소화되어야 한다. 현재 전력 시장은 경쟁구조가 아닌 한전이 소매 시장을 독점하는 구조로, 전 세계적으로 드문 사례다. 전력 공기업을 민영화하자는 것이 아니라 시장참여자를 늘려 경쟁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발전 공기업에는 소매사업 진입을, 한전에는 발전사업 참여를 허용하는 것부터 시작해 최종적으로는 소매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 망중립성을 보장하고, 신속한 전력망 확충을 위해 한전의 송배전 부문도 회계분리를 엄격하게 시행하며, 전력망을 전담하는 독립 공사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 시급

다섯째, 기후·산업 정책적으로 에너지 전환은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산화탄소는 100년 이상 대기 중에 머물면서 온실효과를 일으키므로, 지금 온실가스를 감축하면 10년 후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보다 기후 위기 대응에 훨씬 효과적이다. 빠르면 몇 달, 길어도 수년 내 건설할 수 있는 태양광·풍력발전소는 2030년 감축목표를 달성하고 기후 위기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다. 경제적 관점에서도 재생에너지는 성장의 디딤돌이다. RE100이나 CBAM을 통해 재생에너지 이용이 수출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되었을 뿐 아니라 재생에너지 자체가 새로운 성장산업이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4년 재생에너지 설치량은 700GW를 넘어 7GW에 그친 원자력 설치량의 100배다. 세계가 재생에너지로 가는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도 재생에너지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태양광·풍력의 대대적 설치를 통해 규모경제와 학습 효과를 바탕으로 전력 비용을 낮추고,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전후방 산업의 시장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은 설치 지역이 주로 농어촌이라는 점에서 지역 활성화 대책이자 소득 대책이 될 수 있다.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다양하지만, 대한민국 브랜드를 관리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새로운 기후에너지정책은 우리나라 국격을, 브랜드 가치를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최첨단 반도체와 스마트폰을 만드는 제조 강국이자 K-팝과 K-드라마로 대변되는 문화 강국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다만 인류의 공통 과제인 기후 위기 대응에서 국제사회의 평가는 매우 박하다. 새로운 기후에너지 정책을 통해 기후 악당에서 기후 강국으로 이미지 반전에 성공한다면, 우리나라 소프트파워 제고에 결정적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유치를 공약한 2028년 제33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3)는 그간의 성과와 리더십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다. 단순히 개최를 넘어 인류의 미래 발전 방향을 주도적으로 설정하는 ‘기후 리더 대한민국’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창훈 서울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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