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취임 30일] 암초는 부동산·檢·트럼프? 순항하는 이재명號의 숙제는
법무 정성호 ‘속도조절론’에 검찰개혁 당정 갈등 도화선으로 부상
외치에선 한미관계 난제로…트럼프發 ‘관세폭풍’ 막을 수 있을까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야심차게 닻을 올린 이재명호가 3일로 출항 30일째를 맞는다. 12·3 비상계엄, 탄핵, 조기대선을 거치며 폭풍처럼 휘몰아치던 정국은 잦아들었다. 60%대에 이르는 단단한 민심을 순풍 삼아 이재명호는 순항 중이다. 입법권을 쥔 거대 여당의 지원 아래 실용을 내건 '대통령 이재명의 30일'은 정치권과 전문가들로부터 고른 호평을 얻는 모습이다.
물론 5년의 임기 중 이제 막 한 달을 채웠을 뿐, 외치와 내치에서 받아든 숙제가 만만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장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내각 인선을 둘러싸고 크고 작은 잡음이 계속되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잡았던 부동산 정책이 이재명 정부 들어서도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검찰 개혁을 둘러싼 당정 간의 미묘한 엇박자, 임박한 한미 관세협상도 이재명 정부의 성패를 가를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배추 총리' 논란부터 계속되는 인선 잡음
역대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잡음 없는 총리 인선은 없었다. 이명박 정부의 한승수 총리는 '회전문 인사'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 초대 총리 정홍원은 세월호 참사 책임론으로 사의를 밝혔지만 후임자들이 계속 낙마해 '시한부 총리'를 296일간이나 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 이낙연 후보자도 위장전입 등 도덕성 논란이 있었고, 윤석열 정부의 한덕수 총리 역시 고액 자문료·재취업 경력 등으로 진통 끝에 가까스로 인준됐다.
이재명 정부도 '총리 후보 잔혹사'를 피해가지 못했다. 김민석 총리 후보자가 유학 시절 이른바 '배추 투자 배당금'으로 월 450만원을 받았다는 해명은 '스폰서 의혹'으로 번졌고, 불투명한 현금 흐름도 도마에 올랐다. 여기에 논문에서 탈북자를 '반도자·도북자'로 지칭했던 사실, 국가부채 비율을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모습에 여론의 비판이 거세졌다. 다만 이 대통령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은 채 임명 수순을 밟고 있어, 야당의 반발에도 김 후보자 인준은 강행될 가능성이 높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1일 시사저널TV에 출연해 "김 후보자가 미국 유학 시절 한 달에 450만원씩 배당받았다는 해명이 나왔는데, 배추 팔아서 어떻게 그렇게 배당을 받나"라고 반문한 뒤 "비트코인 상승기에도 그렇게는 못 번다. 지나가던 개도 웃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국무총리 후보자가 국가부채 비율도 모른다는 건 진짜 스캔들"이라며 "낙마시켜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남은 장관 후보자들의 청문회에서도 잡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와 아내의 '겹치기 월급 수령' 의혹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음란물유포 논란 ▲조현 외교부장관 후보자 아들 부부 '아빠 찬스' 논란 등을 연일 비판하고 있다.

검찰개혁 속도와 강도 두고 당정의 미묘한 입장 차이
일각에선 이재명 정부의 가장 큰 뇌관은 '검찰개혁'이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단단한 팀워크를 자랑하던 당정이 검찰개혁 방향과 속도를 두고는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내면서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새 정부의 검찰개혁을 주도할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검찰 개혁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검찰청 해체는 부적절한 표현"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여당이 주장하는 이른바 '검수완분(검찰 수사권 완전 분쇄)'에 선을 그은 셈인데, 일각에선 이것이 '명심'(이 대통령의 의중)이란 해석도 나온다.
정 후보자는 지난 1일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처음 출근하면서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에 집중된 권한의 재배분 문제, 이런 문제와 관련해서는 어느 정도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분하게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검찰 개혁이라든가 사법 체계 변화를 고민해야 할 입장"이라고 말했다.
검찰개혁 법안의 신속 처리 주장 등을 둘러싼 정치권 논의와 관련해선 "법사위에서 여야 의원이 일정을 정해 차분하게 논의돼야 할 것이고, 그 논의 과정에서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의견을 취합해야 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여당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민주당 당권 주자인 박찬대, 정청래 의원은 검찰 개혁 속도전의 적임자를 강조하면서 세몰이를 하고 있다. 특히 심우정 검찰총장이 2일 퇴임한 가운데 민주당 내에서 강도 높은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강경파의 목소리는 더욱 커져가는 양상이다.
정 의원과 박 의원은 2일 '국회 공정사회포럼(처럼회)'이 주최한 검찰개혁 토론회에 나란히 참석해 "검찰개혁은 폭풍처럼 몰아쳐서 전광석화처럼 해치워야 한다"(정 의원), "9월까지 검찰청을 해체하겠다"(박 의원)을 입장을 밝혔다. 만약 정성호 후보자가 차기 여당 당대표와 검찰개혁안을 두고 갈등할 경우 '실용'과 '협치'를 내세운 이 대통령도 딜레마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규제 효과 있을까…한미 관세협상도 난제로
부동산이 이재명 정부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재명 정부는 서울 등 수도권·규제 지역 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거액의 대출이나 갭투자(전세 낀 매매) 등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이같은 금융당국의 초강력 대출 규제 이후 서울 집값 상승세를 통제하지 못하면 정부의 경제정책 신뢰도에 금이 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여권 내에서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비단 내치뿐만이 아닌 외치에서도 난제를 받아들었다. 우선 외교분야 최대 현안인 한미 관세협상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오는 8일 협상 데드라인이 임박한 가운데 정부는 실무 대화를 통해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조건으로 논의를 끌고 가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G7 정상회의로 향하는 기내에서 간담회를 열고 "최소한 다른 국가에 비해 더 불리한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 안팎에서는 이르면 7월 말 혹은 8월 초에 이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는 방식으로 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 난도가 매우 높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10월 한 대담에서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현금인출기)이라고 부르며 자신이 대통령이었다면 미군 주둔 대가로 방위비 분담금을 100억달러(약 13조6500억원)는 내게 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장 일본 역시 관세협상에서 애를 먹는 분위기다. 백악관 공동 취재단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일 플로리다주를 방문한 뒤 워싱턴DC로 돌아오는 전용기 기내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상호관세 유예를 연장할지에 대해 질문받자 "아니다. 나는 그것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나는 많은 나라들에 (상호관세율 등을 적시한) 서한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일본에 대해 "우리는 일본을 상대해 왔는데, 나는 합의를 할지 확신을 못하겠다. 일본과는 합의를 할지 의문시된다"고 밝힌 뒤 "그들은 매우 터프(tough·협상에서 완고함을 의미)하다"며 "그들은 매우 잘못 길들여졌다(spoiled)"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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