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 알론소, 레알 마드리드에 불어넣는 ‘새 바람’

사비 알론소 감독이 레알 마드리드에 부임한 이후 가장 먼저 바꾼 것은 훈련장이다. “전임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주로 보조 코치들에게 훈련을 맡기고 피치 밖에서 관찰에 집중한 것과 달리, 알론소는 직접 훈련장 안으로 들어가 선수들과 함께 뛰며 새로운 전술과 문화를 주입하고 있다”고 글로벌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이 3일 전했다.
지난달 말 안첼로티 감독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은 알론소 감독은 미국 클럽 월드컵 일정에 앞서 마드리드 발데베바스 훈련장에서 단 몇 차례 훈련을 진행한 뒤, 본격적인 실험 무대를 미국 마이애미로 옮겼다. 알론소 감독은 훈련 내내 코치석이 아닌 그라운드 안에서 선수들과 함께 호흡했다. 스프린트 훈련 중에는 직접 고무 밴드를 붙잡아 루카스 바스케스에게 공을 던져주고, 전술 훈련에서는 직접 패스를 공급하며 흐름을 끊고 지시를 내린다.
마드리드 구단이 공개한 영상에는 알론소가 훈련 중에 직접 공을 던져주고 주드 벨링엄에게 마무리 슈팅을 유도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선수들이 몸을 푸는 순간부터 집중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장치도 눈에 띈다. 수석 코치는 훈련 초반 무작위로 숫자를 외치며 즉각적인 조별 편성을 유도하고, 늦게 반응한 선수에게는 팔굽혀펴기 벌칙이 주어졌다. 한 관계자는 “이전보다 훈련 강도가 훨씬 높아졌고, 템포와 에너지가 확연히 달라졌다”고 전했다.
알론소는 이전에도 세심한 지도력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레버쿠젠을 이끌며 2023-24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와 DFB 포칼을 무패로 석권한 그는 촘촘한 조직력과 빠른 전환, 반복 훈련을 통한 패턴 전술로 극찬을 받았다. 당시 선수로 뛴 알렉스 그리말도는 “감독은 지금도 선수로 뛸 수 있을 만큼 몸 상태가 좋다. 함께 훈련에 참여하면 템포가 확실히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런 알론소는 마드리드에도 자신만의 훈련 시스템을 도입했다. 수석코치 파리야, 전력분석가 알베르토 엔시나스, 피트니스 코치 이스마엘 카멘포르테 로페스 등 레버쿠젠 시절 참모진을 대거 동반했다. 여기에 바르사 유스 출신 로페스는 전술을 겸비한 체력훈련을 설계해 선수들이 단순한 몸풀기가 아닌 실제 경기 상황을 염두에 둔 훈련에 임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카멘포르테 로페스는 “모든 훈련은 경기 상황을 반영해 설계됐다”며 “선수들은 집중력과 반응속도를 동시에 끌어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알론소 감독은 영상 분석을 ‘핵심 도구’로 꼽는다. 훈련마다 드론 촬영이 이뤄지고, 분석팀은 고해상도 상공 카메라로 경기를 전면 기록한다. 전술과 피지컬 모두 큰 변화가 일어난 데 대해 선수단 초기 반응은 긍정적이다. 티보 쿠르투아 골키퍼는 “알론소 감독의 전술은 기존과 완전히 다르다. 영상도 보고, 많이 대화하면서 빠르게 적응하려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벨링엄은 “사비 감독과 함께 훈련하는 건 정말 놀랍다. 마치 스펀지가 되듯 모든 걸 흡수하고 싶다”고 말했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는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점점 자신감이 붙고 있다”고 전했다.
레알 마드리드 선수단은 그간 선수 개인의 판단을 존중하는 자유로운 운영 속에서 수많은 성공을 거둬왔다. 지네딘 지단, 안첼로티 모두 유연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알론소는 그와는 다른 길을 택하고 있다. 디애슬레틱은 “이처럼 알론소 감독의 시대는 마드리드의 새로운 실험이자 도전”이라며 “변화에 대한 저항이 있을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의 반응만 놓고 보면 선수단은 그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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