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문제 해결하는 '행정가 대통령'... "포퓰리즘은 경계를" [이 대통령 취임 1달]
'배수구'도 챙기는 깨알 리더십, 과하면 만기친람
기민한 정무 감각... 포퓰리즘 변질은 경계할 대상

디테일에 강하다. 그리고 빠르다. 현장을 중시하고 실무 위주 인선을 한다. 정치적 반응성도 갖췄다. 3일로 취임 한 달을 맞은 이재명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대체적 평가다. 요컨대 성남시장, 경기지사 출신답게 정무 감각을 갖춘 행정가형 대통령이다. 불법 계엄으로 망가진 국정 복원에 필요한 리더십이다. 다만 여론에 민감한 국정 운영 스타일은 정치적 난관을 만날 때는 자칫 인기 영합주의로, 꼼꼼한 행정가형 스타일은 만기친람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칼'이다.
현장 경험 바탕을 둔 '속도와 성과' 중시
가장 큰 광역단체장(경기지사)을 지낸 이 대통령은 과정보다 구체적 성과를 중시하고 속도감을 강조한다. 취임 첫날 1호 행정명령인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구성이 대표적이다. TF를 중심으로 30조5,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 마련됐는데 취임 15일 만인 지난달 19일 국무회의까지 일사천리로 통과했다. 장기간 답보 상태였던 광주의 민간·군 공항 이전 문제를 두고 이 대통령은 쾌도난마식 해결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달 25일 광주에서 열린 광주·전남타운홀 미팅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쟁점을 정리한 뒤 이튿날 대통령실에 문제 해결 TF를 설치했다. "가슴이 떨릴 만큼 엄청난 속도감"(강기정 광주시장)이란 평가가 나왔다.
진영 논리보다 현장을 알고 '일할 수 있는 사람'으로 내각과 참모를 발탁한 용인술도 행정가적 면모로 꼽힌다. 경제 부처에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후보자,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하정우 인공지능(AI)미래기획수석 등 기업인을 중용했다. 역대 정부에선 주식 백지 신탁 문제 등으로 기업인의 입각 사례는 드물었다. 하지만 국정 성과를 위해 기업인에 대한 삼고초려도 불사했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검찰개혁 등 내부 반발이 불가피한 과제를 안고 있는 부처엔 업무 장악력과 국정철학 이해도가 높은 여당 중진 의원들을 전진 배치했다.
반면 역대 정부에서 중용됐던 교수 등 학계 인사는 대통령실 참모나 장관에 좀처럼 발탁하지 않았다. 이론엔 강할지라도 실무 경험이 적거나 부처 장악력이 취약한 인사를 선호하지 않는 이 대통령의 인선 기준이 반영된 결과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박근혜 정부의 '성시경'(성균관대·고시·경기고), 문재인 정부의 '캠코더'(대선 캠프·코드 인사·더불어민주당) 인사와 달리 이재명 정부는 이런 별칭이 없는 걸 보면 긍정 평가할 만하다"고 했다.

디테일 중시 리더십, 만기친람은 피해야
현장의 디테일까지 꼼꼼히 챙기는 것도 이 대통령 리더십의 특징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행정안전부에 "장마철을 맞아 배수구 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깨알 지시'를 내렸다. 국방부에는 "경기 북부지역 미군 반환 공여지 처리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해 보고해 달라"고 지시했다. 현장 문제를 모르면 나오기 어려운 지시들이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고 본인이 직접 현장을 챙기고 민원을 듣는 현장형 리더십"이라고 평했다.
다만 디테일 중시가 지나치면 만기친람형 리더십이 될 수도 있다. 이재묵 교수는 "내각 인선이 거의 마무리된 만큼 이제 대통령은 실무를 부처에 과감히 믿고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실무는 일선 공무원들에게 맡기고, 대통령은 국가 비전과 마스터플랜을 세우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여론에 민감... 개혁 추진에 소극적일 수도
이 대통령은 동시에 고도의 정무 감각도 갖췄다. 정계 입문 이후 사법 리스크와 테러 등 질곡을 거치며 터득한 '생존 본능'이 바탕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대통령은 여론 평가에 민감한 정치적 반응성을 갖췄다"고 했다. 이는 "선수는 전광판을 보지 않고 뛴다"며 지지율 추이를 외면하다가 위기를 자초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극명히 상반되는 면모다. 자신이 임명했지만 논란이 됐던 민정수석을 조기 정리하고, 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된 인사를 헌법재판관 후보자에서 제외하며 위기를 키우지 않은 것은 이 대통령의 정무 감각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사례다. 협치를 말하면서도 여의도 정치를 멀리했던 역대 대통령들과도 다르다. 이재묵 교수는 "취임 18일 만에 야당 지도부와 오찬 회동을 한 것은 협치 복원 시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여론에 영합해 원칙 없는 정치적 편의주의나 포퓰리즘으로 흐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지지율 추이에 지나치게 연연할 경우, 저출생, 교육, 노동, 연금 등 '인기 없는 개혁 과제' 추진에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박명호 교수는 "이 대통령의 정치적 이익과 공동체 이익이 같은 방향일 때는 순조롭지만, 엇갈릴 때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령 추경안에 담긴 소비쿠폰 발행은 대통령 지지율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반복되면 미래 세대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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