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 싫은 교도소, 가고 싶은 카페-공연장 됐다
문화공간 ‘빠삐용 집’ 25일 개관
女 수감자 숙소는 ‘글감옥’ 변신
감옥 형식 호텔-회의실도 계획

전남 장흥군 장흥읍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최경석 씨(63)는 옛 장흥교도소가 ‘빠삐용 집(Zip)’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단장해 개관한다는 소식에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장흥 토박이인 최 씨는 “어릴 적부터 보아온 교도소는 어둠의 공간이었다”며 “그동안 그런 이미지를 벗겨내기 위해 다양한 문화재생 사업이 진행됐는데 이제야 그 결실을 보게 됐다”고 반겼다.
옛 장흥교도소를 리모델링해 조성한 ‘빠삐용 집’은 이달 25일 정식으로 개관한다. ‘빠삐용 집’은 영화 ‘빠삐용’과 파일 압축 확장자 ‘ZIP’의 합성어로, 함께 만들어 나가는 공간으로서의 ‘집’까지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이름이다.
●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
옛 장흥교도소는 1975년 문을 열고 2014년까지 실제 교도소로 운영됐다. 장흥읍 초입에 자리한 이 교도소는 장흥군청에서 직선거리로 약 500m 떨어져 있다. 교도소가 장흥군 용산면으로 이전한 뒤 이 건물은 영화나 드라마 배경 무대로 활용됐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를 비롯해 ‘슬기로운 감빵생활’ ‘1987’ ‘밀수’ ‘프리즌’ 등 100여 편의 작품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교도소가 옮겨가자 장흥군은 2019년 32억 원을 들여 옛 교도소 터를 매입했다. 2020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유휴공간 문화재생사업에 공모해 선정됐고, 이로써 교도소는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빠삐용 집’ 조성 과정도 눈길을 끈다. 장흥군은 공간 활용을 위해 전문가와 지역 문화예술단체, 주민배심단의 의견을 수렴했다. 문학 전시관, 청소년 체험시설, 영화 촬영지 및 영화제 행사장, 휴게 공간과 문화예술 전시·공연 공간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반영됐다.
지난해까지 총 103억 원을 투입해 전체 부지 3만9469m²에 위치한 21개 동 가운데 11개 동을 리모델링했다. 지난해 말 임시 개관식을 열었지만, 본격적인 관람객 입장은 정식 개관 이후 시작된다. 장흥군은 어른 3000원, 학생 2000원, 초등학생 이하 1500원의 입장료와 1만∼1만5000원의 체험료를 받을 예정이다. 연간 150억 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 유휴공간 문화재생 사업 결실

민원봉사실은 옛 교도소의 역사를 아우른 ‘장흥교도소 아카이브’로, 여성 수감자가 머물던 여사동은 숙박시설 ‘글감옥’으로 바뀌었다. 이곳에서는 원하는 시간 동안 철창 안에 머물며 책을 읽을 수 있다. 장흥군 관계자는 “관람객들이 폐쇄된 공간 안에서 하루 최대 6시간까지 글을 쓸 수 있다”고 소개했다.
교회당은 지역 예술인의 전시 및 공연장으로, 수감자 접견실은 시대별 접견 체험 공간으로 바뀌었다. 1, 2층 청사동은 푸드숍으로 리모델링됐다. 옛 차고지는 안내데스크, 탈의실, 굿즈 진열대를 갖춘 여행 안내소로 꾸며졌다.
재판을 기다리던 미결수들이 생활하던 사동은 숙박시설 ‘호텔 프리즌’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며, 이는 2027년 문을 열 계획이다. 또한 촬영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영상 스튜디오, 회의와 관광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유니크베뉴도 조성된다.
김성 장흥군수는 “장흥이 보유한 문학적 자산과 교도소라는 공간의 사회적 상처를 예술로 치유하고 재생하는 뜻깊은 시도가 결실을 맺었다”며 “빠삐용 집이 장흥을 인문 여행의 중심지로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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