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젊은 창의성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

인터넷에 떠도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한 무리의 교수가 탑승한 비행기가 이륙을 앞뒀는데 이 비행기는 제자들이 만든 것이라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교수들이 놀라 탈출하려고 우왕좌왕했지만 한 교수만은 침착하게 앉아 있다. 이유를 묻자 그는 태연히 말한다. "그들이 만든 비행기라면 아마 날지 못할 겁니다." 웃고 넘길 농담이 아니다. 이 이야기는 오늘날 학계나 기성세대에겐 젊은 세대의 창의성과 가능성에 대한 불신과 편견이 있음을 보여주는 신랄한 풍자다. 젊은 피의 열정과 패기는 종종 기성세대 앞에서 무시되거나 좌절된다.
과학과 인문학 역사를 돌아보면 혁신적 발견과 창의적 아이디어가 젊은 시절에 폭발적으로 이뤄진 경우가 많다. 노벨과학상 수상자 다수는 20대 후반~40대 초반에 가장 주목할 만한 업적을 남겼다. 이들이 최고의 업적을 이룬 평균연령을 보면 물리학은 42세, 생리의학은 45세, 화학은 46.5세, 경제학은 44세라는 연구도 있다. 아인슈타인은 26세에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했고 제임스 D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은 20대 중반에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밝히는 엄청난 성과를 냈다.
인문학 분야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최고의 석학인 페르낭 브로델과 미셸 푸코의 경우 그들의 박사논문이 생애를 대표하는 업적이라는 점은 매우 시사적이다. 아날학파의 대가 브로델은 1947년에 제출한 박사논문 '필리프 2세 시대의 지중해와 지중해 세계'에서 기존 정치 중심 역사 서술에서 벗어나 '장기 지속' 개념을 통해 지리적 구조, 사회·경제적 조건, 사건의 시간을 종합하는 새로운 역사 서술 방식을 제시했다. 이는 훗날 아날학파의 핵심 방법론으로 자리잡았고 20세기 역사학을 재구성하는 계기가 됐다. 푸코 역시 1961년 34세에 박사논문 '광기의 역사'에서 고전주의 시대 유럽이 어떻게 광기를 배제하고 제도화했는지를 규명했고 이후 담론분석과 권력-지식의 관계, 제도비판 등 자신만의 사유방식을 본격화했다. 이 두 사례는 젊은 시절의 재기발랄한 사유와 성과가 단지 출발점이 아니라 최고의 업적이자 일생 지속되는 사유의 원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주변의 현실과 관행을 살펴보면 이런 경향과는 멀어 보인다. 가령 정부 주요 위원회나 자문기구는 대부분 50대 후반 이상 중견교수나 전문가로 구성되고 신진 학자나 젊은 세대의 비중은 아주 작다. 학회와 콘퍼런스에서 대학원생이 발표하는 세션은 대부분 주목받지 못하고 교수들은 아예 참석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가장 실험적인 시도와 신선한 문제의식이 담긴 발표일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성의 권위의식은 이런 새로운 시도를 외면한다.
얼마 전 한 모임에서 선배 교수가 한 이야기가 오래 기억에 남았다. 정년을 앞둔 인문사회학자고 대학 연구처장까지 지낸 교수인데 AI(인공지능)를 모르고 후학들을 가르칠 수는 없다며 이번에 어느 대학 AI학과 석사과정에 새로 입학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의 경우 주요 대학들이 젊은 교수 한 명을 모셔오려고 파격적 조건을 제시하고 치열하게 경쟁한다며 신진 학자에게 학문의 미래가 달렸다고 강조했다.
기성세대의 경험과 통찰이 중요함은 부인할 수 없지만 경험과 연륜만으로 미래를 열 수는 없다. 어쩌면 기성세대는 AI 시대에 가장 먼저 뒤처질 세대다. 미래세대를 위한 정책과 교육을 기성세대가 만들고 주도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창의적이고 파격적인 생각은 젊은 세대로부터 나올 가능성이 크다.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호기심이나 서툰 실험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 그들을 동반자로서 존중하고 신뢰해야 한다. 대학, 공공기관, 기업 등 모든 조직에서 미래를 만들고 주도할 세대는 젊은 세대다. 그들에게 먼저 귀 기울이고 그들이 창의성을 펼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이런 점에서 새 정부 들어 40대 젊은 AI미래기획수석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발탁된 것은 분명 미래지향적인 선택이다.
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필로 스페이스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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