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대규모 공급이라는 환상

다시 부동산이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다. 주택담보대출 6억원 제한을 포함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시행되면서 일단 불타오르던 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일각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압도적인 물량을 공급해 부동산 시장의 가격급락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운다. 과거 1기 신도시의 등장으로 주택시장이 안정화한 것을 다시 해보자는 논리다.
현실은 불가능하다. 권위주의 시대에 특단의 조치로 등장한 것을 2025년에 할 수는 없는 것이다. 30년 동안의 민주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사회는 절차와 규정에 따른 단계적인 접근을 택했다. 대규모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기존 계획을 바꿔야 하고 각종 평가와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여러 위원회와 관계기관의 협조 등을 거치다 보면 당연히 몇 년이 걸린다. 보상에 들어가면 시간이 더 길어진다. 다급한 마음으로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 과거의 강력했던 택지개발촉진법, 그것보다 더 막강했던 행정력이 그리워지곤 한다. 하지만 지금의 제도와 절차는 사회의 변화와 요구를 반영해온 것이다. 집값을 잡자고 한꺼번에 되돌릴 수도 없고 되돌려서도 안된다.
택지가 없다는 소리엔 김포공항 이야기가 나온다. 예전에는 서울공항이었다가 대상지만 바뀌었을 뿐 논리는 동일하다. 하지만 2500만명이 거주하는 수도권에 인천국제공항 하나로 모든 항공수요를 해결할 수는 없다. 김포-제주노선은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곳인 만큼 김포공항을 없애면 그에 상응하는 대체부지를 마련해야 한다. 수원공항 이전도 대체부지를 찾지 못하는 상황인데 김포공항의 대체지 확보는 불가능하다. 해외에서 공항을 택지로 재개발한 사례는 여럿 있지만 대부분 활주로가 짧고 도심 한복판이라 대형 항공기 투입이 불가능해지면서 효용이 감소한 지역을 활용한 것이어서 우리와는 상황이 다르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을까. 진정으로 서울시내에 공급을 확대하고 싶다면 토지이용 방식과 제도를 변화시켜야 한다. 강남지역의 2종, 3종 주거지역을 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하고 이 지역과 도심의 상업지역을 포함한 광범위한 지역에 최저고도지구를 광범위하게 지정하면 된다. 부여된 용적률을 활용하지 못하는 건물과 토지에 대해서 상응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면 개발은 빠른시간에 가능하다. 하지만 좁은 필지로 분할된 지역을 제대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당사자간 합의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역시 간단한 일은 아니다.
아무리 새로운 방안을 찾으려고 해도 진행되는 3기 신도시보다는 늦을 수밖에 없다. 당초 예정보다 늦어졌지만 8만7000가구에 달한다. 여기에 더해 분당급 규모인 광명시흥 신도시 6만7000가구를 합하면 15만가구가 넘는 물량이 예정돼 있다. 이밖에 수도권 전역에서 진행되는 택지개발지구 물량도 있다.
주택공급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할 일은 약속한 신도시와 택지공급을 기한에 맞춰 진행하고 재건축·재개발을 촉진하는 것이다. 주택시장이 좋지 않다고 미루고 늦추고 축소하면 안된다.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공공부문에서 일정수준의 물량이 공급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양적 확대와 더불어 지자체는 주택가격이 저렴한 지역에 공원을 확보해 삶의 질을 향상토록 해야 한다. 집 근처에 경의선숲길 같은 공간이 있으면 빌라도 충분히 좋은 환경을 누릴 수 있다. 지자체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을 모두 재건축·재개발조합에 떠밀어놓고 임대주택, 공원 등을 기부채납받는 형태가 지속되면 아파트 공급가격은 계속 상승할 수밖에 없다. 주택수요가 모두 아파트에 쏠리도록 만든 것은 본연의 역할을 소홀히 한 지자체의 책임도 크다.
특단의 대책으로 한 번에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조급함 대신 꾸준히 정도를 걷는 것이 서울 주택시장을 관리하는데 최선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꾸준히 일관된 정책으로 예측가능성을 높여 시장을 관리하는 것이 해법이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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