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승컵 두 번 든 선수 없다... ‘절대 강자’ 사라진 LPGA

올 시즌 미국 여자 프로골프(LPGA) 투어에는 우승컵을 두 번 든 선수가 한 명도 없다. 1월 개막전부터 지난달 30일 끝난 다우 챔피언십까지 17개 대회를 치르며 반환점을 돌았는데 17번 모두 우승자가 달랐다. 연승은커녕 다승 한 번 없이 ‘시즌 첫 승’만 17번 반복된 것이다. 1950년 출범한 LPGA 75년 역사상 가장 긴 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1991년과 2017년 15개 대회였다. 당시엔 16번째 대회에서 다승자가 나왔다.

작년과는 완전히 다른 구도다. 지난 시즌엔 세계 랭킹 1위 넬리 코르다(27·미국)가 5개 대회 연속으로 챔피언에 오르면서 투어 최다 연승 타이기록을 세우는 등 총 7승을 올렸다. 그랬던 코르다는 올해는 아직 우승이 없다. 코르다와 인뤄닝(23·중국·세계 4위) 등 세계 랭킹 20위(2일 기준) 이내 선수 중 올 시즌 트로피를 들어보지 못한 선수가 절반(10명)이다. 최근 2인 1팀 대회에서 우승한 임진희(27)-이소미(26)처럼 그간 상대적으로 기대를 덜 받았던 선수들이 이변의 주인공이 되는 사건이 많았다는 얘기다. 올해의 선수상 등 시즌 타이틀을 누가 거머쥘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절대 강자’가 없는 상황, 비어 있는 골프 여제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왕좌의 게임’이 시작됐다는 평가다.

◇데뷔 첫 우승만 5번 나와
올해 17개 대회에선 한국 선수들이 4승, 스웨덴·일본·미국 선수들이 각각 3승씩 거뒀다. 총 8국에서 우승자가 18명(2인 1팀 우승자 2명 포함) 배출됐다. 한국 선수 중에선 임진희-이소미를 비롯해 김아림(30)이 개막전 힐턴 그랜드 버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김효주(30)가 3월 포드 챔피언십, 유해란(24)이 5월 블랙 데저트 챔피언십 정상에 올랐다. 일본에선 3월 다케다 리오(22), 4월 사이고 마오(24), 5월 이와이 지사토(23)가 우승했다. 미국 예리미 노(24), 스웨덴 잉그리드 린드블라드(25), 뉴질랜드 리디아 고(28), 태국 지노 티띠꾼(22) 등이 우승컵을 한 차례씩 들었다.
‘데뷔 첫 승’을 달성한 선수가 많았던 것도 특징이다. 올 시즌 17개 대회 중 5개 대회 트로피는 LPGA 투어 우승 경험이 없던 선수가 차지했다. 2017년에도 15번째 대회까지 다승자가 나오지 않았지만, 당시엔 15개 대회 우승자 모두가 이미 우승 경험을 갖고 있던 선수들이었다. 1991년에도 15개 대회 우승자 중 ‘데뷔 첫 승’을 한 선수는 2명에 불과했다.

◇‘신인 파워’에 베테랑들 고전
17개 대회를 이미 치른 올 시즌 LPGA 투어는 앞으로 15개 대회를 남겨놓고 있다. 현재까지 다승자가 나오지 않은 이유로는 우선 일부 정상급 선수의 부진이 꼽힌다. 올 시즌 준우승 2회에 그치고 있는 코르다가 대표적 사례다. 코르다는 최근 “LPGA 투어는 매년 발전하고 있다. 한 번이나 두 번 우승도 매우 좋은 것”이라고 했다. 작년 3승씩 올린 인뤄닝과 해나 그린(29·호주)도 올 시즌엔 아직 우승이 없다.
일본을 중심으로 우수한 신인이 대거 등장한 것도 영향이 크다. 올해 일본 출신 우승자 중 사이고 마오는 작년 LPGA 투어 신인왕이고, 그전엔 일본 투어 통산 6승을 올렸다. 다케다 리오와 이와이 지사토는 올해 LPGA 투어에 데뷔했는데, 일본 투어에선 각각 8승씩 쓸어담은 강자들이다. 세계 2위 지노 티띠꾼은 “매일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지만 재능 있는 선수들, 새 얼굴이 굉장히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우승이라는 건 재능뿐 아니라 운(luck)에도 달린 일”이라고 했다.
골프 해설위원인 박원 박원골프아카데미 원장은 “한국 선수들을 보더라도 기대가 컸던 고진영(30), 박성현(32)의 침체가 길어지는 반면, 팬과 미디어 관심이 크지 않았던 선수들이 기대 이상 활약을 해주고 있다”며 “세계 골프계가 서로를 벤치마킹하며 상향 평준화가 돼 가는 추세여서 압도적 기량의 선수가 나오기 쉽지 않다”고 했다. LPGA 투어 다음 대회는 10일 프랑스에서 개막하는 시즌 4번째 메이저 대회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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