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가 오지 않는 집

기호일보 2025. 7. 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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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은우리집에도 까치가 오지 않는다뜰엔 까치가 와 앉을 나무가아직은 있는데도.

햇살을 부풀리어까치의 청결한 목이나하이얀 앞가슴을적셔줄 맑은 이슬한 방울도 못맺는 아침.

"뜰엔 까치가 와 앉을 나무"가 있건만.

"햇살을 부풀리어/ 까치의 청결한 목이나/ 하이얀 앞가슴을/ 적셔줄 맑은 이슬/ 한 방울도 못맺는 아침"만 이 집을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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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 시인
요즈음은우리집에도 까치가 오지 않는다뜰엔 까치가 와 앉을 나무가아직은 있는데도.햇살을 부풀리어까치의 청결한 목이나하이얀 앞가슴을적셔줄 맑은 이슬한 방울도 못맺는 아침.반가운 손님도 기쁜 소식도 없는 우리집밤 낮으로 대문은 안으로 잠겨 있고시퍼런 칼 자국이 난 신문이잿빛 뜰에 널브러져 있을 뿐신문을 들어올리는 나의 손 끝에선언제나까맣게 탄 하늘이 보인다.까치는 없고.

    -김종희-

박일 시인

 까치가 와 줄 여건이 돼도 '우리 집'에는 까치가 오지 않는다. "뜰엔 까치가 와 앉을 나무"가 있건만. "햇살을 부풀리어/ 까치의 청결한 목이나/ 하이얀 앞가슴을/ 적셔줄 맑은 이슬/ 한 방울도 못맺는 아침"만 이 집을 찾아온다. "반가운 손님도 기쁜 소식도 없는" 집이다. 늘 "대문은 안으로 잠겨 있"다. "시퍼런 칼 자국이 난 신문이/ 잿빛 뜰에 널브러져 있을 뿐"이다. "신문을 들어올리는 나의 손 끝에선/ 언제나/ 까맣게 탄 하늘이 보인다." 화자가 보고 싶은 까치는 보이지 않는다.

'까치'는 화자에게 희망이자 꿈을 실현해 주는 존재다. 그러나 여건이 돼도 소식이 없다. 절망으로 가득 찬 집이다. 신문도 "시퍼런 칼 자국"이 나 있을 뿐이다. 화자의 손끝에 들어올려진 신문을 보면 "까맣게 탄 하늘"만 보이는 절망만 있다. 그렇지만 바꿔 생각해 보자. 맑은 날이 오기 위해서는 먹구름이 낀 날도 있어야 한다. 눈비가 지나가야 더 맑은 날이 오지 않던가. '부정 인식'은 긍정을 위한 조건이다. 양쪽으로 갈라진 소식만 주는 신문도 언젠가는 기쁜 소식을 주지 않겠는가. 까치가 보이지 않는 요즈음 동네마다 까마귀들이 점령하고 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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