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서울, 나의 오늘

기호일보 2025. 7. 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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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빈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오유빈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미지의 서울'이 종영했다. 드라마는 많은 것들을 조명한다. 직장 내 괴롭힘, 조부모와의 관계, 장애, 우정과 사랑, 우애, 다양한 가족의 형태 등 매우 폭넓다. 그중에서도 가장 비중 있게 다룬 부분은 바로 성장하는 청춘인 듯싶다. 나이 서른에 변변한 직업 없이 비정규직과 단기 계약직을 전전하는 미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어렴풋이 그려지는 미래를 보여 줌으로써 우리는 미지 내면의 성장을 엿볼 수 있다.

'미래'로서 누군가를 만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모습으로 만날 때조차 금융관리공사에 다니는 척을 하거나 남자친구의 어머니를 만날 때 위축되는 미지를 볼 때면 왠지 또래 청춘들이 떠오른다. 드라마는 그런 미지를 한심하게 그리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되레 시청자로 하여금 안쓰러운 마음이 들게 한다. 누구든 왠지 스스로가 부끄럽게 느껴지는 때를 겪지 않는가. 내가 부끄러워하고 있다는 사실까지도 감추고 싶은 감정을 모르는 사람 또한 없을 테다. 드라마를 보며 현실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1학기를 마치고 본격적인 취업 준비 시기에 들어섰다. 흔히 '취준생'이라 칭하는 취업준비생 신분이 된 것이다. 기업들의 모집 공고를 살피고 자격증 공부를 하며 재수를 할 때보다 더 큰 막막함이 느껴졌다. '수능', '대입'이라는 정해진 기간 내의 실체 따위 없고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르는 채 매일을 긴장 상태로 살아야 한다니. 내가 그 지점에 도달할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러나 미지의 서울 속 등장인물들은 인생의 도달점을 커리어나 직업으로 한정하지 않았다. 미지만 해도 그렇다. 엄마의 눈총과 쌍둥이의 잘난 모습에 위축되지만 아닌 척하려 역으로 '난 괜찮아'를 되뇌며 성을 내던 그는 마침내 서른 먹은 자신의 도달점을 취업이 아닌 배움에 뒀다. 심지어 두 번의 실패를 겪고 삼수를 거쳐서야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으니 우리네 현실에서 찾기 어려운 소설 같은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건너 건너 지인들에게서 대학을 졸업하고 전혀 다른 전공으로 대학원에 간다더라, 20대 후반에 편입을 했다더라 하는 소식들이 어렵지 않게 들려온다. 실제로 주변에는 뮤지컬 한 편을 보고 뒤통수를 맞은 기분을 느꼈다는 지인이 있다. 그는 공연예술 분야를 전공으로 대학원 진학을 준비 중이다. 대학 졸업 후 으레 거치는 아르바이트와 취업 준비를 병행하는 시기를 몇 년간 보냈지만 그건 모두가 가는 길을 따라가는 것일 뿐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원하는 길을 가 보기로 했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는 근래 볼 수 없었던 편안한 미소가 비쳤다. 이처럼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다.

그의 웃는 얼굴을 보고도 나는 동동거렸다. 남들은 졸업과 동시에 대기업에 들어가고 인고의 시간을 몇 년이나 견뎌 내며 턱턱 전문직이 되는데, 나는 왜. 끝맺지 못할 자책만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왜 나는 나를 가장 지켜야 할 순간에 스스로를 공격하는 걸까?"라는 한 줄의 대사가 정확히 들어맞는다. 누구도 재촉하거나 탓하지 않는데 나만이 나를 싫어하고 몰아붙이고 있었다. 나에게서 나를 지켜야 하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었다.

미지의 도달점이 배움이라면 미래의 도달점은 안정감과 평온이었다. 옥희에겐 그것이 못다 이룬 어린 시절의 꿈이었으며 분홍에겐 든든한 울타리 속 진짜 가족이었다. 이들이 닿고자 하는 것은 언제든 바뀔 수 있지만 결국 그것이 돈, 명예, 업적 따위와 관련되진 않을 것 같다.

취업에 도달하고 나면 또다시 어딘가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그러니 당장 눈앞에 닥친 어려움 때문에 후회를 일삼거나 걱정으로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 인생의 최종 목표는 나 자신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 드라마는 끝났지만 미지는 여전히 진정한 미지가 되기 위해 부단히 애쓸 것이다. 어제는 지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직 모른다. 그냥 오늘 할 수 있는 걸 하면서 나 또한 부단히 애써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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