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동물병원비·문턱 높은 펫보험… 현실화 과제는

이처럼 반려인구가 늘자 6·3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동물복지가 주요 공약으로 떠오를 정도로 반려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SNS를 통해 동물복지기본법 제정, 동물복지진흥원 설립 추진을 담은 반려동물 관련 정책을 별도로 발표했다. 동물을 단순히 보호 대상이 아닌 생애주기 관점에서 건강과 영양, 안전과 습성을 존중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동물복지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특히 "반려동물 양육비 부담을 줄이겠다"며 "동물 병원비가 월평균 양육비의 40%에 이르러 경제적 부담이 큰 만큼 표준 수가제를 도입하고 표준 진료 절차를 따로 마련해 진료비 부담을 덜겠다"고 약속했다.
보험제도를 활성화하는 한편, 진료비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 면제안도 제시했다.
기자들이 "표준 수가제 도입과 관련한 수의계 반발을 어떻게 설득하려느냐"고 묻자 "반려인이 갈망하는 제도지만 정부가 강제하긴 쉽지 않다. 먼저 표준 수가제는 행정지도 방식으로 접근하고 추후 반려동물 진료와 관련해 일반 보험제도를 만들어 낼 필요가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의 약속인 만큼 공약 가시화까진 갈등 조정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게 불 보듯 하다.
인천대학교 한 교수는 올 초 오랫동안 기른 반려견이 갑작스레 병에 걸려 인근 동물병원 여러 곳을 찾았는데 치료비만 1천만 원이 넘게 나와 큰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검사비에 수백만 원이 들었고 수술과 입원비까지 더하니 청구 비용이 1천만 원대였다는 설명이다.
그는 인천시가 반려동물 확산 정책을 펴 왔고 홍보도 많이 한 것으로 알지만 치료할 때마다 고가의 비용이 청구된다면 과연 일반 시민 가정에 반려문화가 형성될지 의문이라고 걱정했다.
반려동물은 야외에서 활동을 하다가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병을 얻는 경우가 많은 만큼 시가 반려문화에 더 적극 개입하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재 시의 1년 동물복지 및 안전관리 사업 예산은 국비와 군·구비를 포함해 53억 원대에 불과하다.
진료비는 동물보호센터에 입소하는 유기동물 검진치료비와 유기동물 포획치료비 외에는 대부분을 중성화 수술비로 쓰고 있다.
반려동물 의료비로 잡힌 예산은 취약계층에 한해 한 마리당 20만 원씩 250마리만 지원하는 5천만 원뿐이다. 그나마 내장형 동물 등록, 장례비용이 포함돼 있어 진료비에만 쓰이는 게 아니다. 반려인들 사이에 동물병원 치료비가 비싸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아도 관이 개입하려는 움직임은 별로 없는 이유다.
이 사이 항목별 평균 진료비가 정해지지 않아 수의사 마음대로 가격 결정을 한다는 불만까지 나온다. 반려동물 보호자들은 이 대통령의 공약처럼 모든 동물병원 진료 항목에 공통적인 가격(수가)을 적용하는 펫보험 활성화를 요구 중이다.
2017년 농림축산식품부가 표준 수가제 도입을 추진하다가 수의사들의 반발을 사 중단한 선례가 있어 현장에선 이 대통령의 공약 이행에 낙관적이지 않다.
보험업계에서도 "표준 수가제가 도입돼 인위적으로 수가가 상향 표준화하면 보험사와 소비자 모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논리로 반대 의견을 펴는 사람이 많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펫보험 가입률은 2% 미만이다. 아직까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이유는 소비자들이 보험료가 비싸다고 느끼는 게 주요인이다.
보험연구원 보고서에는 2023년 기준 펫보험 보험료가 월 4만∼5만 원대를 비롯해 8만∼9만 원 내외 등 다양한 상품이 출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업계 최고 수준의 반려동물 의료비 보장 한도를 제공한다고 홍보하는 A손해보험의 B상품은 반려동물 의료비를 하루 최대 30만 원, 연간 최대 2천만 원까지 보장하며 수술비는 하루 최대 300만 원까지 지원한다고 자랑한다.
C화재의 D상품은 5월 보장 한도를 확대해 연간 1천만 원에서 1천500만 원으로 늘리고 수술비와 입·통원비를 횟수 제한 없이 하루 최대 30만 원까지 보장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상당수 소비자들이 병에 쉽게 노출되는 나이든 반려동물의 보험 가입이 어렵고 보장 범위도 부족하다는 불만을 표출해 정부 개입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한 반려인은 "인천이 유기동물 관리 부실 문제로 시끄러운데 반려동물을 위한 안전망이 부족하다 보니 병들면 키우던 동물을 감당 못하고 내다 버리는 현실부터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꼬집었다 .
김기준 기자 gjkim@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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