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칼럼] 숨 쉴 수 있다는 것- 이성모(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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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가.
남보다 못하여 경쟁에서 졌다는 느낌에 사로잡히면 애가 타고 갑갑하여 제대로 숨을 쉴 수 없다.
숨이 끊어지는 것이 인간의 생물학적 죽음이듯, 인간 활동의 근간인 정신을 잃어버리는 것 역시 죽음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남을 위하기 때문에 자기는 더욱 여유로워지며, 남에게 주기 때문에 자기는 더욱 많아진다." ('도덕경' 81장) 끝없이 솟는 샘물 같은 마음을 제 안에 두었기에 그를 둘러싼 세계는 서로의 숨을 틔우고 자유자재로 낙락하게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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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가. 되는 것도, 안되는 것도 없이 그저 제 앞가림은 하는데, 빈 듯한 느낌이어서 헛헛한가. 늘 모자람이 많아 쩔쩔매고 괴로워하며 애쓰다가 까무룩 잠드는가. 오늘도 매일매일 손발 까딱 않고 제멋에 겨워 살면서, 포부만 키우다가 문득 깡통만 찬 것 같아 미칠 것 같은가. 많은 것이 있는 데도 많은 것이 없다고 여겨 불안한가. 돈도 적지 않고 명예도 만만찮은데 즐겁지 않은가. 먹어도 먹은 것 같잖고, 가져도 가진 것 같잖아 허전한가.
이 모든 까닭은 자신을 하찮게 여겨 스스로 답답해하거나, 반대로 엄청 귀하게 떠받들어 마음을 비우지 못한 데에서 비롯된다. 자존감이 떨어지면 열패감이 앞서고, 자만심이 지나치면 오만이 된다. 남보다 못하여 경쟁에서 졌다는 느낌에 사로잡히면 애가 타고 갑갑하여 제대로 숨을 쉴 수 없다. 스스로 자랑하여 뽐내는 마음이 지나치면 그 태도와 행동이 건방지고 거만하기 짝이 없어, 주변 사람들이 숨을 쉴 수 없다.
라틴어 스피리투스(spiritus)란 숨을 뜻한다. 영어로는 정신(spirit)으로 번역하여 사용한다. 숨은 모든 존재를 살아있게 하는 생명의 징표이며, 더 나아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영혼의 본질이기도 하다. 스스로 살아있음을 한껏 느끼는 들숨과 세상을 향한 날숨으로 존재를 추슬러 지극히 맑은 정신의 출발점에 숨쉬기가 있다.
숨을 정신으로 읽어내는 까닭은 무엇인가. 숨이 끊어지는 것이 인간의 생물학적 죽음이듯, 인간 활동의 근간인 정신을 잃어버리는 것 역시 죽음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외려 숨만 붙어 하릴없이 정신없이 사느니보다, 육체의 숨 위에 군림하는 정신의 위의(威儀) 당당함을 시대와 역사가 눈 부릅뜨고 지켜보지 않았는가. 몸만은 죽일 수 있었으나, 정신은 영원히 죽일 수 없는 영혼으로 승화되어 시대와 역사의 숨통을 트이어왔지 않은가.
따라서 ‘이제 숨 쉬어 보자’라는 말은 ‘이제 정신 차려보자’라는 말과 같다. 스스로 던지는 선택적 질문인 육하원칙처럼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왜라는 문제의 근원을 헤아려 따져 보자. 어리석고 미련하고 사리에 어두워,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답답한 근본과 원인을 들여다보라. 마뜩잖고 언짢은 일은 씁쓸한 대로 쓴맛을 보라. 고통스러운 일은 된통 당했다 치라. 미해결의 장은 흐르는 시간에게 던져주라.
그럼에도 숨쉬기가 버거운 것은 장자가 말하듯 기심기사(機心機事)에 얽매이기 때문이다. 이는 항아리로 물 담던 걸 두레박으로 퍼 올리면, 들인 노력과 달리 얻는 결과가 높겠으나, 끝없이 내킨 간사한 마음이 끝내 자신의 이익을 좇아 나쁜 꾀를 내는 데에 치닫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나를 위하는 마음이 나만을 위한 쪽으로 죄어서 몰아칠 터이고, 남에게 주기보다 나를 채워넣기에 급급해질 터이다. 욕심을 낳는 악순환의 굴레에서 숨쉬기조차 버거운 불안한 마음을 추스를 인위적인 꾸밈이 쌓일수록, 인간 본성의 질박함으로부터 멀어진다. 꾸민 데가 없이 수수하던 벌거숭이 어린애 시절로 되돌아가 보라.
욕망이 있으나 욕망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로운 마음의 본바탕을 어지럽혀 미망에 들지 않는다. 사리에 어두워 갈피를 잡을 수 없어 헤매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나 이루어지지 않음도 없다.(無爲而無不爲)” 자기를 향한 집착의 허망함과 무소유를 체득한 자리에 노자의 깨달음이 있지 않은가. “남을 위하기 때문에 자기는 더욱 여유로워지며, 남에게 주기 때문에 자기는 더욱 많아진다.” (‘도덕경’ 81장) 끝없이 솟는 샘물 같은 마음을 제 안에 두었기에 그를 둘러싼 세계는 서로의 숨을 틔우고 자유자재로 낙락하게 자유롭다.
이성모(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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