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기본사회와 흐릿한 복지 [뉴스룸에서]

김소연 기자 2025. 7. 2.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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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김소연 | 사회정책부장

“청년 배당, 산후조리 지원 사업, 무상교복 등 이른바 ‘3대 무상복지 사업’을 통해 성남시를 복지 도시로 만들겠다.”

2016년 1월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이던 시절, 새해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이다. 경기도 성남시에 3년 이상 거주하는 24살 이상의 청년은 연 50만원, 중학교 신입생은 교복값 15만원, 산모는 산후조리비 25만원을 받게 됐다. 당시 박근혜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독자 행보에 잇단 제동을 걸었지만, 이 대통령은 3대 무상복지 정책을 뚝심 있게 관철해나갔다. 성남시민의 삶이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청년 배당으로 3년 만에 신선한 과일을 사 먹을 수 있었다는 사연에 코끝이 찡했다.” 이 대통령은 가난했던 어린 시절 환경미화원 아버지가 자신을 먹이려고 버려진 과일을 가져온 이야기를 떠올리며 청년의 사연에 누구보다 기뻐했다. ‘3대 무상복지 정책’을 계기로 이 대통령은 명실공히 ‘전국구 정치인’으로 급부상했다.

내란과 탄핵이라는 국가 위기 상황에서 탄생한 이재명 정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범한 지, 한달이 돼간다. 내각 인사, 첫 국회 시정연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민생 행보 등 이 대통령은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 등 정권 초기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도 높은 편이다.

다만 이 대통령의 강점으로 꼽혀온 복지 부분에선 갸웃하는 목소리들이 많다. 이재명만의 색깔과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대선 때부터 일면 예고된 풍경이기도 했다. 저출생·고령화, 노인 빈곤, 양극화, 지역 소멸 등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인데도, 사회안전망을 촘촘하게 구축해야 할 이 대통령의 복지 공약은 느슨했다. 공약집엔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같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모든 권리를 실현하고,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기본사회를 열어가겠다”는 포부가 담겼다.

방향은 거창해 보이지만, 이를 실현할 구체적 정책과 재정 방안은 구멍이 숭숭 나 있다. 빈곤 대책이 그중 하나다. 가난하지만 최소한의 정부 혜택을 받지 못해 목숨을 끊는 빈곤층이 잇따라 발생하는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다. 이 대통령은 공약에서 “최후의 생활안전망을 강화해 ‘빈곤층 제로’ 사회를 만들겠다”며 “기초생활보장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를 추진하고, 생계급여 자격 기준 및 보장 수준을 단계적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복지 사각지대의 주범으로 꼽히는 부양의무자 기준(자녀 등이 일정 수준의 소득·재산이 있으면 수급자가 될 수 없음)은 생계급여 일부와 의료비 지원을 해주는 의료급여에 전면 적용되고 있다. 이 대통령 공약을 두고 빈곤 단체 등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위한 최소한의 로드맵도 명시하지 않았고, 생계급여 수준도 언제 어떻게 올리겠다는 것인지 목표 수치조차 나오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우리나라 복지제도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통합돌봄 서비스에 대해서도 고민의 흔적이 얇다. 윤석열 정부 때인 지난해 3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만 이뤄지던 통합돌봄 서비스가 내년 3월부터 전국에서 시행된다. 통합돌봄 서비스는 각각 분리돼 있던 보건의료와 복지, 주거 문제를 하나로 연결해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들이 ‘살던 곳’에서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종합적인 지원을 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 대통령의 공약엔 이미 만들어진 법의 내용이 소개돼 있는 수준에 그쳤다.

복지 공약을 실현할 조세·재정 전략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도 큰 문제다.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아동수당 확대(만 8살 미만→18살 미만) 등 상당한 복지 지출이 예상되는 공약의 재정 방안에 대해 “정부재정 지출구조 조정분, 2025~2030 연간 총수입증가분(전망) 등으로 충당”이라는 모호한 말만 들어가 있다.

“청년 배당! 제가 상상했고, 성남이 실천했습니다. 복지야말로 시혜가 아니라 국가의 의무이자 국민들의 당연한 권리라는 것을 알게 됐다는 청년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복지 정책이 어떤 힘을 갖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정치인이다. ‘이재명의 색깔’이 담긴 복지 정책과 실현 방안을 기대하는 이유다.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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