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칼럼] ‘정신질환’이 손쉬운 면책수단이 되지 않아야

이수정 2025. 7. 2. 18:5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자신이 근무하던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돌봄교실을 마치고 귀가하는 1학년 여아를 해당 학교 교사가 흉기를 사용하여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피의자의 신상과 우울증 진단을 받았던 사실도 공개되었다. 피의자인 명재완은 우울증으로 휴직을 반복하였고, 다시 휴직 신청을 한 이후 1달이 지난 2024년 12월에 복직한 상태였다. 복직 후에도 피의자는 동료와의 언쟁, 기물파손 등 정신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고, 범행에도 피의자의 이런 상태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대전시교육청은 지난 4월 피의자 명재완에 대하여 징계위원회를 열어 파면을 결정하였고, 현재 살인사건에 대한 재판은 대전지법에서 진행 중이다.

피고인 명재완은 사건 당일 외출하여 미리 흉기를 구입했고, 사람이 없는 방과후 학교에서 1학년 여아를 살해한 점을 검찰은 계획적인 범행으로 보고 엄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피고인 명재완은 당시 정신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을 이유로 최근 정신감정을 요청하였으며,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따라서 피고인 명재완은 국립법무병원에서 정신질환 여부에 대한 정신감정을 받을 것인데, 일반적으로 감정에 한 달 이상의 시일이 소요되므로, 감정 결과가 나올 때까지 피고인에 대한 사법 판단은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유가족 측은 정신감정 요청이 피고인의 감형을 받기 위한 시도라고 비판한다. 형법 제10조에 따르면 피고인이 범행 당시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한 능력이 없는 상태, 즉 심신상실의 상태라면 형사책임능력이 없다고 본다. 그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도 형을 감경하고 있으므로, 정신감정의 결과에 따라 피고인이 감형을 받아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피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정신질환이 형사책임 조각 사유 발생에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이 될 수 있는가를 놓고 영미법 국가에서는 오랫동안 논쟁이 이어져 왔다. 현재 미국의 모범형법전에 따르면, 단순히 정신병 진단만으로 면책할 수 없고, 정신질환이나 정신적 결함으로 인하여 자기 행위의 범죄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입증이 필요하다고 본다. 행위 당시 자기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감지하였다면 일부 정신질환이 있었다손 치더라도 형사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영미법 국가의 관행과 다르지 않다. 심신장애로 인하여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려워 본인의 행위가 사회적 규범을 위반하는 것인지 알 수 없고, 본인의 행동을 통제하기 힘든 정도에 이르러야 감경되고 있다. 살인사건에서 심신미약 감경이 인정된 판례들의 경우 조현병의 비율이 가장 높았고, 망상장애, 양극성정동장애 등의 경우가 인정되었다. 하지만 위 질환에 대한 정신과의 진단만으로 형을 감경하지는 않는다. 진단 여부와 상관없이 범행 당시 피고인의 사물변별능력이나 의사결정능력이 없었다고 간주할 수 있어야 감경이 가능하다.

더욱이 형의 감경은 법관의 재량으로 가능한 부분으로서 반드시 감경된다고도 볼 수 없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심신장애의 유무 및 정도의 판단은 법률적 판단으로, 정신질환의 종류와 정도, 범행의 동기, 경위, 수단과 태양,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행동, 반성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법원이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본 사건에서 피고인은 우울증으로 인하여 상당한 정신적인 고통을 경험하기는 하였으나, 범행 과정, 시간 및 장소를 떠올려보면 범행 당시 자기 행동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쉽게 인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피고인 명재완의 재판도 반성문, 탄원서와 정신감정으로 잔혹행위에 대한 책임이 쉽게 면책되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피의자에 대한 처벌을 기다리고 있는 유가족들의 고통은 상상하기가 도저히 힘든데, 부디 하루빨리 감정 결과가 나와 이들의 고통이 더 심해지지는 않는, 부디 단호한 사법판단이 내려지길 기원한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교수

Copyright © 저작권자 © 중부일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