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국경을 무기로 사용하다 : 이스라엘식 인종청소
「완전히 새로운 지정학 수업」
170개 NGO “GHF 해체” 성명 後
트럼프, 가자지구 60일 휴전 제안
이스라엘군 구호품 배급 중 공격
GHF 시설서 사망자 70% 발생
가디언 “미국·이스라엘 배급기관”
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60일 휴전 조건에 동의했으니, 하마스도 60일 휴전안을 수용하라"는 안案을 들고 나왔다. 170여개 NGO가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원하는 가자지구의 비밀 배급기관 해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지 3시간 만이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인종청소 행위를 지정학 관련 신간을 통해서 알아봤다.
![한 팔레스타인 난민이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 있는 GHF에서 받은 식량을 옮기고 있다. [사진 | 뉴시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02/thescoop1/20250702184624711kfuy.jpg)
유엔 팔레스타인 점령지 특별보좌관이 발표한 '점령의 경제부터 인종청소의 경제까지'라는 보고서가 시작이었다. 프란체스카 알바네제 특별보좌관은 "60여개 방산·민간기업에 학살의 책임을 묻지 않고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팔레스타인 땅인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정착촌을 건설했다. 팔레스타인은 이 지역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지만, 1991년 출입이 허가제로 변경됐다. 이스라엘은 1994년 가자지구 경계에 울타리를 쳤다. 자국민 보호의 의미가 더 큰 일종의 방어용 국경이었다.
지리학자 폴 리처드슨은 「완전히 새로운 지정학 수업(미래의창·2025년)」에서 일반적인 의미의 국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모든 국경은 경로를 결정하고, 어떤 사람이나 물건이 국경 안팎에 있는지, 누구에게 통과를 허락할지 결정하는 데 있어 타협을 수반한다(66쪽)."
하지만 가자지구를 둘러싼 이 장벽은 팔레스타인과의 타협을 동반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2007년 하마스가 집권하자 국경 장벽을 거대한 최첨단 무기로 만들었다. 정착촌 건설에 참여한 방산·민간 기업들이 다시 등장해 가자지구를 거대한 야외 감옥으로 만들었다.
디팬스뉴스는 2007년 "가자지구 국경 곳곳에는 원격 조종 기관총과 센서 등으로 작동하는 '자동 사살 구역'이 존재한다"고 폭로했다. 유엔이 이스라엘 정착촌과 가자지구 건설에 동원된 기업 명단을 발표한 이유다.
이스라엘은 2021년에는 60㎞에 불과한 가자지구 국경에 3년간 무려 10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됐다. 처음 몇달은 전쟁처럼 보였다.
하지만 1년 9개월이 흐른 지금 유엔, 앰네스티 등 국제단체들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대량 학살을 인종청소로 규정한다. 하마스 공격으로 사망한 이스라엘 국민은 1139명이었는데, 올해 5월까지 이스라엘 공격으로 사망한 가자지구 주민은 5만3475명에 달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국경은 정치에 따라서 역할을 바꿔왔다. "만리장성의 정치적인 방향이 역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때(청나라)다. 명대에는 한족을 위해 만주족의 진입을 막고자 건설되었던 장벽이 이제는 몽골은 물론이고 한족이 만주로 진출하는 것을 제한한 셈이다(83쪽)."
지난 5월 가자지구 국경선은 능동적인 살상 무기 역할을 맡았다. 가자지구 주민은 나올 수 없는데, 구호물자 반입은 금지됐다. 유엔은 신생아 아사 위기 등 비인도적인 행위를 여러 차례 폭로했지만, 이스라엘은 11주 이상 응답하지 않았다. 철통같은 국경은 이스라엘이 기아와 원조를 무기로 쓸 수 있는 전제조건이었기 때문이다.

조나단 쿠타브 워싱턴DC 아랍센터 연구원은 지난 5월 5일 '군사적 기아정책'이라는 보고서에서 "기아 상황에서 가자 주민의 식량 및 물자 접근을 통제한다면, 매우 강력하고 잔혹한 통제 방식이 될 수 있다"며 "이스라엘은 2016년에도 가자지구 최대 NGO인 월드비전 인터내셔널 임원을 체포해 가자지구 구호 활동을 통제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170여개 비정부기구(NGO)는 1일 "이스라엘과 미국 정부가 지원하는 가자인도주의재단(GHF)을 해체하라"고 촉구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5월 이후 GHF에 구호품을 받으러 간 가자지구 주민 수만명에게 총격을 가했다. 가자 보건부는 "구호품 보급 과정에서 총격으로 사망한 538명, 부상당한 4186명 중 70%가 GHF 시설 내에서 이스라엘군 공격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GHF는 올해 2월 미국 델라웨어주에 등록한 신생 구호단체다. 오직 가자지구에서만 활동한다. 영국 가디언은 "GHF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비공식적으로 운영하는 가자지구 내 비밀 배급기관"이라고 보도했다.
독일 나치를 포함해 지금까지 수많은 국가와 단체가 특정한 종류의 민족이나 공동체를 말살하려고 시도했지만,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민족을 제거할 수 없다. 휴전 협상은 이 전제에서 시작해야 한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eongyeon.ha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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