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휘의 시네필] 디지털 기술에 인간의 얼굴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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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더 무비'(2025)와 '탑 건-매버릭'(2022)에는 같은 감독 조셉 코신스키에 의해 연출되었다는 점 말고도 결정적인 플롯의 유사성이 있다.
'탑 건-매버릭'에서 토니 스콧의 재래(再來)라 해도 좋을 만큼 '탑 건'(1986)의 시그니처 기법들을 충실히 재현하되, 디지털 카메라와 CGI의 발전이 고도화된 현 시점에서 가능한 테크닉으로 가공할 공중전 시퀀스를 선보였던 그는 'F1'에서도 이 전략을 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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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더 무비’(2025)와 ‘탑 건-매버릭’(2022)에는 같은 감독 조셉 코신스키에 의해 연출되었다는 점 말고도 결정적인 플롯의 유사성이 있다. 시대를 풍미한 베테랑의 일선 복귀와 재은퇴, 그리고 일종의 사제(師弟) 관계를 그리는 영화라는 점에서 두 영화는 같은 동전의 두 양면과 같다. 경력과 역량만 봐서는 진즉에 제독을 달았을 매버릭이 진급을 거부한 채 조종사로 남길 고집한 괴짜였듯, 이 영화의 주인공 소니 헤이스(브래드 피트)도 운전대만 잡을 수 있다면 레이싱 코스와 차종을 가리지 않고 시스템에 안주하길 거부하는 아웃사이더이며, 둘 다 과거로 인한 내면의 상처와 죄의식을 갖고 있다.

마지못해 다시 전면에 나섰지만 종국에는 후배에게 승리의 기회를 넘기고 물러나려는 구시대의 사나이들. 그들은 자신이 평생에 걸쳐 관철해온 삶의 방식과 실전의 노하우, 그리고 영광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고는 미련 없이 떠나버린다. 석양이 깔리는 배경을 마주하는 똑같은 결말의 처리는 멋 부리기가 아닌, 저물어가는 시대의 끝을 배웅하고자 하는 의도의 표현이다. ‘F1’과 ‘탑 건-매버릭’은 아메리칸 드림과 전성기 할리우드에 바치는 레퀴엠(Requiem)이며, 장르론적 관점에서는 수정주의 서부극의 현대적 변형이다.
고전의 정석적인 스토리를 답습하고 장르적 쾌감의 본질을 유지하되, 첨단의 테크놀러지로 새 단장을 한다는 조셉 코신스키의 연출 기조는 여기서도 마찬가지이다. ‘탑 건-매버릭’에서 토니 스콧의 재래(再來)라 해도 좋을 만큼 ‘탑 건’(1986)의 시그니처 기법들을 충실히 재현하되, 디지털 카메라와 CGI의 발전이 고도화된 현 시점에서 가능한 테크닉으로 가공할 공중전 시퀀스를 선보였던 그는 ‘F1’에서도 이 전략을 재현한다. ‘F1’은 ‘폭풍의 질주’(1990)를 레퍼런스 삼은 정신적 리메이크이다. 은퇴한 레이서 로버트 듀발이 재능 있는 신인 톰 크루즈와 팀워크를 다져나가는 일련의 과정은 소니 헤이스와 조슈아 피어스(댐슨 이드리스)에게서 변주된다.
소니 시네알타 베니스 2, 그리고 경량화 개조 버전인 리알토 카메라를 다수 채용한 6K 디지털 촬영은 단지 초고해상도의 첨단기술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다. 과거의 레이싱 영화와 ‘F1’의 결정적인 차이는 3인칭 시점에서 구경하는 걸 넘어 직접 레이서의 1인칭 시점으로 들어간다는 데에 있다. 드론과 헬리캠 뿐만 아니라 차량의 내부에도 초광각, 초근접 렌즈의 소형 카메라를 여럿 설치해 얻은 다양한 앵글의 조합은 질주하는 차량의 속도감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경주에 임하는 레이서의 흔들리는 시야에 동참시키며 인물의 감각에 더해 내면적 감정과 사념(思念)까지 공유하는 기분이 들게 만든다.
그래서 이 영화의 진정한 스펙터클은 화려한 질주의 시청각적 자극이 아니라, 트랙을 무대로 펼쳐지는 드라마, 절제된 연기 속 인물 간에 흐르는 감정의 농후한 잔상에 있다.

디지털 시대라도 영화는 결국 인간에 관한 것이며, 기술은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인간에 보다 더 깊이 있게 다가가기 위한 보조적인 도구로 작동해야 한다. 우리는 블록버스터 속에서도 인간의 얼굴을 보고 싶어 한다는 단순한 진실을 ‘F1’은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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