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끝에서 이뤄지는 명상...젠탱글을 아시나요?

제주방송 조창범 2025. 7. 2.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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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초록탱글전시회 출품 작품


하얀 캔버스 위를 굵고 얇은 검은 선들이 가득 채웠습니다.

검은 선들은 이어지고 끊어지기를 반복하다 완벽한 패턴으로 되살아 납니다.

한 곳에 집중하던 눈동자에 잠깐 휴식을 주려는 찰나, 또 다른 문양의 선들이 겹치기 시작하면서 순식간에 다른 패턴이 만들어집니다.

수없이 이어지는 다양한 패턴의 반복!

끊임없이 이어지던 선들은 어느새 아름다운 그림으로 탄생합니다.

젠탱글 입니다.

제주초록탱글전시회 출품 작품


흔히 젠탱글을 '스트레스를 지우는 마법 같은 선의 예술' 이라고 말합니다.

그만큼 다른 일에 신경 쓸 틈 없이 집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 하나'로 마음이 차분해지고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젠탱글은 언듯 보기엔 낙서 같아 보이지만 명상과 힐링을 위한 예술활동으로 평가됩니다.

젠탱글(Zentangle)은 Zen(명상을 의미하는 선)과 Tangle(얽히다)의 합성어 입니다.

2천년대 초 미국의 예술가 릭 로버츠와 마리아 토마스 부부가 만든 타일이라고 부르는 종이 위에 탱글이라는 패턴을 반복적으로 그리는 창의적인 드로잉 기법입니다.

제주초록탱글전시회 출품 작품


흰 바탕 위에 검은 선으로 그리지만 색을 사용하기도 하고, 패턴 반복 외에 다양한 기법이 시도되기도 합니다.

젠탱글은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마음이 차분해지고 스트레스가 풀어지는 효과가 있어 미술치료에도 이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젠탱글은 미국 젠탱글사에서 교사 훈련 프로그램을 이수해 자격증을 취득한 '공인젠탱글교사(CZT)'만 가르칠 수 있습니다.

제주초록젠탱글 CZT 이혜원 씨(우)와 CZT 김효영씨(좌)


한국에 120여명의 젠탱글교사가 있는데, 제주에는 아티누 스튜디오 이혜원 씨가 공인젠탱글교사, CZT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젠탱글이 제주에 처음 소개된 건 2022년 이 씨가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미술치료기법을 강의하면서 부텁니다.

젠탱글은 누구나 배우기 쉽고, 금방 작품을 만들 수 있어 전공을 하지 않아도 전시할 수 있는 수준까지 실력이 금방 늘어난다고 이 씨는 말합니다.

제주초록젠탱글 동아리


실제 오늘(2일)부터 시작된 제주초록탱글 전시회에는 초등학생부터 60대 정년 퇴직자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씨는 젠탱글의 특징인 반복되는 패턴을 계속해서 그리다 보면 손끝에 모든 집중력이 동원되면서 뇌는 어느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어떻게 보면 멍하게 손 끝의 작업을 바라보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손끝에서 이뤄지는 힐링 명상인 셈입니다.

젠탱글 아트 작품


이런 힐링 명상의 묘미에 빠져든 사람들이 모여 전시회를 연 것도 올해로 세번째 입니다.

이 씨는 "젠탱글은 어른들에게는 기억력 감퇴와 치매 예방에 좋고, 아이들에게는 집중력 향상에 좋은 뇌 교육이자 뇌 힐링 프로그램"이라며 "처음 볼 때는 되게 어려워 보이지만 막상 시작하면 바로 빠져들 만큼 쉽게 작품을 만들 수 있어 성취감도 크다"고 말합니다.

나코 요시코 씨가 자신과 아들의 젠탱글 아트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젠탱클에 빠진 결혼 이주민인 나코 요시코(제주 이주 5년차) 씨는 처음 제주에 왔을 때 아는 사람도 없고 막막하기만 했다고 합니다.

우울증이 우려될 만큼 가족간의 대화도 적어지고 점점 고립되어 갈 때쯤 젠탱글을 접하면서 생활이 말 그대로 '확' 바뀌게 됐다고 합니다.

젠탱클을 통해 집중을 하고, 힐링 명상을 경험하면서 제주 생활에 힘을 얻게 되고 가족들과 관계도 개선됐다며 젠탱글 효과를 설명했습니다.

이제는 초등학교 4학년 아들과 함께 젠탱글을 한다고 합니다.

아들은 어느새 기초 도안 없이도 그림을 그리고, 스스로 도안을 만들어 내기도 하는 수준에까지 올랐습니다.

나코 요시코 씨는 "무엇보다 젠탱글을 주제로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면서 생활에 변화가 생겼다"며 "아이들도 젠탱글을 할 때 만큼은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합니다.

최 용 씨가 자신의 젠탱글 아트 작품 - 성산을 소개하고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전문 감리직으로 활동하던 최 용(62세) 씨는 퇴직하고 나서 너무 무료 했다고 합니다.

남들처럼 골프도 치고 낚시도 하고 올레길 걷기도 해봤지만 무언가 부족한 듯한 생활이 이어질 때 젠탱글을 만나게 됐습니다.

그림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무심코 그리기 시작한 젠탱글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집중을 하게 되면서 퇴직 후의 무력함을 날려 버릴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젠탱글에 빠져든지 2년.

지금도 1주일에 한 번은 꼭 젠탱글 교육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최 씨는 "정년 퇴직하고 나면 뭔가 집중할 수 있는게 없어서 정말 날짜가 어떻게 가는지 모른다"면서 "젠탱글 강의를 들으면서 학생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들고, 나이 드신 분들한테는 딱 좋을 것 같다"고 추천합니다.

그러면서 "낚시나 수영 같은 동적인 활동도 좋지만 깊이 생각하고 구성하고 집중할 수 있는 것은 젠탱글 만한게 없다"고 거듭 강조합니다.

이나결 씨가 자신의 젠탱글 아트 작품 - 나빌레라를 소개하고 있다.


이나결(65세) 씨는 제주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공인젠탱글교사 이혜원 씨의 첫 제잡니다.

여성인력개발센터의 미술심리치료수업에 참여했다가 젠탱글을 접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제주 젠탱클의 최고수(?)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특히 매일 젠탱글 작품을 하나씩 그리는 100일 프로젝트를 통해 지금까지 500여개의 작품을 그렸습니다.

이 씨는 코로나 시기에 찾아온 우울증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젠탱글의 도움이 컸다고 말합니다.

이 씨는 "몸도 마음도 아플 때 젠탱글을 하다보면 마음이 가라앉고, 몸의 떨림과 통증도 사라졌다"고 말합니다.

명상의 효과를 넘어선 통증 치료 효과까지 본 셈입니다.

이제는 주변 사람들에게 젠탱글을 홍보하고 권유하게 됐다고 말합니다.

제주초록탱글 2025년 정기 전시회


제주초록탱글 전시회는 무근성본부 2층(무근성 7길 3)에서 오는 6일까지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진행됩니다.

JIBS 제주방송 조창범 (cbcho@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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