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35도 ‘살인 더위’ 속…택배 , 배달, 건설노동자 만나보니

임지섭 기자 2025. 7. 2. 18:0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0분만 일해도 기절할 듯"
광주 6일째 폭염 특보 지속
배달·건설·물류 등 노동자
쉴 틈 없어 점심 거르는 일상
"제도 정비해 안전망 갖춰야"
2일 광주 북구 북동의 한 원룸촌. 35도에 육박하는 '살인 더위' 속 물류업체 직원 A씨는 택배 할당량을 채우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

"아무리 쉬어도 열이 식질 않네요. 10분만 일해도 기절할 것 같습니다."

2일 광주 북구 북동 한 원룸촌. 체감온도 35도에 육박한 '살인 더위' 속 물류업체 직원 A씨는 택배 물량을 채우기 위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하루 500개 가까운 상자를 처리해야 하는 그는 3~4박스를 한 번에 짊어지고 건물 계단을 오르내리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A씨의 등은 금세 땀으로 흠뻑 젖었다. 그는 "할당량을 채우려면 점심 먹을 시간도 없다"면서 "정신을 바짝 차려야 버틸 수 있다"고 전했다.

비슷한 시각 서구 풍암동 거리에서 만난 배달노동자 B씨도 오토바이를 잠시 세운 뒤 헬멧을 벗고 생수를 벌컥 들이켰다. 온몸에 쌓인 열기를 잠시라도 식히려는 순간이었다. 그는 하루 평균 30~40건의 배달을 처리한다. 오전부터 오후까지 13시간 넘게 일해도 수익은 하루 15만 원 안팎. B씨는 "아무리 더워도 생활비를 버려면 매일 이같은 강도로 배달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같은 날 서구 염주사거리 인근 공사장.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

건설 현장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서구 염주사거리 인근 한 공사장에서 수십 명의 노동자들은 팔토시나 긴팔 옷으로 자외선을 막고 있었지만, 통풍이 잘되지 않아 뜨거운 열기를 고스란히 견뎌야 했다. 15~30분 단위로 냉방기기를 쐬며 쉬는 시간이 정기적으로 주어지지만, 10분만 작업해도 숨이 턱턱 막히는 폭염 속에서는 역부족이다.

건설노동자 C씨는 "건설 현장에서 여름은 너무나도 버티기 힘든 계절"이라며 "노동자 대부분은 생계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다. 동료들과 함께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옥외근로자에 대한 온열질환 발생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 5월 15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광주·전남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총 38명(광주 12명·전남 26명)에 달했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만큼 온열질환 예방수칙 준수 필요성이 연일 강조되고 있다. 취약계층과 옥외노동자들을 위한 보호 장치 강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후 위기 속 폭염이 장기화됐다. 야외 노동자 보호를 위한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했다. 이어 "노동시간 제한과 휴게공간 확보가 필요"하다며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련 법에 폭염 대응 조항을 명시해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광주는 이날까지 6일 연속 폭염특보가 발효됐다. 최고 온도 34도에 이르는 찜통 더위는 이번 주말까지도 계속될 전망이다.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