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10개 만들면 입시경쟁이 사라질까?

개천에서 용 나던 시절엔 학사모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그 시절엔 집안에 대학생 한 명을 만들면 집안을 일으켜 가난에서 벗어나는 지름길이었지만 집안 기둥을 뽑아야 할 만큼의 희생이 필요했다.
너도나도 먹고 살기 힘들던 시절엔 대학 간판이 중요한 게 아니라 대학에 입학시키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그러나 요즘은 어떤가?
입학자원보다 대학정원이 더 많아졌고 대학에서 오히려 학생들을 모셔가야 하는 시절이지만 대학간판에 대한 선호도는 더욱 뚜렷해졌다.
대학간판이 성공의 황금티켓을 쥘 수 있는 계층이동 수단이 된 탓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29조2000억원. 사교육 참여율은 80.0%에 이른다. 전체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7만4000원이다. 공교육을 아무리 외쳐도 사교육 시장은 더욱 커져갔다.
새 정부는 지역균형발전과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며 '서울대 10개 만들기' 구상에 들어갔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추진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입시경쟁을 약화시키기 위한 전략이 바로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같은 방법론"이라며 "지역에 우수한 명문대를 두면 지역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아가면서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몰리려고 하는 것들이 많이 완화될 것이라고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지역거점 국립대학교에 집중 투자를 통해 서울대급으로 성장시켜 서울 및 수도권에 집중되는 교육열을 줄이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서울대를 10개 만든다고 해서 지역균형이 이뤄지고 입시경쟁이 줄어들 수 있을까?
사는 지역에 따라 우리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눈다. 수도권에 살지 않으면 지방 사람이다.
지방대학에 다니면 지잡대(지방 소재의 잡다한 대학) 소리를 듣는다.
수도권 대학에 진학한 지방학생들은 입학한 전형에 따라 벌레 `충(蟲)'자를 붙인 이름으로 불린다. 기회균형선발전형 입학생은 기균충, 지역균형선발전형 입학생은 지균충, 사회적배려대상자 특별전형 입학생은 사배충, 편입생은 편충이가 된다.또한 수능 성적과 학교 간판으로 일류, 이류, 삼류가 된다.
영화 더 퍼시픽, 스파이더맨 홈커밍 등을 번역한 황석희씨는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학벌이 전부인 당신에게'라는 제목으로 학벌에 대한 소신을 밝혀 화제가 됐다.
그는 "2019년 학벌을 문제 삼으며 내게 시비성 DM을 보낸 대학생도 사른쯤 되어 사회에 나왔을 텐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을지"라며 글을 시작했다.
당시 한 네티즌은 강원대 출신인 그에게 "지잡대인데 어떻게 번역가 잘하시네요"라는 질문을 남긴 바 있다.
지난해 서울 명문대학의 대나무숲에 올라온 '나는 학벌주의가 심해졌으면 좋겠어요'라는 글을 거론한 그는 "고등학교 때 남보다 노력했고 애썼으니 더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거였다⋯놀랍게도 차별주의자임을 부끄러워하지도 부인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본인이 더 뛰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뛰어남을 이용해 계속 선두를 유지하도록 하면 된다. 레이스 초반 선두로 치고 나간 것으로 우월함을 종신 확정하고 싶었다면 단거리 레이스를 골라야 했다"며 "마라톤은 길어도 너무 길기에 역전의 기회가 충분하다. 한 번 추월당했다고 끝이 아니고 다시 추월할 여지가 있다. 레이스를 포기하지 않는다면"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강득구 의원실이 지난해 교육의봄 의뢰로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 채용 시 학벌 차별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 결과 응답자의 74.7%가 학벌에 의한 차별이 사회 내 만연하다고 밝혔다. 응답자의 85.2%는 기업의 채용 과정에서 학벌이 당락에 영향을 미친다고 인식했다. 채용 과정에서 학벌이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비율은 11.8%에 그쳤다.
서울대를 10개 만들어 입시경쟁이 줄어든다면 아예 100개를 만들어도 될 일이다.
100년 후엔 우리나라 인구 10명 중 8명 사라진다는 데 아직도 학벌을 논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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