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과학계 미래 '범생'보다 '괴짜'에 달렸다
'1000조분의 1초' 레이저 기술
40년 연구 외길 세계적 1인자
우주서도 광계측 가능성 입증
韓 과학인력 양·질 모두 허약
독창적 연구하는 '씨앗' 키우고
글로벌 연구 참여 인력 늘어야

한국 과학기술계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김승우 KAIST 명예교수는 "괴짜가 필요하다"고 단호히 말했다. 평범함을 넘어선 '괴짜', 즉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탐구를 이어 가는 새로운 과학의 씨앗이 필요하다는 것. 김 교수는 최근 대전 유성구 KAIST 본원에서 기자와 만나 "노벨상이라는 열매를 맺기 위해선 자유로운 연구 환경과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한국을 대표하는 과학자 중 한 명으로, 최근 삼성호암상 공학상을 받았다. '한국의 노벨상'으로도 불리는 호암상은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 회장이 이병철 창업 회장의 인재제일·사회공헌 정신을 기려 제정한 상으로, 매년 공학상을 포함한 6개 부문 수상자를 선정해 상금 3억원을 수여한다. 지난 5월 열린 시상식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참석해 수상자들을 격려했으며, 김 교수는 이 회장과 연구 업적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김 교수는 이번에 40년 연구 외길의 정점인 '펨토초(1000조분의 1초) 레이저' 기술에 대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그는 레이저를 활용한 초정밀 광계측 기술 분야를 개척하며 기초과학과 첨단산업 현장에서 정밀 계측 기술의 혁신을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2013년 나로호 3차 발사 당시, 김 교수는 세계 최초로 펨토초 레이저 광원을 인공위성에 탑재하며 우주 극한 환경에서의 계측 기술 실현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는 전 세계가 주목한 쾌거였다. 그는 "책상 크기였던 장비를 8개월 만에 서류 가방만 한 크기로 줄여 우주로 올려 보냈다"고 회상했다.
KAIST에 부임한 지 올해로 40년째, 김 교수는 70명이 넘는 박사를 양성하며 후학 양성에도 헌신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양성한 박사들이 연구소, 학계, 산업체, 벤처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우리나라 정밀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며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의 인재 양성 철학은 '국가에 대한 보답'이었다. 1980년대 초, 김 교수는 정부 지원으로 영국 유학길에 올랐다. 영국 크랜필드 공대에서 정밀 계측 기술을 배워 온 그는 정밀 계측기 연구에 착수했고, 이 기술은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검사장비로 이어지며 국내 산업 발전에 이바지했다.
그의 성과는 2004년 매일경제신문이 주관하는 제22회 정진기언론문화상 과학기술연구 부문 장려상을 통해서도 인정받았다. 이 상은 반도체, 통신 부품, LCD 디스플레이 설계 및 생산에 필요한 미세 형상 3차원 측정 기술을 개발한 공로를 치하한 것이었다.
김 교수는 과학계 현안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이공계 기피 및 의대 쏠림 현상에 대해 "큰 문제는 아니다"고 의연하게 진단했다. 그는 "세상이 변하면 사람들의 직업 선호도 바뀔 것이며, 결국 과학기술 분야에도 우수 인재들이 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과학기술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규모(매스)의 부족을 꼽았다. 그는 "우리나라 대학 진학 인구는 25만명 남짓이지만, 중국은 1100만명에 달한다"며 "아무리 우수한 인재가 많아도 절대적인 숫자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전체적인 과학기술의 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김 교수는 적극적인 국제 공동 연구와 교류 확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과거 우리가 과학기술 후진국일 때는 국제사회가 연구에 잘 끼워주지 않았지만 이제는 다르다"며 "한국만을 바라보고 개발하는 고립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국제적 조직의 일원이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금은 눈에 띄는 사람이 없다"는 현실적인 진단을 내렸다. 그는 노벨상이 즉흥적인 성과보다는 수십 년간의 꾸준한 연구와 발견의 시초에게 주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꾸준한 지원이 이어진다면 언젠가 '괴짜 과학자'들이 우연한 계기로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희망을 이야기했다. 그는 또 "노벨상에 너무 연연하기보다는 기초 연구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전 박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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