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호남고속도로 확장사업’ 전략적 보이콧 한 광주시…닷새 만에 ‘빈손’ 회군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2025. 7. 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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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추적] 뜨거운 호남고속도 확장사업 방향전환 논란…‘5일 천하’로 끝나
지방비 50% 부담 떠안은 광주시…보이콧 시도했으나 성과 없이 원대 복귀
‘시민 뜻 따르겠다’ 입장 선회했지만…밀어붙인 강기정 리더십 ‘타격’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삭감된 국비 부활시켜 올해 사업 추진하겠다."

결국 강기정 광주시장이 항복을 선언했다. 광주시가 당초 국비와 지방비 분담이 5대5인 호남고속도로 확장사업을 전액 국비로 추진하려는 방향 전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 급조한 시민토론회에서 확보한 '시민 의견에 따르겠다'는 명분을 앞세워 회군하면서다. 사업 추진에 대한 보류의 뜻을 밝힌 지 닷새 만이다. '5일 천하'로 끝난 셈이다.

강 시장은 어려운 시 재정 여건을 감안해 국비를 더 끌어오기 위해 정부를 압박하는 과정에서 사단이 났다는 입장이다. 사업 자체에 대한 포기가 아니라 이른바 전략적 보이콧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광주시가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백기 복귀'하면서 설익은 정책 남발이라는 지적과 함께 이를 앞장서 밀어붙였던 강 시장의 리더십에도 일부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광주시가 당초 국비와 지방비 분담이 5대5인 호남고속도로 확장사업을 전액 국비로 추진하려는 방향 전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 '시민 의견에 따르겠다'며 회군하면서다. 사실상 사업 보이콧 의사를 밝힌 지 닷새 만이다. '5일 천하'로 끝난 셈이다. 광주시가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백기 복귀'하면서 앞장서 밀어붙였던 강 시장의 리더십에도 일부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호남고속도로 용봉지구 인근 모습 ⓒ시사저널 정성환

30년 숙원 좌초 위기에 '민심 폭발'…성토장된 토론회

강기정 시장은 1일 광주비엔날레 거시기홀에서 열린 시민 토론회에서 좌초 위기에 내몰린 호남고속도 확장사업에 대해 "올해 정부 추경안에서 삭감된 국비 379억원을 어떻게든 살려내 올해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 시장은 "다만 공사 비용이 1조원 가까이 예상되는 만큼 추후 시비 분담금을 장기간 분할 납부할 수 있도록 정부와 재협상하겠다"고 덧붙였다. 

광주시는 이번 정부 추경안에 호남고속도로 확장사업 예산 379억원이 감액되지 않도록 국회와 협조하고, 광주시 추경에도 관련 예산 400억원을 반영할 계획이다.

앞서 강 시장이 지난달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1월 착공하려 했던 호남고속도로 동광주IC에서 광산IC 구간 확장 공사가 사업비 문제로 예정대로 착공이 어렵다고 밝혔다. 그의 이날 발언은 현재의 시비 부담이 높은 방식을 국비 비중을 늘리는 쪽으로 호남고속도로 확장사업 추진 방향을 조정하겠다는 복안을 공식화한 것으로, 시 안팎에선 사업 보류로 받아들였다. 정부도 광주시가 예산 67억원을 집행하지 않은 것을 두고 추진 의지가 없다고 판단해 추경안에서 국비 379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1일 오후 북구 광주비엔날레 거시기홀에서 열린 '호남고속도로 확장 사업 광주시민의 의견을 듣습니다' 시민 토론회에서 한 주민의 의견을 듣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정치인들 우롱과 사탕발림에 속고 또 속았다"

강 시장이 입장을 급선회한 가장 큰 이유는 여론의 악화다. 그가 호남고속도로 확장사업 국비 예산 379억 원을 살릴 생각이 없다고 밝히자 북구 정치권은 물론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하늘을 찔렀다. 30년 숙원 사업이 좌초 위기에 몰리자 민심이 폭발한 것이다.

이날 토론회는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전날 급작스럽게 공지된 일정에도 토론회장에는 광주시의원, 북구의원, 주민 등 200여명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참석한 시민 대다수는 호남고속도로 확장과 용봉IC 개설을 지금이라도 당장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30년 동안 호남고속도로 확장을 공약으로 내 건 정치인들의 사탕발림에 수없이 우롱당했다며 날을 세웠다. 

민경본 북구 용봉동 패션의거리 상인회장은 "용봉IC 진입로 설치와 호남고속도로 확장은 몇십년 전부터 수백 번 이야기한 사안인데 인제 와서 무산되느니 마느니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비엔날레전시관이 새로 건립되고, 운암3단지 아파트 개발 등이 완료되면 이곳은 교통지옥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북구 주민은 "불과 2년 전에 국토부 관계자까지 와서 주민설명회까지 했는데 이런 상황을 예견하지 못했느냐"며 "30년 동안 호남고속도로 확장을 공약으로 내 건 정치인들의 우롱과 사탕발림에 시민들은 맨날 속고 또 속았다"고 성토했다.

다만 광주시의원 사이에선 사업을 당장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과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비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사업 실시지역 출신 조석호(더불어민주당·북구4) 시의원은 "각종 사업으로 2조가 넘는 지방채를 이미 쓴 상황에서 30년 숙원 사업에는 쓸 수 없다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며 "어떤 일이 있더라도 당장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채은지(더불어민주당·비례) 광주시의회 부의장은 최대한 국비 지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유로, 최지현 광주시의원(더불어민주당·광산1)은 공사로 훼손될 맥문동 숲길과 과도한 지방채 발행을 이유로 반대했다. 

2시간이 넘는 공방 끝에 강 시장은 19명 중 16명이 확장공사를 우선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함에 따라 국비를 부활시켜 올해 추진하기로 결론 내렸다. 강 시장은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하더라도 시민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좋은 정책이 될 수 없다"며 물러섰다. 

광주광역시청 전경 ⓒ광주시

광주시-정치권 '공방'…"市 고집에 국비 379억 날려" vs "매년 빚 1000억원" 

앞서 광주 호남고속도로 확장사업에 대한 재원 부담을 놓고 광주시와 지역 정치권은 대립각을 세웠다. 국비 예산이 삭감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 광주시와 강기정 시장을 향해 비판을 가하고 광주시가 반박하는 모양새였다.

발단은 광주시가 채무 비율이 높은 재정상 문제 등으로 기존 국·시비 5대 5로는 사업 추진이 어렵다며 전액 국비 반영을 추진하고 나서면서 비롯됐다. 이에 정치권은 광주시가 전액 국비 추진을 고집해 정부 추경안에서 호남고속도로 확장 공사 예산이 전액 감액됐다고 비판했다.  

호남고속도로 확장 사업은 오는 2029년까지 동광주IC∼산월IC 구간 11.2㎞를 4차로에서 6차로로 확장하는 사업이다. 이 구간은 매년 교통량이 증가해 2000년대 들어 확장 공사 필요성이 제기됐다. 2015년 광주시와 한국도로공사가 50대 50 비율로 공사비를 분담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그러나 국비 50%, 시비 50%가 투입되는데 2763억원이었던 최초 사업비가 두 차례의 타당성 재조사를 거치면서 7943억원까지 늘어났다. 이에 광주시가 절반 정도인 4000억원 가량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향후 사업비가 1조원대로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광주시는 매년 1000억원에 달하는 지방채를 발행하지 않으면 예산을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 올해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정부는 추경안에서 국비 전액을 삭감했다. 광주시가 예산 67억원을 집행하지 않은 것을 두고 추진 의지가 없다고 판단해서다.  

불똥은 곧장 광주시 책임론으로 옮겨 붙었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정준호(광주 북구갑) 의원은 지난달 23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호남고속도로 확장 공사 예산 379억 원이 정부 추경안에서 전액 감액됐다"며 "최소한의 분담금만 집행했더라면 추경안에서 예산 감액은 없었을 것"이라고 광주시를 비판했다.

정 의원은 "광주시가 (채무 비율이 높은) 재정상 문제 등으로 기존 국·시비 5대 5로는 사업 추진이 어렵다고 보고 전액 국비 반영을 추진하고 있다"며 "전액 국비 반영이 어려울 수 있으니 국·시비 7대 3 또는 8대 2 등 접근을 시에 제안했지만, 광주시는 전액 국비 추진을 고집해 예산이 삭감됐다"고 밝혔다.

광주시의회 의장도 정 의원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신수정 시의장은 이날 임시회 개회사를 통해 "예산 절반을 부담해야 하는 광주시가 단 몇억 원도 집행하지 않음으로써 사업 추진 의지를 보이지 않아 추경안이 삭감됐다"며 "시민의 고통을 외면한 광주시의 무책임하고 소극적인 행정으로 사업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강 시장은 이날 시의회 발언을 통해 "지방채 발행을 통한 재원 확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며 "호남고속도로 확장 문제만 하더라도 5년 동안 50% 광주시 부담 시 4000억여 원을 부담해야 해, 매년 1000억 원 지방채 발행해 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난색을 표했다.

이어 강 시장은 "5대5 비율로 사업을 시작하면 변경이 어렵기 때문에 다각도로 재원을 검토하고, 사업 착수 시기를 시민 이익 관점에서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중치 못한 사업 보이콧…강기정 '리더십' 또 흠집?

그러나 결과적으로 광주시는 채 열흘도 안 돼 꺼낸 칼을 도로 칼집에 넣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한 꼴이 됐다. 특히 최일선에서 밀어붙여왔던 강 시장은 최근 불거진 대통령 타운홀 미팅 논란에 이어 이번 사업 보이콧과 번복 과정에서 또다시 리더십에 흠집이 났다는 것이 대체적인 반응이다.

지역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이번 호남고속도 확장사업을 둘러싼 논란은 예상되는 주민 반발과 실행 가능성 등에 대한 면밀한 사전 검토 없이 우선 던져놓고 보자는 광주시 정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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