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식의 널 위한 변호]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적 고용

최근 현대제철이 당진공장에 대한 직장폐쇄를 한 것에 이어, 포항공장에 대해서도 직장폐쇄를 결정하였다. 현대제철은 철강 업황불황의 장기화, 중국산 저가 철강재의 국내 유입에 더하여, 미국이 관세 정책과 국제정세 불안으로 인한 철강업계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고, 노조 측은 회사가 기업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근로자를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GM의 사업 축소·철수설이 다시 쟁점화되고 있고, 노조의 단체교섭 관련 쟁의행위가 그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근로자들의 안정적 고용을 통한 생활 안정이라는, 상반되어 보기면서도 궁극적으로 같은 목적을 가진 두 가지 이슈는 근로기준법과 관련하여 늘 쟁점이 되어 왔다. 해고가 까다롭고 노동 비용이 많이 드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기업 효율을 떨어뜨리고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고질병으로 지목돼 왔다.
2023년 한국경영자총연합회가 근로자 100인 이상인 외투 기업 2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대상 기업은 '본사가 위치한 국가에 비해 한국의 노동시장이 경직적인지' 여부를 묻는 설문에 응답 기업의 29%는 '다소 그렇다', 7.5%는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그리고 한국 노동시장의 리스크로는 34%가 '고용 유연성 부족'을, 23%는 '경직된 근로시간제'를 각각 꼽았다. 해고와 파견, 근로시간 등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노동시장 환경이 외국인 투자 유치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더 나가 국내 기업들마저 외국으로 떠나갈 수밖에 없는 결과를 낳고 있다. 과도하게 엄격한 고용·해고 규제로 인해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이로 인해 혁신과 성장을 위한 우수 인재 채용과 신규 투자 여력을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여 일방적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변경할 수는 없다. 노동시장의 유연성만을 강화할 경우 고용불안이라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낳게 되고, 이는 소비 위축, 저출산, 사회적 불안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위 두 가지 문제는 서로 조화를 이루어 나아가야 할 문제이고, 악순환이 아닌 선순환이 되도록 정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용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 안전망을 보강하는 동시에 채용·해고 등 고용 유연성을 높이는 방향의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특히 전세계적인 기술 경쟁이 심화되는 분야에 대해서는 근로시간 유연화와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 체계 개편도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이와 함께 비정규직의 남용을 막고, 비정형 공요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도 구축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윤석열 정부는 2023년 11월 30일 더불어민주당 등이 주도하여 통과시킨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소위 '노란봉투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였고, 국회에서 재의결이 되지 않아 폐기되었다. 정권이 교체되어 국회에서 의결될 경우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을 것이라, 국회의 의결을 거칠 경우 위 개정안이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의 생존이 먼저이냐, 근로자의 안정적인 생활이 먼저이냐의 문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이냐의 문제와 같겠지만, 근본적으로는 기업의 생존이 없이는 근로자의 고용 또한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필자가 이전 사무실 근무 당시 영장실질심사에서 기업 총수께서 하셨던 말씀이 아직도 떠 오른다.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서 국가와 국민에게 기여하고 싶다"는 말씀이 진실되게 느껴졌고, 필자가 만난 대부분 경영자들은 이러한 마음으로 기업을 운영하고 계셨다. 대외적인 환경이 어려운 시기이다. 우리나라와 국민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내었으면 한다.